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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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이스라엘 성지: 올리브산 주님의 기도 성당과 주님 눈물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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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4-18 ㅣ No.1809

[예수님 생애를 따라가는 이스라엘 성지] 올리브산 주님의 기도 성당과 주님 눈물 성당

 

 

– 주님의 기도성당 전경.

 

 

예루살렘 동쪽 올리브산에는 예수님의 자취를 더듬고 그분의 가르침을 되새기게 하는 기념 성당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주님의 기도를 가르치셨다고 하는 곳에 세워진 ‘주님의 기도 성당’과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고하며 우신 것을 기념하는 ‘주님 눈물 성당’도 올리브산에 있습니다.

 

 

주님의 기도 성당

 

올리브산 정상 부근에 있는 주님의 기도 성당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셨다는 곳에 세워진 기념 성당입니다. 예수님께서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셨다는 일화는 마태오(6,9-13)와 루카(11,2-4) 두 복음서가 전합니다. 그런데 그 무대가 서로 다릅니다.

 

마태오복음은 예수님께서 갈릴래아에서 하신 산상설교(마태 5-7장)의 일환으로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셨다고 전하지만, 루카복음은 예수님께서 갈릴래아에서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도중에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는 제자들의 요청에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셨다고 전합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이 일화를 예수님께서 올리브산 동쪽 비탈 베타니아에 있는 마르타와 마리아의 집을 방문하신 내용 다음에 배치합니다.

 

- 주님의 기도성당 벽면에 각국 언어로 적힌 주님의 기도문(좌)과 주님의 기도성당 지하동굴. 여기서 주님의 기도를 가르쳤다고 한다.(우)

 

 

주님의 기도 성당 지하에는 20명 남짓 들어가서 쉴 수 있는 동굴과 가운데에 큰 바위가 있는데 예수님께서 이 바위에 앉아 제자들을 가르치셨다고 전해옵니다. 전승에 따르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의 멸망과 최후 심판에 관해 제자들을 가르치신 곳도 이 자리라고 합니다(마태 24,3-26,5 참조).

 

원래 이 자리에는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의 어머니 헬레나가 330년쯤에 지은 큰 성당이 있었습니다. 예루살렘의 주님 무덤 성당과 베들레헴의 주님 탄생 성당과 함께 3대 성당으로, 주님의 승천을 기념하는 성당이었다고 하지요. 성당 이름은 올리브가 있다는 뜻을 지닌 그리스말 ‘엘레오나’였습니다. 하지만 이 성당은 7세기 페르시아 군대에 의해 파괴되고 말았습니다.

 

현재의 성당은 ‘주님의 기도’에 대한 신심이 각별했던 프랑스 오베르뉴 지방의 오렐리 공주가 1874~5년에 지었습니다. 그래서 이 성당을 ‘파테르 노스테르’(Pater Noster, 주님의 기도를 뜻하는 라틴어)라고 부릅니다. 오렐리 공주는 성당 옆에 가르멜 수녀원도 지어 봉헌했습니다. 지금도 가르멜 수녀원이 이 성당을 관리합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 시대의 엘레오나 성당 모습을 부분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주님의 기도 성당은 가운데 정원을 성당 회랑이 3면을 둘러싼 구조인데, 세계 각 나라 140개 언어로 번역된 주님의 기도가 똑같은 크기의 타일 판에 적혀 회랑 벽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언어는 달라도 한마음으로 주님의 기도를 바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그 자체가 감동을 안겨 줍니다. 한글로 적힌 주님의 기도문 타일 판은 개신교 기도문과 가톨릭 기도문 두 개가 있습니다. 원래는 부산교구에서 기증한 가톨릭 기도문이 붙어 있었는데, 한 개신교 목사가 개신교 기도문으로 바꿔치기했고, 그 후 다시 가톨릭 기도문을 따로 만들어 붙여서 두 개가 된 것입니다. 씁쓸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주님의 기도 성당은 주님께서 친히 가르쳐 주신 기도를 바치며 묵상할 수 있는 좋은 공간입니다. 순례자들은 벽면에 각 나라 언어로 쓰인 주님의 기도를 살펴보면서 회랑을 한 바퀴 돈 후에 지하 동굴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주님의 기도를 가르치시던 2000년 전 당시의 모습을 떠올리며 기도하고 묵상할 수 있습니다. 성당 안은 제대 오른편으로 창살이 있고 창살 너멀 가르멜 봉쇄 수녀원의 수녀들이 기도하고 미사 드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주님 눈물 성당.

 

 

주님 눈물 성당 

 

주님의 기도 성당에서 500m쯤 떨어진 올리브산 서쪽 경사면 중턱에는 주님 눈물 성당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러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고하며 우셨다는 곳에 세워진 기념 성당입니다(루카 19,41-44). 성당 구내에 들어서면 황금 돔을 비롯해 성전산, 시온산, 골고타 언덕까지 예루살렘 옛 도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겉모습이 눈물방울처럼 생긴 이 작고 아름다운 성당 역시 이스라엘 성지 성당들을 설계한 건축가로 유명한 이탈리아 건축가 안토니오 발루치(1884~1960)의 작품입니다. 성당은 작은형제회가 관리하고 있지요. 성당이 있는 자리에는 원래 예언자 한나(루카 2,36-38 참조)에게 봉헌된 비잔틴식 성당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그 유적이 남아 있습니다.

 

성당에 들어서면 제대 뒤편 성체와 성작, 십자가 문양이 있는 아치형 유리창 너머로 옛 예루살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순례자들은 성당 안에서 이 유리창을 통해 예루살렘을 보면서 예수님의 말씀을 좀 더 깊이 묵상할 수 있지요. 얼핏 보면 이슬람 사원이 있는 황금 돔이 정면에 들어옵니다만, 실제로는 주님 무덤 성당을 보며 묵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합니다.

 

– 성당 안 제대 아래 암탉 모자이크.

 

 

또 제대 아래에는 암탉이 병아리들을 날개 아래로 모으는 모습의 모자이크 그림이 있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을 두고 한탄하신 말씀을 떠올리게 합니다.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암탉이 제 병아리들을 날개 밑으로 모으듯, 내가 몇 번이나 너의 자녀들을 모으려고 하였던가? 그러나 너희는 마다하였다. 보라 너희 집은 버려져….”(마태 23,37-39; 루카 13,34-35)

 

올리브산에 있는 주님의 기도 성당과 주님 눈물 성당은 우리 그리스도 신자들이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살아야 하는지를 묵상하게 해줍니다. 구체적인 삶의 방식은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는 일입니다. 그러면 다른 모든 것은 곁들여서 받게 될 것입니다(마태 6,33).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9년 4월호, 이창훈 알퐁소(가톨릭평화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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