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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 청소년 현황과 실태, 찾아가는 사목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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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3-19 ㅣ No.116

[특집] ‘학교 밖 청소년’ 현황과 실태


사회와 교회, ‘잃은 어린양’ 찾아 ‘울타리’ 돼 줘야

 

 

올해 18살이 된 A군은 지난해 학교를 나왔다. 하루가 멀다고 친구들과 싸움을 하기 일쑤였고, 엄마가 학교로 불려 오는 일도 허다했던 것. 친구 관계로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렵게 되자, A군은 급기야 엄마에게 자퇴의 뜻을 밝혔다. 엄마는 검정고시 합격을 조건으로 아들의 뜻을 결국 들어줬다. 자퇴 3개월째 접어든 A군은 이제 막 검정고시 공부를 시작했다.

 

B(15)양은 최근 집을 나왔다. 이혼 후 아빠는 B양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폭행을 일삼았다. 단돈 2만 원을 들고 집 밖을 나온 B양은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아빠도 다시 보기 싫고, 학교도 다니지 않을 생각이다.

 

 

‘학교 밖 청소년’ 36만 명 추산

 

학교를 떠나는 청소년 숫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 이른바 ‘학교 밖 청소년’들이다. ‘학교 밖 청소년’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정규 학교를 이탈한청소년을 의미한다. A군처럼 학교는 관뒀지만, 검정고시를 준비하거나 대안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도 있고, B양처럼 어떠한 보호막 없이 학교와 집 밖을 전전긍긍하는 청소년들도 적지 않다. 이 밖에 가정 문제, 해외 유학, 질병, 부적응 등 다양한 이유로 청소년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8 교육기본통계’ 에 따르면, 2017년 한해 학업을 중단한 초ㆍ중ㆍ고등학생 수는 5만 명을 웃돈다. 100명 가운데 1명이 학업을 관두는 형국이다. 학령인구는 매년 줄어드는데 학업에서 이탈하는 청소년은 거꾸로 늘고 있다. 현재까지 집계된 ‘학교 밖 청소년’ 숫자는 약 36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학업 중단 후 사회적 소재를 파악할 수 없는 가출청소년이 2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지연(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보호복지연구실장은 “가출한 청소년들의 상당수가 가정폭력, 학대 등 위기에 노출돼 학업을 중단하고, 노숙하는 등 다면적 위기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을 무조건 비행 청소년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학교와 가정 밖 상황’에 놓인 사회 약자이자 취약 계층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검정고시와 대안학교 등을 통해 학업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가출청소년에 대한 보호와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선 이들은 범죄에 쉽게 노출된다. 집을 나온 청소년들은 또래끼리 ‘가출팸(가출 패밀리의 줄임말)’을 만들어 생활하기도 하고, 심한 경우 절도와 성매매에 빠지기도 한다. 합법적인 노동이 제한되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 각종 범죄에 발을 들이는 것이다.

 


아웃리치, 쉼터 운영으로 청소년 도와야

 

꼭 울타리 밖으로 나간다고 해서 불행해야 하는가? 최근 정부와 지자체는 정규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사회 안전망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은 2022년까지 ‘서울형 대안학교’를 확충해 8만 명에 이르는 서울 시내 ‘학교 밖 청소년’들이 공교육 수준의 학습 평등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계획안을 최근 발표했다. 또 올해 들어 전국 지자체들은 지역 내 학교 밖 청소년의 자립과 경제적 어려움, 범죄에 노출된 청소년을 지원키로 하는 각종 사업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안전한 보호 아래에서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선 아웃리치(거리 구호 활동), 쉼터, 대안학교, 자립 지원 등이 모두 필요하다. 현재 전국에 마련된 청소년 쉼터는 132개. 일시(24시간~7일 이내)ㆍ단기(기본 3개월~최장 9개월)ㆍ중장기(3년ㆍ1년 단위 연장) 쉼터로 나뉘며, 경기도 지역이 33개로 가장 많다. 그러나 무조건 청소년 쉼터를 늘릴 것이 아니라, 전문 인력과 사후 관리 확충, 학업과 취업 연계를 위한 전문성 강화 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살레시오 미래교육원 학교 밖 배움터 ‘바라지’ 교장 황철현 신부는 “기간별로 체계화된 쉼터는 가출청소년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며 학업과 취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며 “쉼터 교사들은 청소년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보호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회도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사목에 힘쓰고 있다. 살레시오회가 수탁 운영하는 ‘서울시립청소년드림쉼터’는 특히 가출청소년의 의식주를 돕고,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출청소년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얻을 수 있도록 다양한 상담ㆍ교육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자립을 위한 직업 교육도 시행하고 있다.

 

살레시오 미래교육원의 학교 밖 배움터 ‘바라지’와 원죄없으신 마리아 교육선교수녀회가 설립한 ‘자오나학교’는 학교와 가정을 나온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세상 속에 뿔뿔이 흩어진 ‘학교 밖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선 찾아가는 구호 활동인 ‘아웃리치’도 중요하다. 아웃리치는 청소년들이 오가는 번화가 등지에 이동 쉼터를 설치해 잃은 양을 찾는 그물망 역할도 한다. 위기에 처한 가출 청소년들에게 즉각 도움을 주고, 상담과 쉼터 연계, 법률 및 의료 지원도 가능하다. 아울러 유흥 문화에 노출된 청소년들을 안전한 공간으로 품을 수 있다.

 

안나의 집 대표 김하종(오블라띠 선교 수도회) 신부는 성남시 번화가에 ‘아지트’ 이동 쉼터를 설치해 4년째 학교 밖 청소년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아지트’ 담당 홍성철(오블라띠 선교 수도회) 신부는 “청소년 문제 예방과 자립을 위해선 제도와 정책도 중요하지만, 어른들이 먼저 그들의 눈높이에서 대화하고, 소통하며 친구가 되어주는 문화도 수반돼야 한다”고 전했다.

 

인천교구가 지원하는 가톨릭아동청소년재단은 청소년 쉼터 6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천 내 모든 쉼터가 연합해 아웃리치를 하기도 한다. 인천시 청소년 일시쉼터 ‘바다의 별’ 자립지원팀 이상수 대리는 “제도권을 이탈하거나 어려움에 처한 청소년들을 사회와 교회가 직접 찾아 나서지 않으면, 그들은 스스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구호 활동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가족 기능 회복’, 꾸준한 ‘눈높이 소통’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한다. 김지연(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보호복지연구실장은 “학교 밖 청소년 사업은 가족의 사랑과 보살핌, 믿음과 신뢰, 자기 정체성 등 청소년기에 반드시 경험하고 갖추어야 할 역량에 주안을 둬야 하며, 자립보다는 회복과 치유에 먼저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도 오는 5월 말 가톨릭 이동쉼터인 ‘서울아지트’를 개소해 울타리 밖 청소년들을 위한 본격적인 사목을 펼칠 계획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3월 17일, 이정훈 기자, 전은지 기자]

 

 

[특집] ‘학교 밖 청소년’ 찾아가는 사목 현장을 가다


거리의 아이들에게 피시방 · 노래방보다 더 즐거운 ‘천막 아지트’

 

 

교회 안에 대표적으로 ‘찾아가는 청소년사목’을 펼치는 곳이 있다. 가톨릭아동청소년재단이 운영하는 ‘인천시 일시 청소년 쉼터 꿈꾸는 별’(소장 이범영)과 김하종(안나의 집 대표, 오블라띠 선교 수도회) 신부가 4년째 운영 중인 ‘아지트’다. 거리로 나가 청소년들을 만나 그들의 눈높이에서 이야기 나누며, 그들을 위한 학교 밖 ‘제2의 울타리’가 돼주고 있는 현장을 다녀왔다.

 

- 인천 중구 인현동에 차려진 ‘꿈꾸는 별’의 아웃 리치 부스에서 학생과 상담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천시 일시 청소년 쉼터 ‘꿈꾸는 별’

 

“오늘 학교는 갔다가 여기 온 거지?”

 

7일 저녁 인천 중구 인현동의 한 광장. ‘꿈꾸는 별 찾아가는 거리상담’ 천막 안으로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들어오자, 활동가들의 환영 인사가 이들을 반긴다. 이들은 가톨릭아동청소년재단 ‘인천시 일시 청소년 쉼터 꿈꾸는 별’(이하 꿈꾸는 별) 활동가들이다.

 

활동가들은 학생들에게 간식을 나눠주고, 이야기도 들어주며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가 친구가 돼줬다. 학생들은 식판에 음식을 가져다 놓고 게임 이야기에 열을 올리기도 하는 등 일상 대화에 즐거워했다. 천막 안은 금세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들로 북적였다.

 

이날은 꿈꾸는 별이 청소년 가출 예방과 거리를 배회하는 청소년 보호를 위해 일주일에 두 번 펼치는 ‘아웃리치(Out reach, 찾아가는 구호 활동)’를 하는 날이다. 꿈꾸는 별은 학생들에게 다가가 친구가 돼주는 일과 함께, ‘탈 가정’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을 찾아내 가정으로 돌려보내고, 청소년 쉼터에 입소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곳을 찾은 청소년 대부분은 평범한 듯 보였지만, 이들 가운데엔 상처를 지닌 학생들도 있다. 가정사로 인해 중학교도 못 다녔던 한 학생은 꿈꾸는 별에서 중장기 쉼터를 소개받고, 결국 대입에 성공하기도 했다. 꿈꾸는 별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청소년을 만나기 위해 거리를 배회하는 청소년들을 찾아다니며 쉼터를 홍보하는 ‘순찰 활동’도 시행하고 있다.

 

이날 쉼터를 찾은 김지현(15, 가명)씨는 “쉼터에서는 집에서 말할 수 없는 고민도 다 말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꿈꾸는 별 이범영(에드몬드) 소장은 “가정 밖 청소년들의 경우 가정 내에서 폭력에 시달리거나 양육자의 무관심 등으로 끼니조차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청소년들도 많다”며 “우리의 관심과 복지가 필요한 아이들을 ‘문제아 집단’으로 치부하는 시선부터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 성남시 신흥역 앞에 차려진 이동식 청소년 쉼터 ‘아지트’는 매주 3차례 거리의 청소년 쉼터가 돼주고 있다.

 

 

아이들을 지켜주는 트럭 ‘아지트’

 

“어서 들어와요! 간식도 먹고, 몸도 좀 녹여요.”

 

7일 저녁 경기 성남시 신흥역 앞. 빨간 조끼를 입은 사회복지사들이 학생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하다. 즐비한 상점 간판들의 화려한 불빛 아래 홀로 설치된 천막. 이 지역 거리의 청소년들을 위한 자유 공간 ‘아지트’다. 아지트에선 이날도 교복 차림의 앳된 학생들의 수다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방황하지 말고, 내게 오라!’ 거리 청소년들을 향해 두 팔 벌려 따뜻한 품이 돼주는 ‘아지트’는 2015년 문을 열어 4년째 청소년을 위한 ‘길 위의 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지트는 ‘아이들을 지켜주는 트럭’의 줄임말. 노숙인 무료 급식소 ‘안나의 집’ 대표 김하종 신부가 학교 밖을 방황하는 학생들, 가정 폭력과 가출로 위기에 놓인 학생들을 만나 예방 및 해결을 돕고자 시작한 공간이다.

 

후원자들의 기부금 850만 원으로 시작한 아지트는 현재 성남시 지원금 1억여 원을 포함해 연 예산 3억 원으로 운영되는 이동식 청소년 공간으로 거듭났다. 아지트는 매주 수~금요일 오후 6~12시 신흥역, 야탑역 등지에서 불을 밝힌다. 어느새 신흥역에서만 하루 70여 명 학생이 다녀가는 ‘진짜 아지트’가 됐다.

 

청소년 누구나 환영. 빵과 음료수 등 간식과 보드게임 모두 공짜다. 단골 학생들은 “아지트가 열리는 날이면 피시방, 노래방도 안 간다”, “부모님도 아지트에 간다면 안심하신다”고 할 정도다.

 

아지트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상담소’다. 말 못할 고민이 있는 학생들은 상주 중인 상담가와 함께 천막 뒤 ‘아지트 이동 버스’에서 대화를 나누고 해결점을 찾아간다. 가정 폭력과 가출, 학업, 친구 관계 어려움을 겪는 수많은 청소년이 힘을 얻고 있다. 학업ㆍ진로ㆍ의료ㆍ법률 상담과 교육도 열린다. 당장 가정 복귀가 어려운 ‘위급한 학생’들은 안나의 집이 운영하는 단기ㆍ중장기 쉼터에 머물 수 있다. 거리의 아지트가 학교 밖 위기 학생들을 보호하는 ‘다리’가 되고 있다. 김보현(23, 가명)씨는 “고등학생 때 가출하려는 친구가 있다고 아지트 선생님께 말씀드리니 바로 쉼터로 연결해주시고, 세심하게 신경 써 주셔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하종 신부에 이어 아지트를 담당하는 홍성철(오블라띠 선교 수도회) 신부는 “아지트는 청소년들의 친구이자, 위기 청소년 발굴과 예방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인근 중고등학교 3곳에 아지트 홍보도 나가 사회와 맞닿은 청소년사목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하종 신부 인터뷰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뭘까요? 돈 아닙니다. 바로 동반자입니다.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 게임도 같이 즐기고, 이야기 들어줄 수 있는 친구가 우선 필요합니다. 아지트는 청소년들의 동반자입니다.”

 

이날 아지트 천막 안에서 만난 김하종 신부는 “아이들은 집에서도 꺼내지 못하는 고민을 아지트에 와서 털어놓고 우리와 친구가 된다”며 “청소년 정책과 제도, 쉼터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우선 필요한 것은 그들 이야기를 들어줄 어른들의 마음”이라고 전했다.

 

김 신부는 철저히 교회 가르침을 사회 현실과 접목해 ‘아지트 사목’을 운영하고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교회가 사람들을 위한 야전병원이 돼야 한다’고 말씀하셨죠. 그 말씀따라 아지트가 청소년들을 위한 야전병원이 됐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뒤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에게 친히 나타나 동반자가 돼주셨지 않습니까. 예수님께서 한 마리 잃어버린 양을 위해 찾아 나서라고 하셨듯이 아지트 또한 울타리 밖 청소년들을 만나기 위해 시작한 겁니다.”

 

김 신부는 “아지트는 정부와 청소년 기관이 돌보지 못하는 수많은 학생을 찾아 나서기 위해 시작한 것”이라며 “교회가 하는 청소년사목도 찾아 나서는 형태로 전환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 정부와 학교, 어른들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사랑의 씨앗을 심어주는 작업을 해야 한다”며 “아지트도 열심히 청소년들에게 사랑과 희망의 씨앗을 심어줄 것”이라고 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3월 17일, 이정훈 기자, 장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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