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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수도회 영성: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 재속3회의 영성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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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7-11 ㅣ No.590

[수도회 영성]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을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께로!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 재속3회의 영성과 삶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 재속3회는 2005년 5월 31일 부산교구장 정명조 주교의 승인과 함께 시작되었다.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 수녀회의 설립자인 하 안토니오 몬시뇰은 수녀회의 영성과 사명을 평신도들에게로 확대하여 활성화하고자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 재속3회’를 설립했다.

 

 

우리의 영성과 사명

 

“회원들이 세속에서 어느 수도회의 정신에 동참하여 그 수도회의 상급 지휘 아래 사도적 생활을 살고 그리스도교 완성(완덕)을 향하여 노력하는 단체들”(교회법 제303조)이라는 교회법의 정의대로 우리 재속3회는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 수녀회의 정신과 사명을 그대로 이어서 따르고 살아간다. 그래서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 재속3회는 “원죄에 물들지 않은 마리아의 티없으신 성심 안에서 마리아의 도움을 받아 마리아와 함께 살아가는 평신도 단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한편 “마리아의 티없으신 성심을 통하여 삼위일체 하느님께 나아가고 하느님과의 일치를 도모하는”과 같은 회헌의 규정대로,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의 성심을 통하여 삼위일체 하느님께 나아가는 것은 우리 영성의 핵심이다.

 

그럼 마리아의 티없으신 성심 또는 이 성심에 대한 공경이 우리 재속3회의 영성과 사명에 근간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께서 1917년 파티마에서 전 세계의 모든 이들에게 전하신 하느님의 뜻이 우리 재속3회의 설립에 중요한 동기이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우리의 사명은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을 공경하며 그 안에서 예수 성심께 흠숭을 드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인류 구원과 세계 평화와 죄인의 회개를 위하여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 안에서 끊임없이 기도하고, 사랑과 희생과 보속의 정신으로 매일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며,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께의 봉헌의 삶을 살아간다.”

 

올해 마리아의 파티마 발현이 100주년을 맞았지만 “파티마의 예언적 사명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틀렸다.”라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말씀대로 그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구성과 삶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 재속3회는 서울, 부산, 대구와 구미에 각각 지구를 두고 있으며 현재 250여 명의 회원이 있다. 40대에서 60대 자매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형제들은 10명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지구별로 매달 열리는 모임에서 양성 단계에 따른 교육을 받는다. 각 지구 안에서 가까운 지역별로 갖는 구역 모임에서는 주어진 과제와 주제 하에서 서로의 영적 삶을 나누고 영적 동반자로서의 사랑과 화목을 다진다.

 

우리는 수도공동체가 아니기에 세상 안에서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살아가면서 우리의 고유한 영성과 사명을 살아간다. 그래서 쉽지 않을 때가 많다. 재속3회는 본당 안의 단체 활동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마리아의 티없으신 성심을 통하여 주님께 자신을 봉헌하고 그날의 모든 일을 맡기면서 우리의 하루는 시작된다. 공동체 생활을 하며 수도생활에만 전념하는 수도자들과는 달리 누구의 아내 또는 남편으로서, 누군가의 엄마 또는 아빠로서, 또는 직장인으로서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은 사실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하다. 그런 만큼 이런 일상에 성무일도와 묵상기도를 더 얹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나의 경우, 출근과 업무 처리로 오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기에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아침 성무일도를 놓치기 십상이다. 때문에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아, 성무일도!’ 하며 깨달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나는 일터가 교회 안이기에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성체 앞에서 묵상기도를 하는 호사도 누리지만, 다른 회원들은 이 기본 의무를 챙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매일 미사에 참례하는 것도, 성경을 매일 펼쳐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루 세 번 삼종기도를 바치는 것도 우리의 임무인데, 쏜살처럼 날아가는 일과를 쫓아가다 보면 어느새 하루의 끝 무렵에 닿아 있을 때가 자주 있다. 그럼에도 나는 왜 재속3회의 삶을 고집할까?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은 주님께 가까이 다가가고, 주님께 이르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것은 막연한 나의 확신이 아니라 파티마에 오신 하느님 어머니를 통하여 전해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재속3회의 일원인 우리의 일상은 이 과제 외에 가장 중요한 영적 삶에서 고유한 색채를 갖는다고 하겠다. 앞서 언급한 ‘우리의 사명’대로, 인류 구원과 세계 평화와 죄인의 회개를 위하여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 안에서 끊임없이 기도하고, 사랑과 희생과 보속의 정신으로 매일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며,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께의 봉헌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고유한 우리의 색채를 무척 좋아한다. 주님께서 어머니 마리아를 통하여 지금 우리 시대를 위해 특별히 명하시고 바라시는 것이 여기에 녹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부딪히는 크고 작은 어려움이나 난관을 흘려보내지 않고 그 즉시 어머니 마리아의 티없으신 성심을 통하여 주님께 바치려고 노력한다. 때문에 내 마음과 입은 자주 중얼거리고 있고, 매 순간 이 정신에 깨어 있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고 우리 재속3회의 일원으로서의 고유성을 잃기 십상이다.

 

이런 만큼 호기심이나 흔한 신심단체 정도로 여기고 발을 들인 이들은 도중에 하차하는 경우가 많다. 도중 하차까지는 아니어도 자신의 부족을 탓하며 늘 양심의 가책(?)을 지니고 사는 이들이 나를 포함하여 적지 않을 것이다. 일반적인 신심단체의 활동과는 달리 재속3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은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해마다 250여 명의 형제자매들이 분주한 삶의 자리를 떠나 2박 3일간의 연례 피정에 임하고,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 재속3회의 회헌과 회칙에 따라 정결과 가난과 순명 그리고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께 대한 봉헌의 삶을” 살아가겠다고 서약하고 있다. 세상의 한가운데에서 살아가면서도 영적 시선을 천상에 두고서 그분의 손과 발이 되는 이 삶에서 얻는 영적 유익이 큰 까닭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마리아의 티없으신 성심을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께로 나아가는 그날까지,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을 통하여 삼위일체 하느님과의 일치에 이르는 그날까지 서툴고 뒤뚱대는 걸음이지만 조금씩 고쳐가며 걸어갈 것이다.

 

[평신도, 2017년 여름(계간 56호), 정혜원 체칠리아(티없으신 마리아 성심 재속3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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