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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진성사] 성사, 은총의 표징: 견진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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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4 ㅣ No.185

[성사, 은총의 표징] 견진성사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온전히 사람이지만, 좀 더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해야 할 의무를 지닙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세례와 함께 시작된 신앙은 좀 더 성숙한 신앙으로 자라나야 합니다. 신앙이 좀 더 깊어지고 굳건해지도록 도와주는 성사가 바로 견진성사입니다. 견진성사는 통상적으로 주교님이 집전하시고, 미사 중에 거행됩니다. 견진성사의 핵심은 주교님의 안수와 크리스마 성유(聖油)의 도유로서, 이를 통해 성령의 특별한 은혜가 우리에게 선사됩니다.

 

 

견진성사는 세례성사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견진성사가 전해주는 성령의 은혜란 무엇보다도 세례를 인준하고 세례의 은총을 굳건하게 하는 것입니다. 견진(堅振, 굳을 견, 떨칠 진)이라는 말마디가 암시하듯이 견진성사는 세례성사의 은혜를 굳건하게 해주고 활성화시킵니다. 이런 점은『가톨릭교회 교리서』에 나타난 세례와 견진성사의 설명을 비교할 때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1279항은 세례성사의 은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세례의 효과 또는 세례의 은혜는 풍요로운 것이다. 이 은총으로 세례 받은 사람은 원죄와 모든 본죄가 사해지고, 성부의 양자(자녀), 그리스도의 지체, 성령의 성전이 되어 새롭게 탄생한다. 그 결과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일원이 되고,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한다.”

 

『가톨릭교회 교리서』1303항과 1316항은 견진성사가 바로 이런 세례의 은총을 굳건하게 하고 증대시킨다고 말합니다. ‘견진성사는 신자들로 하여금 하느님의 자녀로서 더욱더 뿌리를 내리게 하고, 그리스도와 더 굳게 결합하며, 성령의 선물을 증대시키고, 교회와의 유대를 더욱 튼튼하게 하고, 교회의 사명에 더욱 깊이 참여케 하며, 말과 실천으로 그리스도교 신앙을 증거하도록 돕습니다.’

 

이렇게 견진성사는 세례성사를 받고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난 신자들을 신앙적으로 굳건하고 성숙하게 하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의 성숙을 위한 성사”라고도 부릅니다.

 

 

세례와 견진이 왜 그렇게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까요?

 

견진이 세례와 밀접히 연관된 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교회 초창기에는 견진이 세례와 함께 거행되었습니다. 순교자 히폴리투스(+236)성인은 200년 전후의 로마 교회 공동체의 신앙생활상을 전해주는『사도전승』을 저술했는데, 거기에 보면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친 다음에 부활 성야에 성대하게 세례성사가 거행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3년간 준비과정을 거쳐야 세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오래 준비했을까요? 그리스도교는 313년에 로마제국의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공인을 받기 전까지는 박해를 받았습니다. 그 시대에 그리스도교 신자가 되려면 박해와 순교까지 각오해야 했고, 그렇기 때문에 세례 전에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3년간의 엄격한 예비 신자 교육을 끝낸 사람들이 세례성사를 받게 되는데, 세례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 예비신자 교육을 마친 이들은 세례받기 전날에 정해진 장소에 모이고, 주교님은 악령이 그들을 떠나 되돌아오지 못하도록 구마식을 거행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밤 내내 깨어 있으면서 성경 말씀을 듣고 가르침을 받습니다. 당시의 교회는 규모가 작았는데, 주교님이 한 지역 공동체를 지도하였고, 신부님들은 주교님을 도와주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 닭이 울 시각에 주교님은 세례수를 축성하고, 세례 받을 사람들은 옷을 벗습니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온 몸을 물속에 잠그는 침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 주교님은 세례자들을 위해 사용할 ‘구마의 기름’과 ‘감사의 기름’을 축성합니다. 

 

* 세례 받을 사람이 각자 마귀를 끊어 버리겠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을 하면, 부제는 그에게 (오늘날 ‘예비신자 성유’에 해당되는) ‘구마의 기름’을 발라줍니다.

 

* 이들은 세례를 받게 될 물 옆에 서 있는 사제에게 인도되어 함께 물에 들어갑니다. 

 

* 사제는 순차적으로 성부, 성자, 성령을 믿느냐고 묻고, 세례 지원자는 매번 “나는 믿나이다.”로 대답합니다. 대답이 끝날 때마다 몸을 물속에 담그거나 머리에 물을 뿌립니다.

 

* 사제는 침례가 끝난 사람에게 기름을 발라주고 옷을 입게 한 다음 성당 안으로 들어가게 합니다.

 

* 성당에서 주교님은 세례를 받은 이들에게 안수를 하고 이마에 성유를 바르며 십자 표시를 한 다음 평화의 인사를 나눕니다. 이어서 성찬 전례가 계속됩니다.

 

침례를 받은 다음에 성당에서 주교님이 해주시는 두 번째 도유와 안수로써 세례성사가 완성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시간이 지나면서 분리됩니다. 선교활동 왕성하게 전개되면서 본당이 늘어나자 주교님이 본당에서 거행되는 모든 세례성사를 집전할 수 없게 됩니다. 점차로 본당 사제가 세례성사를 집전하게 되었지만, 마지막 부분인 두 번째 도유와 안수는 나중에 주교님이 본당을 방문할 때 거행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부분이 별도의 예식으로 분리되어 견진성사가 된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두 성사는 마치 이란성 쌍둥이처럼 아주 밀접한 연관 속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서『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세례와 견진, 성체성사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견진성사는 세례성사, 성체성사와 함께 ‘그리스도교 입문성사’의 하나이며, 이 입문성사들의 단일성은 지켜져야 한다.”(1285조) 이 단일성을 표현하기 위해서 견진 예식 중에 세례 서약이 갱신되고, 미사 중에 견진성사가 집전됩니다.

 

 

견진성사는 우리가 굳건한 신앙인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줍니다

 

견진은 세례성사의 은총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굳건하게 합니다. 그러면 견진성사의 특별한 은혜는 무엇일까요?『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견진성사는 “성령의 특별한 힘을 받아 그리스도의 참된 증인으로서 말과 행동으로 신앙을 전파하고 옹호하며, 그리스도의 이름을 용감히 고백하고 십자가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도록 해준다.”(1303항) 물론 세례성사를 통해서도 신앙을 사람들 앞에서 고백하고 선교 활동에 참여하는 은혜를 받는데, 견진성사는 성령의 능력으로 이 은혜를 더욱 증가시키고 견고하게 합니다.

 

성령은 당신의 특별한 은혜로써 한 사람이 그리스도의 참된 증인이 되게 하고 그분을 용감하게 고백하도록 도와주십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스승의 말씀을 잘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예수님의 이런 제자들에게 성령을 약속하시면서 성령이 오시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알려주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할 말이 아직도 많지만 너희가 지금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분 곧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요한 16,12-13) 성령의 도움으로 예수님의 말씀을 더 깊이 깨닫게 되어 그분의 참된 증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성령은 예수님을 용감하게 선포할 수 있도록 두려움을 극복하는 은혜를 선사해주십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스승을 끝까지 따르고자 했으나 막상 그분이 체포될 위험이 닥치니까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모두 도망쳐 버립니다.

 

제자들 중의 으뜸인 베드로조차 예수님을 세 번씩이나 배반합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에도 제자들은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다 떨쳐버리지 못합니다. 그들은 유다인들이 무서워서 문을 모두 닫아걸고 있었습니다(요한 20,19). 그런 제자들이 성령을 받게 되자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용감하게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을 구세주로 선포합니다(사도 2장).

 

오늘날도 성령께서는 복음의 진리를 깨닫고, 깨달은 바를 두려움 없이 선포할 수 있도록 특별한 은총으로 도와주십니다. 우리는 그 은총을 견진성사를 통해 선사받습니다. 

 

견진성사는 세례성사와 함께 그리스도교의 입문성사로서, 세례의 은총을 완성합니다. 따라서 견진성사를 받지 않고서는 그리스도교의 입문이 미완성의 상태로 남아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교의 입문이 완성되기 위해서, 다른 말로 하면 신앙이 성숙되기 위해서 견진성사는 분명 큰 의미가 있습니다.

 

성숙한 신앙인은 어떤 사람일까요? 사도 바오로는 신앙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 세 가지를 꼽습니다. “믿음과 희망과 사랑, 이 세 가지는 계속됩니다. 그 가운데 으뜸은 사랑입니다.”(1코린 12,13) 성숙한 신앙인이란, 이 셋을 잘 실천하는 사람, 곧 하느님께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간직하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한결같은 희망을 지니면서 성실하게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견진성사는 우리가 이런 성숙한 신앙인이 될 수 있도록 성령의 특별한 은혜를 선사해 줍니다. 이 은혜를 믿은 마음으로 받아들여 열매를 맺는 성숙한 신앙인이 많아질 때 교회도 영적으로 성숙할 수 있고, 교회를 통해 우리 사회도 좀 더 밝아질 것입니다. 견진성사의 은혜로 믿음과 희망, 사랑으로 무장된 신앙인들이 많아지기면 좋겠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4년 4월호, 손희송 베네딕토(신부, 서울대교구 사목국장, 서울 S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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