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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터를 찾아: 의정부교구 민족화해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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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6-19 ㅣ No.82

[배움터를 찾아] 의정부교구 민족화해학교

 

화해와 평화의 길을 연다

 

 

분단 72년. 강산이 일곱 번 바뀌고도 2년이 더 지나는 시간 동안 남과 북은 갈라진 채로 살아왔다. ‘통일’을 이야기하면서도 바라보는 방향은 정반대였고, 다르다는 것만을 부각하며 서로를 적대시했다. 분단은 우리 마음을 완고하게 했고, 우리 사회를 기형적으로 만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는 ‘평화’ 통일을 염원한다. 평화라는 가치 속에 하나 됨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정부와 파주를 비롯한 경기도 북부를 관할 지역으로 하는, 휴전선을 두고 북한과 맞닿은 의정부교구는 분단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평화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그 가운데 민족화해학교가 있다.

 

 

2015년, 민족화해학교 개설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강주석 베드로 신부)에서 민족화해학교를 개설한 것은 2015년 4월, 남북 분단 70주년이 되는 해였다. 첫 강의가 열린 날은 마침 정부가 2010년 5·24 대북 제재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민간단체의 대북 비료 지원을 승인한 날이었다. 그렇게 뭔가 이루어질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민족화해학교는 문을 열었고, 70여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첫 강의는 ‘분단 70년을 넘어 민족의 화해와 일치로’라는 주제로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이자 당시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인 이은형 디모테오 신부가 맡았다.

 

이 신부는 “힘의 균형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평화는 마치 쉽게 깨지는 유리그릇과도 같다.”라며 “주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평화는 힘을 키워 얻는 평화가 아니라 서로를 받아들이며 함께 찾아나서는 적극적인 평화”라고 강조했다.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그냥 그날을 기다리기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할 일이 무엇인지 찾아 하나하나 실천하며, 삶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거죠. 평화의 사도와 같은 소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관심이 있으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인다

 

분단은 국민을 갈라놓았고, 교회의 신앙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교류도 없이 살아오는 동안 우리는 북한에 대해 너무 모르게 되었다. 북한에 대해 무지한 우리는 이른바 ‘북맹’이 되었다. 그래서 오해하는 부분도 많다.

 

그것을 극복하려면 교육이 필요하다. 왜곡된 형태의 교육을 받아 와 서로를 대하는 마음이 돌처럼 굳어 있기에 이런 완고한 마음을 교육을 통해 풀어야 한다. 관심이 있으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민족화해학교는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서로 적대시하는 한반도의 현실을 ‘비(非)구원’의 상황으로 이해하고, 복음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 민족이 화해할 수 있는 길을 함께 모색하는 과정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신자들이 북한에 관심을 두고 제대로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반도에 사는 신앙인들, 그리스도의 평화를 전해야 하는 우리 교회에 민족의 화해 문제는 가장 본질적인 사명이고, 그러한 면에서 배움과 나눔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민족화해학교는 꼭 필요한 강좌입니다.”

 

강주석 신부의 말처럼 이념의 벽을 넘어 북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화해와 일치를 위한 신앙인의 자세를 확립하려는 점이 민족화해학교를 개설한 가장 큰 이유다. 일반 시민들에 대한 통일 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에서 교회가 평화와 화해의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리라.

 

 

무엇을 배우나

 

민족화해학교는 2단계로 이루어진다. 1단계는 “하나가 되게 하소서.”(요한 17,11 참조)라는 주제 아래 5주간(상황에 따라 4-6주간)의 강좌로 진행된다.

 

민족 화해 전문가들이 민족 화해를 위한 교회의 노력, 남북 관계 현안, 통일 방법론, 북한 천주교회, 북한 이탈 주민, 평화 통일의 영성 등에 대해 강의한다. 이 과정에서는 강의와 나눔을 통해 분단의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 교회가 추구해야 하는 ‘통일’이 어떤 것인지를 고민하고자 기본적으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를 다룬다.

 

처음에는 지구별로 강좌를 진행하다가, 3년 차인 올해에는 찾아가는 형식의 학교를 열고 있다. 본당의 요청에 따라 4-6개의 강좌를 본당 상황에 맞춰 진행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5개 본당에서 이 학교가 열렸는데 사순 시기의 특강이나 견진 교리를 대신한 본당도 있다. 이렇게 1단계 강좌에만 650여 명이 참여했다.

 

“북한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았고 관심도 없었어요. 같은 민족인 탈북민보다 오히려 다문화 가정 외국인을 더 챙겼죠. 북한에 대해 적대시하는 마음, 공산당이 싫다는 게 각인되어 있다는 걸 강의를 들으면서 깨달았어요. 북한에서 온 아이들이 학교에서 놀림을 받을까 봐 입을 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마음이 아팠어요. 그 아이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평내본당의 김인선 스텔라 씨는 그동안 무관심했던 걸 반성했다며 “앞으로 더 관심을 두고 진실을 전하는 일에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1단계 강좌를 마친 뒤에는 1박 2일 동안 2단계 심화 과정을 진행한다.

 

 

2단계, 심화 과정 연수

 

지난 4월 29-30일 민족화해학교 4기 심화 과정 연수가 열리는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있는 민족화해센터를 찾았다. 이곳에 있는 ‘참회와 속죄의 성당’은 남북 예술가들이 함께 완성한 것으로, 성전 제대 위의 모자이크 성화를 북한의 평양 만수대 창작사의 벽화창작단 작가 7명이 제작했다.

 

첫날, 맹제영 신부(‘평화 통일의 영성’)와 김진향 박사(‘개성공단을 통해 본 한반도 평화’)의 강의가 이어졌다.

 

김진향 박사는 “북한에 대한 긍정적인 기사를 본 일이 있는가? 비난만 하지 않아도 평화 통일은 올 것”이라며 “북한이 먹고살 만하다는 기사가 좋은 뉴스인가, 나쁜 뉴스인가? 그것이 좋은 뉴스라고 느낄 때 화해의 기본이 갖춰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튿날 아침에 임진강과 북한 땅이 보이는 센터 옆 통일 동산에 올라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와 기도를 함께한 참가자들은 강사들과 함께 토크쇼 형식의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해요. 그렇게 교육을 받아 왔기 때문이죠. 북한 주민들도 마찬가지일 거라 고 생각하는데, 통일에 대한 우리와 북한 주민들의 생각은 같은가요, 다른가요?”

 

한 참가자의 물음에 백장현 교수(인천대학교)가 대답했다.

 

“우리도 북쪽을 잘 모르고 북쪽도 우리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어느 탈북자가 ‘북쪽도 사람 사는 데다. 머리에 뿔 달리고 얼굴이 시뻘건 사람이 사는 데가 아니다. 사람 사는 데 일어나는 일들이 다 일어난다.’라고 했어요. 그만큼 남과 북이 서로를 모른 채 살고 있어요. 적개심과 두려움이 더 크지요. 이를 완화하고 서로의 마음을 얻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교류를 해 나가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평화의 과정에 통일은 점점 다가올 겁니다.”

 

 

186명의 평화 사도

 

심화 과정을 마친 이들은 수료식 때 ‘평화 사도’로 임명된다. 이번에 탄생한 36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186명의 평화 사도가 배출되었다.

 

“삶의 자리에서부터 평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화 사도는 지역 사회와 세상에 평화를 외치고 삶에서 평화를 실천하는 사람들이죠. 우리 교구에 평화 사도가 1만 명만 되면 평화를 위한 활동에 큰 힘이 될 것이고 우리 사회는 좀 더 빨리 변할 거로 생각합니다.”

 

이은형 신부는 “평화를 이루려는 원칙은 상대방을 존중하며, 다름을 인정하고 일치를 도모하는 것”이라며, “가짜 뉴스가 사람들을 현혹하는 상황에서 좋은 정보를 퍼뜨리고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평화 사도의 소명”이라고 했다.

 

강주석 신부는 평화 사도의 활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 교회가 그리스도의 평화를 전하는 사도들의 활동으로 시작되었다고 본다면, 아직 적은 인원이지만, 평화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분이 늘어나고 어떤 면에서든 활동한다는 것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평화 사도를 위해 의정부교구에서는 다달이 첫째 주 월요일 오후 7시부터 두 시간 동안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한다. 평화와 화해를 위해 함께 공부하고 기도하며 이를 전하는 일에 노력하자는 것이다.

 

 

생각을 바꾸면 길이 보인다

 

6월이다. 남북이 서로 적대하고 있는 현실, 북한의 핵 문제가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의 평화까지 위협하는 현실에서, 우리 신앙인들이 남북의 문제에 더 관심을 두고 참된 평화를 위해 노력하면 좋겠다.

 

분단을 극복하고 참된 일치와 화해를 이루어 가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다. 의정부교구의 민족화해학교가 화해시키는 은총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그 은총을 다른 이들과 나누며, 그리스도의 화해 메시지를 힘차게 증언하는 평화 사도를 끊임없이 배출해 주기를 바란다.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받아들이는 평화의 노력 속에서 자연스럽게 통일이라는 열매를 맺으리라 희망하며….

 

문의 : ☎ 031-941-6235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경향잡지, 2017년 6월호, 글 · 사진 김민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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