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교회문헌ㅣ메시지

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무엇을 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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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4-23 ㅣ No.899

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무엇을 담았나 (상)


우리 모두 매일의 삶 안에서 ‘성인’이 될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5주년인 지난 3월 19일 자신의 세 번째 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Gaudete et Exsultate)에 서명했다. ‘현대 세계에서 성덕의 소명에 관한’이라는 부제를 단 이 교황 권고는 4월 9일 전 세계에 공개됐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는 도입과 제1장 ‘성덕의 소명’, 제2장 ‘성덕에 대한 두 가지 원수’, 제3장 ‘주님의 빛 안에서’, 제4장 ‘현대 세계에서 성덕의 징표’, 제5장 ‘영적 투쟁, 깨어 있음, 그리고 식별’ 등 총 5장 177항으로 구성돼 있는 긴 문서다. 본지는 이 교황 권고의 주요 내용과 그 의미를 상(개괄과 제1장, 제2장), 중(제3장과 제4장), 하(제5장) 3회에 걸쳐 살펴볼 예정이다.

 

 

현대 그리스도인을 위한 지침서

 

“모든 거룩하고 충실한 하느님 백성의 전구와 더불어, 여러분에게 저의 새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를 보내 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저는 모든 이가 각자 일상생활에서 성덕의 소명을 받아들이도록 격려하고자 이 권고를 작성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공개 하루 전에 작성한 친서 내용이다. 교황은 이 권고를 통해 전 세계 신자들에게 일상의 구체적인 여정에서 하느님 은총의 인도를 따라 ‘성덕’에 이를 것을 요청하고 있다.

 

교황은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서문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요청하시며, 그 보답으로 주님께서는 우리가 창조된 이유인 행복이라는 진정한 삶을 선물로 주신다”면서 “예수는 우리가 건조하고 평범한 신앙생활에 안주하지 않고 성인이 되길 바라신다”(1항)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권고를 쓴 목적이 “우리 시대에 실질적인 방법으로 성덕의 길을 나아갈 것을 다시금 재확인시키기 위한 것”으로 “주님께서는 우리 각자가 사랑으로 당신 앞에서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이 되도록 선택하셨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종종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사람’이라고 불린다. 교황은 이번 교황 권고에서 모든 사람이 성덕으로 불렸음을 주창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보편적 성화에 대한 그의 생각을 제시했다. 

 

교황 권고는 교황의 사목적 문서로 회칙보다는 낮지만, 연설이나 강론보다는 높은 권위를 갖고 있다. 이번 권고는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과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에 이은 세 번째다. 「복음의 기쁨」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황직 수행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사랑의 기쁨」은 이혼 후 사회재혼자에 대한 영성체 허용을 둘러싼 문제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는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성덕의 길로 초대하신다’는 단순한 전제에 근거해 「사랑의 기쁨」과 같은 논란을 일으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성덕의 소명

 

제1장에서 교황은 성덕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 이야기한다. 교황은 “우리 모두는 증거자가 되어야 하며, 증언을 하는 많은 실질적인 방법이 있다”(11항)고 강조했다. 교황은 그리스도를 모범적으로 따른 많은 성인과 순교자 외에도 ‘성덕의 중산층’, 즉 사랑으로 자녀를 키우는 부모,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이들, 병든 이, 미소를 잃지 않는 나이든 수도자와 같이 일상에서 신성함을 지키는 수많은 이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교황은 평신도를 고려해 친근한 어조로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를 작성했다. 교황은 성덕을 쌓기 위해 주교나 사제, 수도자가 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이 세상에서 직업과 가정을 가지고 여러 가지 많은 압박을 받으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평신도들이 ‘이웃에 사는 성인’으로서 일상생활에서 기도와 복음 묵상 등을 통해 성덕을 쌓도록 독려한 것이다. 특히 교황은 청년들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목적 있는 삶을 지향할 것을 강조하며, “이러한 삶이 하느님의 부르심과 선물임을 깨닫고 삶을 하나의 사명으로 볼 필요가 있다”(23항)고 권고했다.

 

교황은 성덕의 의미에 대해 “그리스도의 삶의 신비들을 경험하는 것”이라면서 “끊임없이 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새로이 부활하는 것이며, 그리스도의 지상 생애, 특히 소외된 이들에 대한 친밀성, 그분의 가난, 자신을 희생하는 사랑을 본받아 실천하는 것”이라면서 성덕의 길로 나아갈 것을 요청했다.

 

교황은 주님께서는 세례성사를 통해 성스럽고 충실한 백성들에게 성령의 충만한 성덕을 주셨다(15항 참조)면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헌장 「인류의 빛」(Lumen Gentium)을 상기시켰다. 교황은 “어떤 상태나 지위에 있든 모든 하느님의 백성들은 주님의 소명을 받았다”면서 “하느님 아버지께서 완벽하신 것과 같이 각자의 방법으로 완벽한 성덕에 이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별히 교황은 ‘각자의 방법’으로 성덕의 길로 나아갈 것을 강조한다. 성덕의 양상은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성덕으로 가는 길은 다양하기 때문에 교황은 “그리스도인은 주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어떻게 성덕의 길로 부르시는 지를 식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삶을 사는 우리 모두는 각자 특별한 성소를 받았음을 환기시켰다. 교황은 십자가의 성 요한을 예로 들며, “성인은 단단하고 고정된 규범에서 벗어나 ‘각자의 방법’으로 성화의 길로 나갈 것을 제시했다”면서 “하느님께서 주시는 생명은 각각 다른 방법으로 소통하고 있기 때문”(11항)이라고 덧붙였다.

 

 

성덕에 대한 두 가지 원수

 

교황은 제2장 전체를 고대의 두 가지 이단, 즉 영지주의와 펠라지우스주의의 잘못된 점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교황은 “영지주의와 펠라지우스주의는 교회 초기부터 두 가지 그릇된 성덕의 형태였고, 여전히 우리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현대판 영지주의와 펠라지우스주의에 대해 자주 언급했으며, 지난 2월에 발표된 신앙교리성 훈령 「하느님 마음에 드시는」(Placuit Deo)도 이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영지주의와 펠라지우스주의는 그리스도인 누구에게나 매우 현실적인 유혹이 된다. 두 이단은 그리스도의 권능을 통해서가 아니라 사상의 힘이나 인간적 노력을 통해 구원을 찾으려는 방도들로, 교황은 신학자뿐 아니라 모든 이가 그러한 위험을 인지할 수 있도록 일상 언어로 이를 설명하고 있다.

 

교황은 “영지주의의 잘못 가운데 하나는 사랑으로 완덕에 도달하려고 하지 않고 정보 또는 지식으로 도달하려고 한다는 점”이라면서 “영지주의는 지성을 육신에서 분리시켜, 예수님의 가르침을 차가운 논리로 격하시킨다”고 지적했다.

 

영지주의가 지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펠라지우스주의는 인간의 의지와 노력에 초점을 맞추며, 인간의 의지를 순수하고 완전하며 전능한 것으로 여기고 은총은 거기에 덧붙여지는 것으로 주장한다. 

 

교황은 성덕으로 향하는 신자들을 방해하는 영지주의와 펠라지우스주의를 피하기 위해서는 자선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우리는 이를 피하기 위해 우리로 하여금 본질이 무엇인지를 찾도록 독려하는 미덕의 위계가 있음을 계속해서 되뇌어야 하며, 이러한 활동의 중심에는 자선활동이 있다”(60항)고 말했다. 교황은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이 중요할 따름”이라면서 신자들에게 자선활동을 지속해 달라고 당부했다. [가톨릭신문, 2018년 4월 22일, 최용택 기자]

 

 

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무엇을 담았나 (중)


성덕으로 향하는 길은 함께 나란히 걸어가는 공동체의 여정입니다

 

 

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Gaudete et Exsultate)의 부제는 ‘현대 세계에서 성덕의 소명에 관한’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에 현대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성덕이 왜 중요한지와 무엇이 성덕의 본질인지를 명료하게 담아냈다. 이번 호에서는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제3장 ‘주님의 빛 안에서’와 제4장 ‘현대 세계에서 성덕의 징표’를 중심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참행복 선언으로 비춰 본 교황의 성덕에 대한 이해와 오늘날 그리스도인에게 필요한 징표를 알아본다.

 

 

참행복을 따르는 거룩한 삶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에서 성덕으로 이르기 위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를 것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교황은 제3장 ‘주님의 빛 안에서’에서 참행복과 마태오복음서 25장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교황 권고의 이름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도 참행복의 한 구절(마태 5,12)에서 따왔다.

 

교황은 “성덕을 구성하는 것에 대한 수많은 이론이 있을 수 있고, 이러한 이론에 대한 다양한 해설과 차이점을 설명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진리를 가르치는 예수의 방식을 따르다 보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63항)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은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을까? 답은 분명하다. 교황은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산상 설교에서 하신 말씀을 각자의 삶의 방식으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는 참행복(마태 5,3-12; 마르 6,20-23)을 가르치시면서 성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신다”면서 “참행복은 그리스도인에게 신분증과도 같다”(63항)고 말했다. 교황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을 살도록 권고하며, 참행복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안내서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예수 그리스도의 산상 설교는 우리 일상생활 안에서 성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묘사하고 있다. 교황은 바로 산상 설교의 참행복을 충실히 실천하면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황은 오직 성령께서 우리 안에 가득 찬 나약함과 이기심, 안주하려는 경향, 자만을 없앨 때에만 이러한 참행복을 실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여기서 ‘행복’을 ‘거룩함’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고, 각 행복 선언을 거룩함이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 마음이 가난한 것이 거룩함이다 ▲ 온유하고 겸손하게 응대하는 것이 거룩함이다 ▲ 다른 사람들과 함께 슬퍼하는 것을 아는 것이 거룩함이다 ▲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것이 거룩함이다 ▲ 자비로운 마음으로 보고 행동하는 것이 거룩함이다 ▲ 사랑을 변질시키는 온갖 것들로부터 마음을 지키는 것이 거룩함이다 ▲ 우리 주변에 평화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 거룩함이다 ▲ 날마다 복음의 길을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에게 어려움을 안겨줄지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거룩함이다.

 

 

성덕의 가장 명확한 기준

 

교황은 참행복이 그리스도인 삶의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황은 마태오복음 25장을 예로 들어 최후의 심판에 “우리가 받게 될 심판의 가장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며(95항 참조), 자선활동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마태오복음 25장 35-36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 

 

교황은 “이 구절은 그냥 단순한 자선활동으로의 초대가 아니다”라면서 “그리스도의 신비에 한 줄기 빛을 비추는 그리스도론의 한 페이지인 것”(96항)이라고 말했다. 마태오복음 25장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 특히 가난한 이의 구체적 요구에 얼마만큼 응답했는지를 확인하는 도전적 질문들을 하고 있다. 교황은 이에 대한 응답이 없이는 성덕에 이를 수 없으며, 믿고 기도하며 실천하는 것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성덕이 세상과 특히 사람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방식을 어떻게 바꾸는지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교황은 98항에서 추운 밤 노숙자를 만나는 것을 예로 들었다. 교황은 우리가 그 사람을 일종의 골칫덩이가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형제자매로 볼 때, 비로소 그리스도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세상을 이런 방식으로 바라볼 때 겪는 “지속적이고 불편한 불안감”은 우리가 성덕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표지라고 덧붙였다.

 

 

오늘날 성덕의 징표

 

교황이 제안하는 성덕에 대한 많은 부분은 신앙생활에 잘 알려져 있다. 기도하고, 자주 성체성사와 고해성사를 하며, 날마다 양심 성찰을 하고, 정기적으로 복음을 읽으며 그리스도의 삶과 우리의 삶을 더욱 친밀히 일치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교황은 이러한 ‘영적’ 활동과 관련해 자비에 근거한 행동을 매우 긴밀히 연결 짓고 있다. 실제로, 교황은 이 둘은 분리될 수 없으며, 우리 기도의 진정성은 우리가 더욱 겸손하고 자비롭게 되는 삶의 방식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교황은 제4장 ‘현대 세계에서 성덕의 징표’에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요청하시는 생활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징표 혹은 영적 태도를 제시했다. 바로 인내와 온유함, 기쁨과 유머 감각, 대범함과 열정, 공동체성 그리고 지속적 기도다. 교황은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징표들은 성화의 완벽한 모범은 아니지만 이 징표들은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표현”(111항)이라고 말했다.

 

인내와 온유함은 우리를 사랑하시고 지탱해주시는 주님에 대한 굳건한 기초를 의미한다. 내적 힘의 원천인 인내와 온유함은 우리가 삶의 굴곡에서 끈기있게 버틸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서 오는 적대감과 배신, 결함 등을 참도록 돕는다. 이어 교황은 122항에서 성인성녀들은 소심함과 시무룩함, 신랄함, 우울감, 따분한 표정에서 벗어나 항상 기뻐했으며 유머 감각이 풍부했다면서 그리스도인의 삶은 성령 안의 기쁨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교황은 세상을 복음화하고 그리스도교의 가치를 알리는 데 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교황이 지적한 대범함과 열정이다.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라고 말씀하셨다”면서 “이 말씀은 성령께서 사도들을 각성시켰던 것과 같은 용기로 우리가 밖으로 나아가 봉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129항)고 말했다.

 

교황은 또한 우리가 각자 따로 살게 되면 정욕과 악마의 유혹, 세상의 이기심과 싸우는데 힘이 부치게 된다면서 공동체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황은 “성덕 안의 성장은 타인과 나란히 가는 공동체의 여정”(141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황은 그동안 교회는 영웅적으로 복음을 살거나 주님께 모든 구성원의 삶을 봉헌한 공동체 전체를 시성하기도 했다면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를 비롯한 한국의 103위 동료 순교성인을 예로 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기도가 없는 성덕은 없다”면서 지속적인 기도를 당부했다. 또한 교황은 “성인들은 영적인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일치를 이뤘다”며 “성덕은 초월적인 힘에 대한 개방적 수용과 기도와 흠숭으로 표현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톨릭신문, 2018년 4월 29일, 최용택 기자]

 

 

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무엇을 담았나 (하)


오늘을 사는 신앙인의 삶은 악마와 끝없는 싸움의 여정, “세상 것 아닌 주님께 중심을”

 

 

프란치스코 교황의 화두는 ‘식별’이다. 교황은 그동안 식별이야말로 “오늘날 교회에 필요한 사명”이라고 강조해 왔다. 교황은 자신의 세 번째 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Gaudate et Exsultate)에서도 항상 깨어 식별하는 영적 투쟁에 나서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제5장 ‘영적 투쟁, 깨어 있음, 그리고 식별’을 중심으로, 성덕으로 가는 여정에서 무엇을 어떻게 식별해야 하는지를 알아 본다.

 

 

성덕의 길은 끊임없는 영적 투쟁 - “나태·욕정뿐 아니라 악마와도 싸워야”

 

“그리스도인의 삶은 투쟁의 연속입니다. 우리는 악의 유혹에 대항해 이겨내고 복음을 선포할 수 있는 힘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삶에서 매번 주님의 승리를 기뻐할 수 있기에 이 투쟁은 달콤합니다.”(158항)

 

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제5장 ‘영적 투쟁, 깨어 있음, 그리고 식별’의 첫 문장이다. 그리고 이 문장은 제5장 전체의 의미를 잘 대변하고 있다. ‘영적 투쟁’이라는 용어에 몇몇 이들은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교황은 전혀 개의치 않고 제목에 사용했다.

 

이 장에서 교황은 악마와의 끊임없는 싸움을 요청했다. 악마와의 싸움은 단 한 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되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교황은 이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상과 세속적인 사고방식이나 우리 인류의 연약함과 나태와 욕정, 질투와 같은 나쁜 성향에 대항한 싸움뿐만 아니라 악마와도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159항)고 말했다. 교황은 악마는 성경의 가장 첫 장부터 등장한다고 지적한 뒤 “우리는 악마를 미신, 비유적인 말, 또는 하나의 생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161항)고 경고했다. 교황은 우리가 악마를 단지 하나의 상징이나 관념으로 인식한다면, 악마에 대한 우리의 경계가 허물어진다고 덧붙였다.

 

또 교황은 성덕으로 향하는 모든 여정에서 항상 깨어 있을 것을 요청했다. 교황은 “성덕의 여정은 성령께서 주시는 평화와 기쁨의 원천이지만, 동시에 영적인 삶은 항상 깨어 ‘등불에 불을 밝히기’를 요구한다”(164항 참조)고 말했다. 교황은 특히 하느님 앞에 심각한 죄를 짓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따분한 무기력 상태’에 빠지는 ‘영적 부패’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교황은 이러한 ‘영적 부패’에 빠지는 사람은 죄인의 타락보다 더 나쁠 수 있다면서 “안락함과 자기만족이라는 맹점에 빠져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165항)이라고 지적했다.

 

 

식별의 힘 - “기도와 묵상으로 식별의 능력 키우길”

 

교회 안에는 악마의 유혹에 맞서는 많은 강력한 무기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식별이다. 식별은 겉보기에 그럴싸해 보이는 수많은 것들이 우리의 정신을 현혹하고 있는 오늘날 더욱 필요하다. 그래서 교황은 성덕으로 향하는 영적 투쟁의 길에서 식별을 강조했다.

 

교황은 “주님께서 주시는 식별이라는 선물은 이러한 영적 투쟁을 돕는다”면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성령에서 온 것인지, 세상에서 온 것인지, 악마에게서 온 것인지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돕기 때문”(166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식별은 우리가 반드시 주님께 간청해야 할 선물”이라면서 “우리가 성령께서 식별이라는 선물을 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요청하고, 기도와 묵상, 복음 읽기, 상담 등을 통해 이를 발전시킨다면, 우리는 이러한 영적인 재능 안에서 성장할 수 있을 것”(166항)이라고 말했다.

 

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의 중심은 바로 이 영적 투쟁과 식별에 있다. 

 

교황에게 거룩한 삶이란 그저 일반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고결한 삶이 아니다. 거룩한 삶은 성령의 활동을 받아들이고 성령을 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황은 “식별이라는 지혜가 없다면 우리는 곧 사라질 세상의 유행에 사로잡히게 된다”(167항)면서, “현대의 삶은 어마어마한 행동과 오락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현대 세계는 이 모든 것들이 타당하고 유효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특별한 때에만 식별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식별은 우리가 주님을 좀 더 충실하게 따라 사는 영적 투쟁을 돕는 하나의 도구”라면서 “우리는 항상 식별이 필요한데, 식별은 우리가 주님의 은총에 주의를 기울이고 주님 안에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169항)이라고 말했다.

 

식별은 지혜로운 자와 학식 있는 사람들,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에게만 있는 지혜가 아니다. 교황은 “식별을 위해선 비록 이성과 신중함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식별이 주님의 은총임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주님께서는 우리 각자에게 독특하고도 신비로운 계획을 갖고 계시며, 식별은 이러한 주님의 계획을 찾는 일이기 때문”(170항)이라고 밝혔다. 교황은 식별은 하나의 카리스마라고 강조한다. 교황은 마태오복음 11장 25절을 인용하며 “아버지께서는 철부지들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신다”라고 덧붙였다.

 

 

기도 안의 경청 - “참행복으로 사신 성모님은 성덕의 모델”

 

교황은 식별을 위해선 경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님께서는 다양한 방법과 활동, 우리의 이웃을 통해 매 순간 우리에게 말씀을 전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교황은 “주님의 말씀을 경청할 준비가 돼 있을 때에만, 우리는 우리 자신의 편견, 충분치 않은 생각, 세상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방식을 잊을 수 있는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서 “이런 방식으로 우리는 우리의 안녕을 산산이 무너뜨리지만 더 나은 삶으로 이끄는 주님의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할 수 있다”(172항)고 말했다.

 

또한 교황은 우리가 성장하도록 이끄는 주님의 초대를 무시하지 않기 위해 식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저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날마다 주님과 참된 대화를 나누는 소통 안에서 자신의 양심을 돌아보기를 요청한다”(172항)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식별은 우리가 어떻게 하면 세례를 통해 우리에게 부여된 사명을 더욱 잘 수행할 수 있을지를 인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식별이란 우리의 삶에서 무엇인가를 더 많이 발견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식별은 모든 것에 희생할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주님이 말하는 참행복은 역설적이기 때문이다. 교황은 “우리는 세상의 것이 아닌 주님의 십자가와 같이 신비로운 논리를 받아들일 때 행복을 느낀다”면서 “우리가 이러한 역동성에 들어설 때만 우리의 양심은 활기를 띠고 우리 자신을 식별에 초대할 수 있게 된다”(174항)고 덧붙였다.

 

교황은 식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주님의 현존 안에서 우리 인생의 여정을 되돌아보면, 그 어떤 부분에도 한계란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요구하시지만, 주님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베풀어 주십니다. 식별은 자기중심적인 자아분석이나 내적 성찰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내어놓고 주님의 신비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주님께서는 형제자매의 선을 위해 당신이 우리에게 주신 소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고 계십니다.”(175항)

 

마지막으로 교황은 일생을 참행복으로 사신 성모님의 전구로 모든 신자들이 성덕의 길로 가길 기원했다. 교황은 “성모님은 성덕의 모델”이라면서 “성모님은 성인 중의 성인이시며, 그 누구보다 축복받은 인물”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우리가 성모의 모범을 따라 살아간다면, 세상이 빼앗아가지 못할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를 마무리했다. [가톨릭신문, 2018년 5월 6일, 최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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