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윤리신학ㅣ사회윤리

[생명] 복음으로 세상보기: 가정과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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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8-02 ㅣ No.1759

[복음으로 세상보기] 가정과 생명

 

 

사회교리에 대해 살펴보고 있습니다. 지난달까지 가톨릭 사회교리의 핵심을 이루는 원리들 ‘인간 존엄성의 원리’와 이 원리에서 파생된 중요한 원리들과 실천 원리들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달부터는 사회교리의 기본 원리들을 토대로 사회 안의 여러 주제들 즉, 가정, 노동, 경제, 정치, 환경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과 관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1) 가정의 의미와 역할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의 장기화로 우리들의 삶의 모습, 특히 신앙생활에 있어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온라인 미사, 비대면 신앙생활 안에서 특별히 가정에서의 신앙교육과 신앙생활의-본래도 중요시 했지만-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사실 신앙교육의 첫 장(場)은 가정이고, 부모가 제 1교사임에는 분명합니다. 제 유년 시절, 저녁 9시가 되면 어머니와 형제들이 모여서 저녁기도와 성월기도를 바쳐야 했습니다. 그 신앙이 이어져 저의 사제성소는 꽃을 피우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인간이 홀로 살기를 원하지 않으십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그들을 창조하셨습니다.”(창세 1,27) 그리고 이들에게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라.”(창세 1,28)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처럼 성경은 태초부터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남녀가 한 몸을 이루어 서로 돕고 생명을 전달하는 사랑의 공동체가 가정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의미 안에서 가정은 무엇보다도 ‘생명과 사랑의 요람’입니다.(평신도 그리스도인 40항) 따라서 가정의 본연 임무는 부부의 일치와 사랑을 바탕으로 진정한 인간 공동체를 이루고(가정 공동체 18항) 생명에 봉사하는 것, 곧 “창조주의 첫 축복을 역사 안에서 실현하는 것, 출산을 통해서 하느님 모상을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하는 것”입니다.(가정 공동체 28항)

 

교회는 가정을 사람이 가장 먼저 맞이하게 되는 가장 중요하고 첫째가는 자연 공동체로 봅니다. 이 소중한 공동체에서 하느님의 사랑과 충실성을 배우고 하느님의 부르심에 올바로 응답하는 법을 배웁니다. 또한, 자녀들은 부모를 공경하는 것을 비롯하여 덕과 관련된 삶의 지혜가 담긴 가장 중요한 교훈을 가정에서 맨 처음 배웁니다. 이처럼 가정은 ‘최초의 학교’로서, 자녀들이 인간으로서 갖추어야할 기본 덕행, 곧 친절, 책임감, 정직, 예의범절, 감사하는 마음, 협동심, 이타심을 배우도록 교육하는 곳입니다.(사목헌장 52항, 가정공동체 37, 43항) 따라서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종교 교육과 도덕 교육을 시킬 의무와 권리가 있습니다.

 

특별히 ‘모든 사회 질서의 원형’이며 인간의 ‘사회 본성을 체험하는 자연 공동체’인 가정 안에서 구성원들은 ‘거저 줌’의 법칙에 따라 서로 일치하고 나누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나는 조건 없이 사랑받고 있습니다.”의 가정에서의 체험은 “진심으로 받아들임, 만남과 대화, 이해를 따지지 않는 협조 자세, 관대한 봉사, 깊은 유대”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따라서 가정은 사회를 인간다운 곳으로 만들고 인간애가 넘치도록 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이 수단입니다.

 

 

2) 혼인의 의미와 특징

 

본당에서 청년 담당 사제로 소임할 때 가끔 혼인 전(前) 면담을 하곤 하였습니다. 사실, 많은 예비부부들이 혼인이 ‘성사’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혼인의 목적인 ‘부부사랑과 자녀출산’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듯 보였습니다. 또한 피임과 임신에 관련된 교회의 가르침에 대해서 이해하는 바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나마 다행히도 요즈음은 혼인 전(前)에 혼인교리를 이수토록 하고 있어서, 젊은 신앙인들이 교육을 통하여 혼인을 잘 준비하고 있는 듯합니다.

 

혼인은 남자와 여자의 결합으로 “창조주께서 제정하시고 당신의 법칙으로 안배하신, 생명과 사랑의 내밀한 부부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부부가 ‘인격의 합의’로써 맺는 계약을 의미합니다.(사목헌장 48항) 혼인의 본질적인 특징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으로(단일성) 조건 없이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며, 인격과 육체와 정신의 측면에서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는 전체성,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태 19,6)”에서 비롯하는 ‘완결된 혼인’은 깨어질 수 없다는 충실성과 불가해소성, 그리고 혼인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자녀 출산과 자녀 교육입니다. 이처럼 혼인은 근본적으로 자녀와 함께 가정을 확장하는 일을 지향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동성 간의 혼인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교회는 동성 배우자를 선택한 사람을 배척하거나 차별하는 일은 하지 않도록 가르칩니다. 교회는 다른 방식으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인자롭게 대하고, 이런 형태들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완전한 혼인 성소에 다다를 수 있도록 회개의 길로 이끌고 변화시키려고 노력합니다.

 

교회는 혼인을 칠성사 중 하나로 포함 시킵니다. 혼인이 ‘성사’인 이유는 혼인이 다른 성사들과 마찬가지로 구원을 위한 참된 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혼인성사는 사랑으로 일치한 그리스도인 부부를 통해 그리스도와 교회의 일치에서 나오는 은총을 드러내고, 또 그 은총을 나누어 줍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이제부터 그들과 함께 머무르시며, 당신 친히 교회를 사랑하시고 교회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바치신 것처럼 그렇게 부부도 서로 자신을 내어 주며 영원한 신의로 서로 사랑하도록 도와주신다.”(사목헌장 48항)

 

이처럼 세례 받은 사람들의 혼인은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자신을 다 바치신 이 사랑을 실천하고 이 사랑에 참여하는 특별한 방법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부는 자신들의 사랑이 그리스도께서 희생하신 이 사랑을 증거하고 이 사랑 안에서 성장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성사인 혼인은 이러한 부부사랑의 자연스런 특성들을 강화시키고 승화시켜 그리스도교의 가치를 표현하게 하는 새로운 의미를 덧붙여서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의 계획을 깨닫도록 이끌어 줍니다.(가정공동체 13항)

 

 

3) 생명에 봉사하기 위한 가정의 권리와 책임

 

인간 생명을 전달하고 교육하는 의무는 부부의 고유한 사명입니다. 부부는 이 의무에서 자기들이 ‘창조주 하느님의 사랑의 협력자’이며 또한 ‘그 사랑의 해석자’임을 알고 지혜롭게 책임 있게 판단하여 자녀들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사회의 조건을 고려하여 알맞게 교육해야 합니다.(사목헌장 50항)

 

가정은 참으로 ‘생명의 지성소’로서 하느님의 선물인 생명을 적합하게 받아들이고 수많은 침해에서 보호하여 그 생명이 성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별히 생명의 복음을 선포해야 할 의무가 있는 가정은 “국가의 법과 제도가 임신에서부터 자연사에 이르는 생명의 권리를 결코 훼손하지 못하게 하고, 오히려 그것을 보호하고 증진하도록 활동”해야 합니다.(생명의 복음 93항)

 

하느님께서 가정에 맡기신 인간 생명의 전달과 보전의 의무를 위배하여 도덕에 어긋나는 행위로서 가장 먼저 거부하여야 할 것은 ‘불임시술’과 ‘낙태’입니다. 불임시술은 생명의 전달이라는 혼인의 본질을 거스르는 행위로서 단죄됩니다.(인간생명 14항) 또한 낙태는 “살인해서는 안 된다”고 하신 하느님의 계명을 직접 침해하는 것입니다(간추린 사회교리 233항, 가톨릭교회 교리서 2271항)

 

이 외에도 가톨릭교회는 자연 주기를 따르지 않는 피임과 불손한 이유(유전 질병을 가진 아이를 낙태)를 가진 태아 진단, 인공수정, 인간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 등을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생명 윤리에 크게 어긋나기에 금지하고 있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8월호, 이광휘 베드로 신부(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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