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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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주님의 기도와 교부들: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아버지의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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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2-23 ㅣ No.1277

[주님의 기도와 교부들]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아버지의 것입니다 아멘

 

 

주님의 기도의 마감 기도

 

우리는 그동안 ‘주님의 기도’의 일곱 가지 청원에 대해 살펴보았다. 주님께서 친히 가르쳐 주신 주님의 기도는 마태오 복음과 루카 복음 두 곳에 수록되어 있는데, 마태오 복음에서는 산상 설교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6,9-13). 이와 달리 짧은 형태로 전해져 오는 루카 복음의 주님의 기도는 산상 설교 밖에 자리를 잡고 있다.

 

오늘 살펴보는 마감 기도는 루카 복음에는 없고, 오로지 마태오 복음서의 몇 필사본에서만 발견되고, 이 마감 기도가 초대 교회의 전례문 안에 자리를 잡게 되어 오늘날 「로마 미사 경본」에 수록되어 있다. 그 사실을 「디다케」(열두 사도들의 가르침)가 알려 준다(8,2).

 

신자들은 하루에 세 번 주님의 기도를 드린 다음에 마감 기도로 마무리한다(「디다케」, 8,3).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그리고 주님의 기도의 가장 합당한 위치인 미사 중에 한 번 바친다.

 

마태오 복음서에는 “하늘에 계신 저희 아버지”(6,9)라고 부르고, 루카 복음서에는 그냥 “아버지”(루카 11,2)라고만 되어 있다. 초대 교회에서는 “아버지”라고만 불렀던 사실을 로마서(8,15)와 갈라티아서(4,6)을 통하여 알 수 있다. 그 뒤 전례 기도문이 완성되면서 유다교 출신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좀 더 친근한 마태오가 “하늘에 계신”이란 수식어를 붙여 주님의 기도 형태가 정착되어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주님의 기도의 가치

 

테르툴리아노 교부는 주님의 기도를 “전 복음의 짧은 요약”이라고 표현하였다(「기도론」, 1,1). 아우구스티노 교부는 주님의 기도가 우리가 날마다 짓는 죄를 용서받는 방법이라고 강조하였다(「신국론」, 21,27).

 

치프리아노 교부는 주님의 기도의 ‘가치’에 대하여 이렇게 설명했다. “당신 백성의 구원을 위해 주신 여러 가지 유익한 신적 권고의 명령들 가운데 그분 친히 직접 권해 주신 기도의 양식이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청해야 하는지를 그분 친히 우리에게 지시하셨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우리를 살게 하시는 분이 우리에게 기도하는 법, 곧 그분의 선하심에 힘입어 무엇을 합당하게 청하여 얻을 수 있는지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성자께서 가르쳐 주신 그 기도문으로 성부께 청함으로 그 청이 더욱 쉽게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기도 외에 어떤 영적인 기도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것과 다르게 기도하는 것은 무지일 뿐 아니라 잘못된 일입니다. … 그러므로 형제 여러분, 스승이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대로 기도합시다. 하느님께서 좋아하시고 그분에게 친숙한 기도는 그분에게서 나온 기도이고, 이 기도는 그리스도의 기도를 그분의 귀로 올라가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기도할 때 성부께서는 우리 마음 안에 계시고 그분 친히 우리의 목소리 안에 계시니 말입니다. 그분은 성부 앞에서 우리의 죄를 위해 간구하시는 변호자이십니다(1요한, 2,1-2 참조). 따라서 우리가 죄인일 때 우리 변호자의 말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우리 자신이 우리 죄의 용서를 직접 청하게 됩니다.

 

그분께서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분께서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요한 16,23)라고 말씀하셨으니, 우리가 그분의 기도로 청할 때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청하는 모든 것을 더욱 효과 있게 얻게 되지 않겠습니까?”(「주님의 기도 해설」, 2-3).

 

베네딕토 성인은 「수도 규칙서」에서 날마다 성무일도의 아침 기도와 저녁 기도를 마감할 때 장상이 주님의 기도를 선창하여 바치는 일이 빠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13장; 17장).

 

 

나라와 권능과 영광

 

주님의 기도는 우리 신자들을 주님의 자녀로 만드시고 당신의 축복을 받게 하시려는 하느님 아버지의 나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 주었다. 곧 하느님 친히 사랑으로 다스리시는 은총 안으로 우리를 초대하셨다. 이보다 더 큰 유산이 있을 수 없다.

 

잠시 동안 계속되는 세상의 재물이나 영예를 물려받는 일도 바랄만한 일이겠지만, 하느님의 아들딸이 되어 아무도 줄 수 없는 천상의 영원한 행복을 누리는 선물을 하느님께 받는 것은 참된 영예요 최고의 상급이다.

 

우리 주님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골고타 언덕에서 당신의 십자가 위에서 희생 제물이 되시어 우리의 죄를 씻으시고 모든 것을 회복시켜 주시어 우리를 다시 하느님의 품 안에서 사랑받는 자녀로 일으켜 세워 주셨다.

 

주님께서는 마귀의 세력을 물리치시고 죽음의 권세를 꺾으시고 승리하신 분, 권능의 주님이시며 영광의 주님이시다! 우리 신자들은 주님의 나라를 찬양하고 주님의 권능과 영광을 기리며 장차 그 안에 들어가기를 고대하며 아직 이 세상 안에서 살아가는 중이다.

 

날마다 우리가 주님의 기도의 가르침에 따라 아버지의 뜻을 이루고자 하는 효성심으로 그분의 이름을 현양하는 방식으로 살면(제1청원), 그것이 바로 아버지의 나라, 곧 그분의 다스리심을 받아들이는 것이고(제2청원), 그분의 다스리심을 받아들임으로써 또한 아버지 하느님의 이름을 거룩히 빛내는 결과를 내는 것이다(제3청원).

 

이렇게 주님의 기도는 그 청원의 순서가 하나씩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지만, 또한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효과를 내어 일치를 이루는 것이기도 하다.

 

 

주님의 기도의 완성

 

주님의 기도 안에 실린 일곱 가지 청원은 이미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졌으나, 아직도 우리 안에서는 완성되어야 하는 내용이다. 우리에게 기도를 가르쳐 주신 그리스도께서는 동시에 그 기도의 완성도 선물하신다.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속하는 아버지와 함께 그리스도께서는 은혜로 통치하고 계신다. 천상의 영광을 바라볼 수 있었던 요한 사도는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와 바다에 있는 모든 피조물, 그 모든 곳에 있는 만물이 외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어좌에 앉아 계신 분과 어린양께 찬미와 영예와 영광과 권세가 영원무궁하기를 빕니다.’ 그러자 네 생물은 ‘아멘!’ 하고 화답하고 원로들은 엎드려 경배하였습니다”(묵시 5,13-14).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는 이렇게 설명한다. “예수님께서는 이제 우리에게 용기를 주시어, 임금이신 주님에 대한 말씀으로 일으켜 세우십니다. ‘주님께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있나이다. 아멘.’ 주님은 모든 것들을 누르시는 힘 있는 임금으로서 우리는 그분의 지도를 받아 악마와 싸웁니다. 그분이 다스리시면 우리는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분을 대적할 존재가 없고 그분의 통치를 나눌 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주님께 나라’라는 표현으로 우리의 반대자가 그분께 굴복하였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주님께 권능’이라는 표현은 우리가 너무나 약하다 해도, 우리를 통하여 모든 것을 쉽게 바로잡을 수 있게 해 주시는 임금님을 모시고 있다는 의식으로 ‘영원무궁토록’ 용감히 일어설 수 있는 것입니다”(「마태오 복음서 강해」, 19,13,6).

 

그동안 성경에 나오는 주님의 기도를 교부들의 가르침과 연관 지어 살펴보았다. 주님의 기도야말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친히 가르쳐 주신 기도이기 때문에, 기도 가운데 가장 참된 기도이며, 최고의 모범적 기도이다.

 

우리가 더욱더 큰 정성을 가지고 주님의 기도를 드리고 하느님의 자녀로서 아버지의 뜻을 따른다면, 예수님께서 가신 길을 우리도 따라 걷는 것이며, 확실히 주님의 인도를 받아 아버지께로 나아가게 될 것을 믿는다!

 

* 한 해 동안 ‘주님의 기도와 교부들’을 집필해 주신 장인산 신부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

 

* 장인산 베르나르도 - 청주교구 신부. 원로 사목자로 강화꽃동네 성녀 헬레나 성당에서 통일을 기원하며 지낸다. 독일 본대학교에서 교부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대구가톨릭대학교와 대전가톨릭대학교 교수를 지냈다.

 

[경향잡지, 2018년 12월호, 장인산 베르나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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