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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ㅣ교회음악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118번 골고타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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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3-07 ㅣ No.2298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7) 118번 골고타 언덕


황량한 곳에 넘치는 예수님 사랑 노래



1848년에 메이슨(L. Mason)과 웹(G. Webb)이 보스턴에서 출판한 찬송가. 118번 성가의 선율이 테너 파트에 나타나고 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골고타 언덕은 현재 많은 건물로 덮여 있지만, 예수님 당시에는 본래 채석장이었으며 여러 동굴이 곳곳에 자리한 삭막한 곳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예수님의 돌아가심은 황량하고 삭막한 곳에서 이루어졌다.

118번 성가는 돌과 바위로만 이루어진 황량했던 자리에 흘러넘친 예수님의 자비와 사랑을 기념하는 성가이다. 이 성가의 원곡은 ‘놀라운 십자가를 바라볼 때’(When I survey the wonderous cross)로 알려져 있다. 이 성가의 선율은 우리 성가책에 표기되어 있듯이 그레고리오 성가 선율에서 온 것이다.

16세기 루터를 필두로 시작된 종교개혁 작업의 일환에는 회중을 위한 성가 작업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그레고리오 성가 선율을 정률화(定律化)시키면서 박절감 있는 선율로 만들고, 가사도 라틴어가 아닌 자국어로 번역해서 회중들이 부를 수 있는 성가로 바꾸어 놓는 작업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예수 부활 대축일 부속가인 그레고리오 성가 ‘파스카 희생 제물’(Victimae Paschali Laudes)을 부활 시기용 회중 코랄이며 바흐의 칸타타 4번에 사용되기도 했던 ‘주 예수 우리 죄 인해 (Christ lag in todesbanden)’로 만든 것이다.

그레고리오 성가 선율을 이용하여 ‘함부르크’라 명명된 118번 성가의 선율을 만든 이는 미국 찬송가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메이슨(L. Mason, 1792~1872)이다. 이 선율은 1825년에 출판된 「보스턴의 헨델과 하이든 협회의 교회음악 모음집」 3판에 최초로 수록되어 있는데, 따라서 ‘그레고리오 성가 L. Mason 편곡’이 더 정확한 작곡자 표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성가의 가사는 누가 쓴 것인지, 원곡 가사를 번역한 것인지 혹은 창작된 것인지도 표기가 되어 있지 않다. 이런 누락이 오늘날에는 성가 발전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성가의 원곡 가사는 영국 찬미가의 아버지라 불리는 와츠(Isaac Watts, 1674~1748)가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6장 14절을 바탕으로 썼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가 1707년에 펴낸 찬미가집 「찬미가와 영가들 (Hymns and Spiritual Songs)」에 수록되어 있다.

그는 문학과 어학에 출중한 능력을 지녔던 시인 겸 성직자였는데, 그는 성경의 시편에 따온 가사들을 주송자나 독창자에 따르는 후렴구만을 되풀이하는 식으로 성가를 부르던 당시 찬미가의 무거운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600편이 넘는 찬미가 가사를 썼다.

이 가사들은 성경이나 교리의 내용을 교조적으로 기술하는 데서 벗어나 지극히 개인적인 신앙적 체험들을 바탕으로 쓴 최초의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와츠는 이를 ‘인간의 평정함에서 우러나온 찬미가’라 불렀는데, 이는 당시에 대중들이 부를 성가에 과연 개인의 신앙적 체험이나 고백이 찬미가의 바탕이 될 수 있느냐는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118번 성가는 단순한 선율 속에서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골고타를 마음속으로 조용히 응시하며 마치 명상기도를 바치듯이 부르는 성가이다.

[평화신문, 2016년 3월 6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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