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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노력하는 은총(1만 시간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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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8-07 ㅣ No.535

[레지오와 마음읽기] 노력하는 은총(1만 시간의 법칙)

 

 

유대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책, 탈무드에 “향수 가게에 들어갔다 나오면, 향수를 사지 않아도 향수 냄새가 나지만, 가죽 가게에 들어갔다 나오면, 가죽을 사지 않아도 가죽 냄새가 몸에 밴다.”는 말이 있다. 잠시라도 몸을 담은 환경의 영향을 말한 것으로, 여기서 간과하지 않아야 할 것은 가게에 머문 시간이다. 시간의 길이에 따라 냄새의 정도도 달라지듯, 변화를 일으키는 기본적인 중요한 요소로 ‘시간’이 있다.

 

이는 “학습(學習)”이란 한자어에도 잘 드러나는데, 학습은 “집(?)에서 아들(子)이 두 손(臼)으로 산가지(爻)를 들고 숫자를 배우는 모습”인 학(學)과 “어린 새가 날개(羽)를 퍼드덕거려 스스로(自→白)날기를 연습한다”는 뜻의 습(習)이 모여서 만들어진 글자이다. 즉 배운다는 것, 즉 학습은 가르침을 받는 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익혀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까지 포함되어야 비로소 배운 것이 된다는 뜻이다.

 

같은 교실에서 같은 선생님께 배우는 학생들이 서로 다른 학습결과를 나타내는 데는, 동기의 정도나 재능, 성격 등 많은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겠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배운 바를 연습하여 자기 것으로 만든 경우와 만들지 못한 경우의 차이다.

 

“1만 시간의 법칙”이 있다. 이는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 맬컴 글래드웰이 2009년 그의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소개하면서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어떤 분야에서든 1만 시간의 연습을 통해 대가가 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는 원래 세계적인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슨 박사가 2006년 그의 동료들과 함께 쓴 ‘캐임브리지 핸드북; 전문성 및 전문가 성과 실행편’에서 발표한 내용인, 자기 분야에서 최정상에 오른 사람들의 놀라운 성공 뒤에는 타고난 재능이 아닌 아주 오랜 기간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글래드웰이 법칙으로 표현한 것이다.

 

1만 시간은 하루 3시간, 일주일에 20시간씩, 총 10년 동안 빠짐없이 노력한 시간으로, ‘연습이 최고를 만든다(practice makes perfect)’는 격언을 떠올리게 한다.

 

 

무턱대고 오랜 시간이 아닌 제대로 된 ‘의식적인 연습’ 이어져야

 

하지만 최근에 ‘1만 시간의 법칙’은 극히 적은 사람에게만 적용된다는 이론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한 예로 잭 햄브릭 미시간주립대 교수 연구팀의 논문조사 결과, 노력한 시간이 실력 차이를 결정짓는 비율은 학술분야에서는 4%, 음악·스포츠·체스 등의 분야는 20~25%에 불과하였다는 것이다. 햄브릭 교수는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수적이지만, 선천적 재능과 비교했을 때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라고 말하였는데, 이처럼 다양한 연구에서 연습 시간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이론이 나온 것이다.

 

그러자 에릭슨은 그의 저서 ‘1만 시간의 재발견’에서 그동안 자신의 연구 내용에 대한 독자들의 오해를 이야기하며 “1만 시간의 법칙”의 핵심은 ‘얼마나 오래 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올바른 방법’인지에 달려있다고 했다. 즉 무턱대고 오랜 시간을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의식적인 연습”이 꾸준히 이어질 때 성공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에릭슨이 제안하는 의식적인 연습은 구체적인 목표를 미리 설정하고 정신을 집중, 몰입하여 꾸준히 반복하며 지속적인 피드백에 따라 즉시 잘못을 수정하는 것이다.

 

B자매가 레지오에 입단한 이유는 레지오를 권면한 선배단원이 부러워 그녀를 닮고 싶어서였다. 그녀가 보기에 그 선배단원은 매우 친절하고 매사에 자신이 있었고 믿음 또한 강해 보여 의기소침하고 믿음이 약하다고 생각되는 자신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입단 후 그녀는 그 선배단원과 좀 더 친하고 싶었지만 둘 다 직장을 가졌기에 주회 시간에만 잠시 볼 수 있었다. 그녀는 그 선배단원 옆에서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선서까지 하게 되었지만 점차 의욕을 잃어갔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 그 선배단원과 친해질 수 없었고, 이에 그녀처럼 될 수도 없다는 실망감이 생겨 레지오를 그만두려고 했다.

 

그러자 Pr. 단장이 선서가 약속임을 강조하며 적어도 1년은 단원생활을 해보라고 권하여 마지못해 응했다가 지금까지 10년째 다니고 있다. 그녀는 말한다. “레지오를 하게 된 동기를 생각하면 부끄럽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현재의 모습 아니겠어요? 이왕 하는 거 잘하고 싶었고 시간 때우기로만 활동하는 듯한 일부 단원들의 모습이 싫어서 저는 더욱 열심히 적극적으로 했어요. 그래서인지 이제사 레지오의 맛을 안다싶어요. 지금은 기도와 활동도 습관이 되어 안하면 불안할 정도가 되었으니 레지오는 제 신앙의 기초가 된 셈입니다.”

 

 

단원은 회합을 통해 선교를 위한 연습 시간 채워

 

오랫동안 레지오를 해도 참 신앙인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단원들도 더러 있지만, 그래도 많은 레지오 단원들이 기도나 봉사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본당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것을 보면, 레지오가 많은 사람들의 신앙에 도움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 “레지오는 우선 단원들을 회합에 한데 모아, 모후이신 성모님과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를 바치면서 꾸준히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교본 117쪽)하니 레지오 단원은 매주 회합을 통하여 성모님의 영향 아래, 선교를 위한 연습 시간을 채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단원들은 매주 쁘레시디움 회합에 참석하여 함께 기도하고, 독특한 회의 진행과 분위기 속에서 자신이 수행한 활동을 보고하고, 축복 속에 동료애를 나누고, 강력한 규율의 힘에 의지하며, 활발한 토론과 정연한 질서로 이어지는 회합에서 자신을 받쳐 주는 영적인 힘을 얻는다.”(교본 193쪽)고 하니, 회합을 하는 자체로 우리는 이미 영신적 성장을 위한 “의식적인 연습”의 시간 속에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의식적인 연습의 요소인 구체적 목표 설정은 활동 배당이 될 것이고, 꾸준한 반복은 매주 만남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활동에 대한 논의를 하는 활동보고 시간은 즉각적인 피드백과 수정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단원들이 쁘레시디움 차원에서 레지오의 영성적 틀을 제대로 익힐 수만 있다면, 단원 각자의 개인 성화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308쪽)는 말도 있으니, 쁘레시디움이 제대로 운영되어야 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전제가 된다.

 

그러니 레지오 단원인 우리의 봉사는 “지속적이어야 하며, 위기를 맞더라도 바위와 같이 튼튼하고 언제나 변함이 없어야”(교본34쪽)함을 명심하여 섣불리 레지오를 그만두는 일은 없어야 한다. 또한 “평생을 변함없이 사도직 활동에 몸 바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바로 은총이며, 이 은총은 지속적인 활동의 노고에 대한 보상”(교본 32쪽)이니, 오랫동안 레지오에 몸담고 있음에 감사하며 다음 말을 명심할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이 쏟는 노력을 통하여 영광을 이끌어 내고자 하시며, 우리의 노력을 정화시켜 풍성한 열매를 맺고 꾸준히 지속하도록 해주신다.”(36쪽)

 

“사랑하는 주님, 제가 간구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 노력하는 은총을 주소서.”(성 토마스 모어 / St. Thomas More)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8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한국독서치료협회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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