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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가 발표한 문헌 교회의 삶과 사명에서의 시노달리타스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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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5-21 ㅣ No.481

[특별기고]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가 발표한 문헌 「교회의 삶과 사명에서의 시노달리타스」 해설


교회 공동체가 함께 의사 결정 · 합의하는 아름다운 전통의 재발견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 새 문헌 「교회의 삶과 사명에서의 시노달리타스(Synodality in the Life and Mission of the Church)」가 4일 공식 발표됐다. 국제신학위원회 제9대(2014~2019) 위원으로 이 문헌 작성을 위한 토론 작업에 참여한 박준양(가톨릭대 교수,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총무,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전문신학위원) 신부가 이 문헌이 지닌 의미와 핵심 개념을 해설한 글을 소개한다.

 

 

국제신학위원회의 임무와 새 문헌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International Theological Commission)는 사도좌를 도와 신앙교리성과 연결돼 보편 교회의 중요한 교의적, 신학적 문제들을 검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오늘날 시의성과 중요성을 지닌 새로운 문제들을 신학적으로 성찰하고 그에 대한 응답으로 공식 문헌을 작성해 제시하는 것이 주된 과제다. 그래서 전 세계의 지역별 대륙을 대표하는 신학자들로 구성돼 있는데, 대체로 서구 유럽 교회의 비중이 큰 편이다.

 

국제신학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새 문헌 「교회의 삶과 사명에서의 시노달리타스」는 제9대 국제신학위원회가 작업해 내놓은 첫 공식 문헌이다. 위원회는 보통 한 회기에 1~2건의 문헌을 발표한다. 이탈리아어로 처음 나왔고 앞으로 영어본, 불어본, 독일어본, 스페인어본 등이 계속 나오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소속 전문 신학자들이 이를 공동 번역하게 될 것이다. 필자도 이 번역 작업에 참여한다. 이번에 나온 문헌은 현재 가톨릭 신학계의 최대 현안과 쟁점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역동적 토론의 결실이다.

 

 

시노달리타스

 

문헌의 제목이자 주제(라틴어 Synodalitas, 영어 Synodality)는 사실 그동안 충분히 정립되지 않은 미완의 신학적 주제였다. 용어 자체에 대한 한국어 번역도 통일돼 있지 않다. 그만큼 추가적인 연구 가능성이 풍부한 주제이기도 한데, 이번에 국제신학위원회가 첫 신학 교과서적 차원에서의 문헌을 발간하게 된 것이다.

 

시노달리타스는 교회의 매우 중요한 속성 중 하나며 근본적으로는 친교의 영성과 전통에 속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교회 지도자들과 구성원들의 모임을 통해 교회 공동체의 합의와 의사 결정을 이뤄나가는 중요한 전통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사도행전 6장과 15장에는 초대 교회에서 사도들과 원로들을 중심으로 제자들의 공동체가 회의를 통해 당면 문제들을 해결하고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잘 나와 있다. 이러한 모임을 가리켜 교회의 전통 안에서 시노드(라틴어 synodus, 영어 synod)라 불렀다. 역사의 진행 안에서 불린 공의회(라틴어 concilium, 영어 council)와는 구분되는 용어로 사용됐다.

 

현대 교회에서 특히 이 주제가 부상하게 된 것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 정신에 따라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시노드)가 보편 교회의 매우 중요한 상설 기구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교황과 주교단이 일치를 이루며 신앙과 도덕의 발전을 위해 교회의 당면 문제와 현안을 함께 논의하는 것이 바로 주교시노드의 기본 정신이다. 1965년 주교시노드 사무처가 설립됐고 1967년 첫 주교시노드가 개최됐다. 그리고 올해 10월 예정된 제15차 시노드에 이르기까지, 현대 교회의 여러 문제들을 다루며 논의한 내용들은 교황 권고 형태의 후속 문서로 발표됐다. 사실 1969년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의 설립도 제1차 주교시노드의 결정으로 교황에게 건의한 바가 실현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교구 차원의 시노드 역시 점차 자리 잡게 되었다.

 

 

성령의 인도 아래 함께 나아가다

 

교회 속성으로서의 시노달리타스는(Syno dalitas)는 시노드 자체를 넘어서는 보다 광범위한 신학적 개념이다. 이는 교회의 비가시적이며 영적인 친교 개념을 가시적 차원에서 실제적으로 적용해 실현하는 기능적 역할이다. 그러면서도 모든 교회 구성원들의 실존적 삶에 적용되는 교회적 삶의 방식(modus vivendi Ecclesiae)이라고도 규정 가능하다. 나아가 이는 친교의 신학과 영성을 향한 하나의 ‘길’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시노드(synod)라는 단어 자체의 그리스어 어원적 의미는 하느님 백성이 ‘함께’(syn) ‘길’(hodos)을 걸어나간다는 뜻을 지닌다.

 

그러므로 한국어로 번역한다면 직역의 의미로 ‘함께 나아가기’ 혹은 ‘함께 걸어가기’ 등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내용적 기능적 의미로 본다면 ‘교회의 공동합의성’이란 용어로 번역되기도 한다. 이를 줄여서 ‘교회 합의성’이란 용어가 제안되기도 했다. 아무튼 이 핵심 용어에 대한 번역은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와 용어위원회 협의를 거쳐, 문헌 번역 과정에서 확정될 것이라 전망한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이 개념은 다수결로 결정되는 민주주의적 합의 과정과는 매우 다른 것이며, 또한 교황권에 대립적인 ‘공의회 우위설’(conciliarismus)적 의미로 해석되어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시노달리타스 개념은 교계적 합의 구조를 존중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성령의 인도 아래 하느님의 백성이 함께 참여하는 역동성과 내적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영적 의미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따라서 교회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본분을 지키면서도 성령의 인도 아래 서로 경청하고 존중함으로써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전망을 함께 찾아 나간다는 의미가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도들은 예루살렘 회의 결과를 다음과 같이 전한다. “성령과 우리는… 결정하였습니다.”(사도 15,28)

 

 

신앙 감각과의 관련성

 

그러므로 이 주제는 이미 국제신학위원회가 제8대 회기의 마지막 해인 2014년 발표한 ‘교회 생활에서의 신앙 감각’이란 문헌과 매우 밀접한 관련성을 갖게 된다. 신자들의 ‘신앙 감각’(sensus fidei)이란 한마디로 하느님 백성이 성령의 인도 아래 그리스도의 예언자 직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신앙 감각은 ‘진리의 성령’께서 일깨워 주시고 지탱하여 주시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하나의 교회 공동체적 성찰과 식별 그리고 판단이라 할 수 있다. “성령께 도유를 받는 신자 전체는 믿음에서 오류를 범할 수 없으며, 주교에서 마지막 평신도에 이르기까지 신앙과 도덕 문제에 관하여 보편적인 동의를 보일 때에, 온 백성의 초자연적 신앙 감각의 중개로 이 고유한 특성을 드러낸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회 헌장」 12항)

 

하느님 백성이 함께 길을 걸어간다는 ‘시노달리타스’의 의미는 순례하는 교회의 복음 선포 사명을 일깨운다. 이에 관한 새 문헌을 통해 교회의 친교적 삶과 영성, 그리고 이에 기초한 복음화 사명을 더욱 깊이 깨달아, 마침내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교회 공동체의 아름다운 모습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고 기대해본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5월 20일, 박준양 신부(가톨릭대 교수,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총무,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전문신학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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