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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복음으로 세상 보기: 오보라는 썩은 음식보다 진실과 선이라는 건강한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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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11-14 ㅣ No.1690

[복음으로 세상 보기] ‘오보’라는 썩은 음식보다 진실과 선이라는 건강한 음식

 

 

조국 장관 후보자 발표와 함께 정치권과 검찰과 언론이 대한민국을 뒤흔들었습니다. 조국 장관과 딸, 부인 등 가족들의 보도가 연일 끊이지 않았습니다. 모든 언론이 자고 나면 특종과 단독과 속보를 연일 쏟아냈습니다. 사실과 확인되지도 않은 의혹과 가짜 뉴스가 뒤섞여 매일 수 만 건의 뉴스를 만들어냈습니다. 한 인물을 중심으로 이렇게 많은 뉴스를 만들어낸 적이 일찍이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광풍이 불었습니다. 그리고 장관으로 임명된 다음에도 그 바람은 잦아들지 않았습니다.

 

한국 언론들은 처음부터 역대 최악의 장관 후보라는 오명을 덮어씌우고, 자기들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온갖 반인륜적 수단을 거리낌 없이 동원했습니다. 모든 언론이 일가친척 주변의 먼지 한 톨까지 샅샅이 털어 의혹거리를 스스로 생산한 뒤 기정사실인 양 유포했습니다. 또한 검찰과 야당의 일방적인 주장만 받아쓰며 당사자들의 해명이나 정확한 팩트 체크를 하지 않고 편향된 뉴스를 엄청나게 쏟아냅니다.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한쪽 방향으로 몰아간 것입니다. 하지만 백만 건이 넘는 보도로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지만 제대로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조국 장관만 사는 나라 같습니다. 민생이 걸린 돼지열병과 노동자들의 투쟁과 우리나라의 운명을 바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뉴스는 다 묻혀버렸습니다. 흉악범죄나 나라를 팔아먹은 반역범죄도 아닌데 왜 유독 조국 장관에 대한 기사는 넘쳐나고, 더 많은 의혹이 있는 사람들은 다뤄지지 않는지 참 이해하기 힘듭니다.

 

요즘 언론을 보면서 예수님의 죽음을 묵상해보게 됩니다. 예수님은 공생활 내내 기득권 세력이 만들어 내는 가짜뉴스와 온갖 음해에 시달렸습니다. 예루살렘에서 내려온 율법 학자들이 “예수는 베엘제불이 들렸다”고도 하고, “예수는 마귀 우두머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고도 하였습니다. 예수님이 사탄의 힘을 빌려 마귀를 몰아낸다는 가짜뉴스를 퍼트려 예수님을 궁지로 몰아가려했고, 군중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고 사탄으로 몰아갔습니다.

 

가짜뉴스가 가장 광기를 부린 것은 예루살렘 입성에서 재판에 이르는 과정입니다.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 자신의 겉옷을 벗어 깔고, 나뭇가지를 흔들며 “호산나”를 열열이 외치던 사람들이 불과 며칠 사이에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고 외쳐댑니다. 며칠 사이에 여론이 요동을 치며 뒤바뀐 것입니다. 그런데 그 여론을 만들고 몰아갔던 사람들은 누구였을까요?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여론을 형성해 예수님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세력들은 누구였을까요?

 

 

언론의 막강한 힘과 영향 때문에 교회는 언론의 올바른 역할 강조

 

이런 형태의 언론은 광기에 가깝습니다. 한 사람을 여론재판을 통해 범죄자로 만들고 죽음으로 몰아갔던 마녀재판을 연상시킵니다. 우리는 언론이라는 창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언론이 여론을 형성하고, 여론은 사람들을 어느 한 방향으로 몰아가고 움직이게 하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론을 제4의 권력이라고 합니다. 제4의 권력이란, 기자와 언론기관이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힘을 삼권분립에 빗대어 이르는 말입니다. 곧 언론기관은 정보를 전달하고 퍼뜨림으로써 여론에 큰 영향을 미쳐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에 비길만한 큰 권력을 가진다는 의미를 가리킵니다.

 

제4권력인 언론의 막강한 힘과 영향 때문에 교회는 언론의 올바른 역할을 강조해왔습니다.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에 ‘사회 매체에 관한 교령’을 포함시켰습니다. 이 교령에서 뉴스 취재와 보도에 대한 권리 혹은 정보의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고 명확히 하고 있지만 이 권리를 올바로 행사하려면 커뮤니케이션은 그 내용이 “언제나 진실하고 정의와 사랑을 지키며 완전해야”하고, 그 방법이 “공정하고 적절해야 한다”(6항)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세계 커뮤니케이션의 날’(홍보주일)도 1967년에 제정돼 매년 다양한 주제로 발표되어온 홍보주일 담화문을 발표합니다. 담화문은 사회 커뮤니케이션 매체들에 대한 올바른 활용 방안을 제시하고, 사회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교회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공의회문헌과 후에 발표된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회칙 ‘일치와 발전’(1971년)과 새로운 시대(1992년)를 토대로 한 가톨릭교회 교리서에서도 “대중 매체를 통한 정보 전달은 공동선을 위한 것이다. 사회는 진실과 자유와 정의와 연대 의식에 근거한 정보를 제공 받을 권리가 있다.”(2494항)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뉴스의 취재와 보도에서 인간의 정당한 권리와 존엄성 그리고 도덕률을 충실하게 지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언론인들에 대해서는 진실 전달에 이바지하고 사랑을 해치지 않을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면서 “사실의 내용을 중시하는 동시에 개인에 대한 비판의 한계도 중시하도록 힘써야 한다. 그들은 명예를 훼손하고 싶은 유혹에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2497항)고 강조합니다. 또한 “여론 조작을 목적으로 대중 매체를 통해서 거짓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는 어떤 경우라도 정당화할 수 없다. 이러한 개입으로써, 개인과 집단의 자유를 해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2498항)고 경고합니다.

 

 

언론의 가장 심각한 죄악은 ‘오보’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교회의 가르침에 기반을 두고 2018년 5월18일 이탈리아 외신협회 기자 400여 명과의 만남에서 겸손하고 자유로운 언론에 대해 역설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진실과 정의에 따라 일해주시길 강력히 권고합니다. 그래야 소통이 참으로 파괴가 아니라 세우는 도구가 되고, 충돌이 아니라 만남의 도구가 되고, 독백이 아니라 대화의 도구가 되고, 혼란이 아니라 방향제시의 도구가 되고, 오해가 아니라 이해의 도구가 되고, 혐오를 퍼뜨리는 게 아니라 평화 안에서 걷는 도구가 되고, 목소리 큰 사람들의 확성기가 아니라 목소리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되는 도구가 될 것입니다.”라며 기자와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교황은 기자들의 역할이 “진실을 찾는데 기여하고 오로지 진실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면서 겸손과 진실을 강조했습니다. 교황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편견이 진실을 가린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기사나 트윗, 생방송 등을 통해 선을 행할 수도 있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꼼꼼하지 않는다면 때로는 타인과 공동체에 해악을 끼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교황은 “자극적인 기사 제목이 현실을 거짓으로 진술하게 만든다고 말하는 한편, 기자들은 명백한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기사를 발행하려는 유혹에 저항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교황은 또 겸손한 기자란 “기사를 쓰기 전에 사실을 올바르고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며 많은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시대에서 “겸손이 오보라는 썩은 음식을 팔아넘기는 데서 여러분을 보호해주고, 진실의 선한 빵을 제공하도록 여러분을 초대할 것”이라며 겸손하고 자유로운 언론이 되라고 주문했습니다.

 

2014년 12월15일 바티칸 방송 관계자들과의 만남에서 교황은 의도적인 그릇된 정보의 유포(오보)와 비방과 명예훼손, 이 세 가지가 언론의 죄악이라고 명시하면서 비방과 중상이 윤리적으로 가장 무거운 죄악이지만 언론에 있어서 좀 더 심각한 것은 오보라고 강조했습니다. 오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진실의 한쪽 면만을 믿게 만들어 실수하고 잘못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진슬기 신부의 교황님 어록 중에서)

 

일명 조국사태로 드러난 언론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을 신문을 ‘찌라시’라고 부르고 기자들은 ‘기레기’라고 부르며 불신합니다. 왜 많은 사람들은 언론과 기자에 불신할까요?

 

언론 소비자인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의회 교부들은 매체 수용자들에게 올바른 선택을 요청했습니다. 정신적 손해를 끼치는 것, 남에게 악 표양이 될 수 있는 것,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고 나쁜 커뮤니케이션을 조장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사회 매체에 관한 교령 9)며 소비자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에서는 “사회는, 진리와 자유와 정의에 입각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2512항)고 명시합니다. 우리는 정확한 정보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시민이 잘 식별해 나쁜 언론을 감시하고 통제하고 몰아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9년 11월호, 이영우 토마스 신부(서울대교구 봉천3동(선교)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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