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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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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힐링 노트: 행복에 대한 고정관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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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2-01 ㅣ No.355

[하쌤의 힐링 노트] 행복에 대한 고정관념

 

 

아무리 하느님 말씀을 접하며 산다고 해도 우리는 행복에 대해 어느 정도 고정관념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만 행복할 것이라고 은연 중에 생각합니다.

 

가장 널리 퍼져있는 고정관념은 부유하면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사실 경제적 수준과 행복이 아예 관련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주거 환경이 안정되지 않아 1년에 몇 번씩 이사를 해야 한다거나, 끼니를 거르는 상황, 일은 했는데 급여가 자주 밀리거나 해고되기 쉬운 직장을 다니는 경우에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조차 행복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심지어 교육 수준도 행복하고 관련이 있습니다. 그냥 제목만 보고 지나치면 자녀에게 잔소리를 한번 더 하거나 학원 하나 더 등록하기 쉬울 얘기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얼마나 좋은 대학을 가느냐에 따른 차이가 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학교에 가지 못하거나 글을 못 배우면 삶의 만족도는 확실히 떨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문맹인 경우 우울증도 많아집니다. 이런 똑같은 자료를 보고 ‘역시 돈이 최고다’라고 느끼시는 분도 있고, ‘결식아동이 있거나, 학교가 없는 마을에는 도움이 필요하겠구나’라고 느끼시는 분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도지를 읽는 정도의 수준을 갖춘 독자들께서 “돈이 많아야 행복하다.”라고 외칠 리야 없겠습니다만, 막상 돈 많은 사람들도 아픔과 걱정이 있고 속앓이를 한다는 이야기를 접하면서 은근히 안심하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사실 경제적으로 더 풍족하면 더 행복할 것이라고 은연중에 생각하기 때문에 부자의 불행과 가난한 이의 불행을 평등하게 바라보지 않는 것 아닐까요?

 

행복을 쉽게 느끼게 하는 조건이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통계적으로는 신체가 건강할 경우, 정기적인 문화나 종교 활동을 지속할 경우, 배우자가 있는 경우, 16세 이전에 부모님이 모두 살아계셨을 경우 더 행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확률이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또한 어느 정도 기준 이상일 때에는 사실 행복과 크게 관계 없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저런 것이 모두 갖춰졌음에도 불행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몸이 불편하거나 부모님을 잃었다고 불행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50년 이상 여러 인생을 추적하여 행복과 관련된 요소를 찾은 연구보고서인 『행복의 조건』에도 나오듯 20대에는 그렇게 불행해 보이던 사람이 50대에 행복을 찾기도 하며, 때로는 그 반대가 됩니다. 타고난 부분도 있겠지만 의지와 노력도 관여합니다. 엄청난 행운보다는 오랫동안의 규칙적인 생활이 더 도움이 되며, 꾸준히 운동이나 산책을 하는 것도 행복감을 느끼는데 도움이 됩니다. 집에서 은둔하며 단절된 삶을 사는 경우보다는 주변 사람들과 의미있는 관계를 지속할 경우가 좋다고 합니다. 저는 여기서 ‘의미있는 관계’라는 대목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거의 매일 모임과 약속이 있지만 거기서 내 속마음을 숨기고 핸드백이나 자녀를 자랑하는 자리로 여긴다면 혼자 고요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오히려 더 행복에서 멀어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 봅니다. 지금 행복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것 중에 또 하나는 바로 긍정적 사고입니다. 하지만 긍정적 사고에 대한 그릇된 이해가 만연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긍정적 사고는 ‘다 잘 될거야’ 또는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생각과는 전혀 다릅니다. 모든 문제를 비판 없이 받아들인다고 긍정적인 사고가 아닙니다. 사회적 문제 등을 비판한다고 부정적인 사람으로 몰고가는 것과 같습니다. 현재의 내 자신과 내가 처한 환경이 모두 괜찮다고 최면을 거는 것이 아니라, 약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 어쩌면 더 중요합니다. 완성된 나를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약점은 인정하고 강점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 변화하는 과정을 걸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행복의 조건입니다.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이 조화를 이룰 때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계간지 분도, 2015년 겨울호(Vol. 32), 하주원 마리아 박사(연세숲정신건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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