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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사목] 난민의 여정에 함께합시다 (3) 이주 여성, 사회 통합으로 함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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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3-04 ㅣ No.1085

[난민의 여정에 함께합시다] (3) 이주 여성, 사회 통합으로 함께해야


이주 여성 향한 ‘묻지마 혐오증’ 사라져야

 

 

지난해 4월 서울 성북구 주민참여사업으로 서울 노동사목회관에서 진행된 알록달록 아카데미 요리교실에서 남미공동체 이주여성들이 닭개장 끓이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제공.

 

 

이주의 여성화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여성 이주에 따른 수많은 문제, 특히 여성들은 매춘이나 성 노동에 빠져들 위험성이 크고 인신매매나 학대,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도 크다. 그런 이유로 여성 이주를 금지하려는 시도도 생겨났지만, 여성들의 이주를 억제하지는 못했다. 혼인에 따른 여성 이주의 증가세는 우리나라에서도 폭발적이다. 사순 기획 세 번째 시리즈로 ‘이주 여성, 사회 통합으로 함께해야’를 싣는다.

 

“가끔, ‘우리가 뭘 잘못했지?’ 하는 생각에 빠져들 때가 있어요.” 

 

2월 25일 서울 보문동 노동사목회관에서 남미공동체 미사를 마친 뒤 만난 멕시코 출신 이주 여성 로멜리아 라미레스 로페스(42)씨는 이렇게 말문을 뗐다. 

 

2008년 11월 남편 홍국일(오마르, 48)씨와 함께 입국, 서울에 정착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뿌리 깊은’ 편견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런 편견 속에서도 그는 어린이집 스페인어 강사로 일하며 딸 둘을 건강하게 키워냈다. 멕시코에서는 절대 같이 살지 않는(?) 시어머니와도 함께 산다. 요리와 설거지 등 가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남편도 큰 힘이 됐다. 우리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생겨나는 아이들과의 장벽, 경제적 어려움과 비싼 집값에도 힘을 낸다. 남미 출신답게 그 또한 낙천적 성격이지만, 때로 남편과 함께 나들이할 때면 받게 되는 시선이나 어르신들이 툭툭 던지는 반말이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그래서 그는 “제발 다른 분들과 다른 눈으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한다. 

 

협동조합 ‘글로벌에듀’ 조합원으로 활약하는 로사 마리아 파소 아마야(40)씨는 페루 출신. 1998년 페루에서 남편을 만나 이듬해 국내에 들어왔으니, 벌써 정착 20년째다. 

 

남편이 병약해 실질적으로 가장 노릇을 하는 억척 엄마인 그는 스페인어 공인 교육기관인 한국외국어대 부설 세르반테스 문화원에서 스페인어 강사 증명서를 받았고 2009년 다문화가정지원센터가 전국에 생겨나면서 다문화 강사로 활약해왔다. 유치원에서 지역아동센터, 초ㆍ중ㆍ고, 대학까지 가리지 않고 다문화 이해와 스페인어 교육에 헌신했다. 

 

그렇지만 학부모로서 이주 여성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딸과 아들을 고교생이 되기까지 훌륭하게 키워냈지만, 한 번도 학교에 가보지 못했다. 자신의 자녀들이 아이들의 놀림감이 될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제일 가슴 아픈 현실이죠.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까 봐 항상 신경을 썼죠. 학교에는 안 갔지만, 다른 부모들 못지 않게 신경을 썼어요. 아이들이 자랑스러워요.”

 

지난 2월 25일 서울 보문동 노동사목회관에서 봉헌된 남미공동체 주일 미사 중 이주여성들이 과달루페회 선교사 벤자민 신부, 수도자 등과 반갑게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세택 기자.

 

 

그렇다면 국내 결혼이민자는 얼마나 될까. 지난해 12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의 사회 동향 2017’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결혼 이민자 누적 규모는 2016년 말 현재 15만 2374명으로, 2001년 2만 5282명에 비해 15년 만에 6.05배가량 늘었다. 이중 결혼 이주 여성은 12만 8518명(84.3%)으로, 남성 2만 3856명(15.7%)의 5.38배나 된다. 국적별로는 중국(5만 6930명), 베트남(4만 1803명), 일본(1만 3110명), 필리핀(1만 1606명), 기타(2만 8925명) 순이다. 1990년대까지는 종교 단체를 통해 입국한 일본 여성이 다수를 차지했으나 2000년대 초부터는 중국과 필리핀 국적의 결혼 이민자가 두드러지게 증가했고, 최근에는 베트남과 몽골, 타이 등으로 국적이 다양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2002년 이후 해마다 28% 이상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던 결혼 이민자는 2014년 4월 법무부에서 ‘국제결혼 건전화’라는 명목으로 결혼 이민 사증 발급 심사를 강화하고 국제결혼 안내 프로그램 이수를 의무화하면서 최근 3년간 평균 증가율이 0.3%에 그치고 있다. 

 

급격한 증가세가 꺾였다고는 해도 결혼 이주 여성은 사회 곳곳에 퍼져 나가고 있다. 이들 이주 여성이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식습관이나 가족 행사 참여, 자녀 양육 방식 등에서 부부 간 문화적 차이를 겪고 있고,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가부장적 문화나 가정 폭력 문제, 시댁 식구들과의 갈등도 걸림돌이다. 성 역할 인식이나 가정 내 자녀 돌봄ㆍ교육(육아) 참여 등도 과제다. 언어 문제 해결 또한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고, 외국인에 대한 편견도 극복해야 한다. 

 

특히 다문화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차별적 시선이 있을 뿐 아니라 사회 일각에서 반대문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선 무턱대고 외국인을 혐오하는 ‘묻지마 안티’까지 기승을 부리는 상황이다. 

 

이 같은 다문화가정 안팎의 갈등으로 결혼 이주 여성의 혼인 지속 기간은 평균 9.77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위원장 남창현 신부)는 각종 폭력으로 학대받는 결혼 이주 여성과 자녀들의 쉼터 ‘벗들의 집’과 다문화 모자가정 자립 쉼터 ‘사랑의 집’, 한부모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방과 후 공부방인 ‘마고네 공부방’, 결혼 이민자 가정 자녀들을 위한 ‘베들레헴 어린이집’ 등을 통해 이주 여성들을 직ㆍ간접적으로 돌보고 있다. 

 

또 서울 보문동 노동사목회관에는 ‘상호문화센터’(구 성북구다문화가정지원센터)를 통해 한국어 교육을 통한 적응 지원을 비롯해 다문화가족 자녀 지원, 방문교육을 통한 한국어ㆍ자녀생활ㆍ부모교육 지원, 재봉이나 재단 같은 양재교육 등을 통한 취업 교육,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통한 안정적 정착 지원 사도직에 나서고 있다. 이중 지난해 성북구의 예산 지원을 받아 시도했던 요리교실은 한국의 식습관이나 상차림뿐 아니라 이주 여성들이 배우고 싶어하는 음식 조리법을 전수해주고 이주 여성들의 자국 음식 문화를 소개하는 장이 돼 시선을 끌었다. 언어 교육도 한국어 교육뿐 아니라 베트남어 교육도 시도,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남미공동체 담당 김영심(안젤라, 위로의 성모 수녀회) 수녀는 “이주 여성들은 경제적 자립이 가장 큰 과제”라며 “이주 여성이나 결혼 이민자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이분들의 일자리가 가사도우미나 청소부, 식당일밖에 없어 노동환경이 열악하기 이를 데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똑같은 일을 해도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은 만큼 결혼 이주 여성들과 국민들이 서로 문화적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존중해줌으로써 우리 문화를 풍요롭게 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3월 4일,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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