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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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생명] 자살은 언제나 도덕적으로 반대하여야 한다(생명의 복음 66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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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0-08 ㅣ No.1340

[생명사랑] 자살은 언제나 도덕적으로 반대하여야 한다(생명의 복음 66항)

 

 

- 유다스의 자살. GISLEBERTUS 1120년경.

 


가톨릭교회의 자살과 관련한 가르침

 

“사람은 저마다 자기에게 생명을 주신 하느님 앞에서 자기 생명에 책임을 져야 한다. 생명의 최고 주권자는 바로 하느님이시다. 우리는 생명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 하느님의 영광과 우리 영혼의 구원을 위해 보존할 의무가 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생명의 관리자이지 소유주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생명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280항)

 

인간생명은 하느님 사랑의 절정이며 비교할 수도 다른 것으로 대치될 수도 없는 가치와 존엄성을 지닙니다. 또한 인간생명은 무한하신 하느님의 사랑의 표지이며 선물이고 신비이며 인간에게 내리시는 특별한 축복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생명은 “어느 누구도-타인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생명을 의도적(직접적으로)으로 파괴할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생명의 복음 53항)고 교회는 가르칩니다. 그러한 행위는 생명을 주신 하느님을 모독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자살은 인간 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가치의 상실이며 하느님께 대한 거부의 행위입니다. “실제로, 자살에는 자기애의 거부가 담겨있으며, 이웃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들과, 전체 사회를 향한 정의와 자비의 의무 포기가 담겨있다.”(생명의 복음 66항) 이러한 “자살의 가장 깊은 실재는 생명과 죽음을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주권에 대한 거부를 나타내고 있다.”(생명의 복음 66항)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자살 방조를 비롯한 모든 형태의 자살에 대하여 확고하게 반대합니다. “자살은 언제나 살인과 마찬가지로 도덕적으로 반대해야 하는 것이다. 교회의 전통은 항상 자살을 대단히 사악한 선택으로서 거부해 왔다.”(생명의 복음 66항)

 

그러나 가톨릭교회가 자살에 대해 이처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이유가 한 마디로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직접적으로 거부한다는 데에 있다고는 하지만 자살의 여러 형태들에는 고귀한 생명을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형태로만 이해되지 않는 자살도 있다는 것도 언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살이 비록 결과적으로 매우 충격적이고 극단적인 형태로 드러나는 것이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교회가 중대한 범죄로 판단하는 형태가 아닌 자살의 형태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의미입니다.

 

구(舊) 교회법(1917년 교회법전)은 자살자에 대한 교회의 장례식을 금지하였지만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새 교회법은 교회의 장례식이 공개적 추문의 연유가 되는 분명한 죄인들에게만 그 장례식을 금하고 있다(교회법1184)1)는 것도 그러한 측면의 반영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가톨릭교회 교리서 2283항에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영원한 구원에 대해 절망해서는 안 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만이 아시는 길을 통해서 그들에게 구원에 필요한 회개의 기회를 주실 수 있다. 교회는 자기 생명을 끊어 버린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한다.’고 가르칩니다.

 

 

우리 교우들은 하느님의 사랑을 압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한마음 한몸 운동본부 자살예방센터’는 지난 2014년 한국 천주교 신자들의 자살태도 및 도움제공 행동 실태조사(이하 실태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그 결과 유의한 결과가 있었습니다.

 

자살과 관련해서 우리 교우들이 처한 상황은 사회 일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희망의 메시지를 포함한 결과도 있었습니다. 일반인들의 경우 자살사유가 가족 간의 갈등, 경제적 이유나 우울증이 첫 번째로 나타나는 반면 천주교 신자들은 삶의 의미를 상실했을 때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이는 천주교신자들이 일반사회인들 보다는 자기 존중감이 더 강하거나 혹은 자기 정체성에 대해 더 깊은 성찰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아가 천주교 신자들이 자신의 삶의 대한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 일상 속에서도 깊은 숙고를 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천주교 신자들이 삶과 죽음을 대하는 자세에 있어서 충동적이기보다는 깊은 자기 성찰을 통한 자아찾기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반증입니다. 이는 가톨릭 교회의 신자들이 사회일반과는 차별되는 고유한 부분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천주교 신자들을 위한 맞춤형 자살예방교육과 영성적 차원에서의 강화된 신앙교육과 생명교육을 통해 우리 교우들의 순간의 잘못된 선택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자살문제는 종교를 포함한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입니다. 천주교신자들에게도 이러한 생명에 대한 위협이 예외는 아닙니다. 그러나 천주교 신자들은 하느님께서 얼마나 자비로우신 분이며 우리를 지극히 사랑하시는 분임을 깨달아 알고 체험하며 살아갑니다. 하느님께서 내 자신보다도 더 잘 아시는 분이 내 곁에 생활하시는데 우리가 두려워 할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 분께서는 진심으로 나에게 손을 내미시고 내가 죽기보다는 당신 품에서 영원히 살기를 바라십니다. 하느님께는 ‘우리가 바로 내가’ 그렇게 귀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하느님께 감사드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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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회법 1184조 2항 : 가톨릭교회에서는 만약 누가 불행히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할 경우 공개적으로 죄인 취급을 하기 보다 그 상황을 알아보고 인간적 행위의 장애 요인을 참작하며 특히 유가족들을 진심으로 위로해 주고, 이웃에게 악한 표양이 없는 한, 기도와 예의를 갖추어 장례를 치르도록 배려해 주고, 상황이 복잡하여 판단이 곤란하면 교구장에게 문의하여 처리하는 현명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10월호, 지영현 시몬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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