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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낙태를 하고 죄책감에 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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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11-26 ㅣ No.977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낙태를 하고 죄책감에 괴롭습니다

 

 

질문

 

이미 십여 년 전의 일이지만 어린 시절 낙태를 하고 지금까지도 괴로움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평소에는 잊고 살다가도 문득문득 어린 생명에게 못할 짓을 했다는 자책에 며칠씩 잠도 못잘 정도로 괴로움을 느낍니다. 고해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한 잘못이 씻어질 수 있을까요?

 

 

답변

 

교회에서는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강조하고 또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주신 생명이 소중하고 귀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자신이 한 잘못에 대해서 교회가 강조하면 할수록, 잘못을 저지른 자신이 초라해지고 위축감을 느끼게 됩니다. 교회로서는 해야 할 이야기를 하는 것뿐이지만, 듣는 처지에서는 자신의 행위에 비춰서 자신을 살펴보기에 수치심이 앞섭니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죄의식보다 수치심이 인간을 더 힘들게 한다고 합니다.

 

사람은 살면서 여러 가지 잘못을 자기의 의도와는 다르게 저지르기도 합니다. 의도성이 없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을 하는 순간 깊은 자책감 혹은 죄책감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니 만약에 조금이라도 의도가 있었다고 느낀다면 더 오랫동안 반성하고 괴로움을 느끼게 되겠지요.

 

저도 개인적으로 제 잘못에 대해서 한동안 너무 깊이 자책을 해서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만났던 한 분이 제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제 잘못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눠 주신 적이 있습니다. 제가 제 잘못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부분이 제 잘못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바로 수긍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제 자신의 잘못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에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또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하고, 상담을 받아 가면서 제 성격과 생각하는 방식에 의해서 제가 제 자신을 용서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점차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제 잘못을 다시 보고, 제 자신의 책임의 한계를 깨달으면서 자유로움을 느끼게 됐습니다.

 

생명은 하느님의 선물이기에 가톨릭교회에서는 낙태를 엄금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내법에서는 우생학적, 의학적인 이유 등으로 임산부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한다는 견지에서 낙태를 일정 범위에서 허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렇지만 인간 스스로의 결정으로 인간의 생명을 종식시켜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셨기에 많은 고민을 하셨고,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괴로움의 시간을 보내셨다고 생각됩니다. 깊은 성찰을 하시고 고해성사에 임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고해성사는 성사를 보기 전에 자신이 잘못한 것이 무엇인가를 살펴 알아내고, 성찰로 알아낸 죄에 대해서 뉘우치고,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결심해서 사제에게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고해사제가 기도나 선행, 희생 등을 보속으로 정해 줍니다. 이것은 잘못에 대한 벌이기에 고해소 밖에 나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고 나면 영적으로 죄의 상태에서 벗어나 다시 은총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자매님은 이미 은총의 지위를 회복하셨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머릿속에서 옛날의 일이 잘 지워지지 않으실 것입니다. 낙태를 하게 되기까지, 여러 사정이 있으셨고 참 많은 고민을 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잘못을 깨닫고는 고해를 하고 다시는 그런 죄를 짓지 않겠다고 결심하셨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뿐만 아니라 어린 생명에 대해서 끝없는 회한이 여전히 몰려올 것입니다. 고해성사를 통해서 용서를 받으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은 쉽게 가시지를 않습니다.

 

교회의 좋은 점은 하느님의 용서를 사제를 통해서 보여주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어린 생명에 대한 기도뿐만 아니라 자매님 자신을 용서해 주시는 기도가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용서의 하느님이심을 더 굳게 믿으시길 바랍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19 서울특별시 광진구 능동로 37길 11, 7층 [E-mail] sangdam@ catimes.kr

 

[가톨릭신문, 2019년 11월 24일, 이찬 신부(성 골롬반외방선교회 · 다솜터심리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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