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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천주교 서울 순례길 총 44.1㎞, 말씀 · 생명 · 일치의 길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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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9-23 ㅣ No.1789

‘천주교 서울 순례길’ 총 44.1㎞, 말씀 · 생명 · 일치의 길을 가다

 

 

‘천주교 서울 순례길’(이하 서울 순례길)은 2013년 9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선포한 후 9월 14일 아시아 최초 교황청 공식 승인 국제 순례지가 되기까지 지난 5년간 가꾸고 정비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실제 5년 전 처음 서울 순례길로 선포됐을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 서울 순례길은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순례길 길이가 변동된 것은 물론 안내 표석이 곳곳에 세워졌고 순례길에 위치한 성지와 기념 공간, 역사 유적들이 새로운 면모를 갖춰 나갔다. 서울 순례길의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 선포의 의미를 되새기며 신자들과 시민들의 순례를 보다 활성화 하기 위해 1코스 ‘말씀의 길’, 2코스 ‘생명의 길’, 3코스 ‘일치의 길’로 구성된 서울 순례길을 소개한다.

 

 

1코스 ‘말씀의 길’ 주교좌명동대성당~가회동성당 8.7km, 도보 약 3시간 소요

 

서울 순례길의 시작인 1코스 ‘말씀의 길’은 한국 천주교회의 상징인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중구 명동길 74)에서 출발해 초창기 교회 역사의 중요인물인 김범우(토마스)의 집이 있던 곳으로 추정되는 장악원터(중구 을지로 66 KEB하나은행 본점 앞), 한국 천주교회가 시작된 곳으로 평가되는 이벽(요한 세례자)의 집터(종로구 청계천로 105 두레시닝 건물 앞), 박해시기 많은 신자들이 고초를 겪고 순교한 좌포도청터(종로구 돈화문로 28 지하철 3호선 종로3가역 9번 출구 앞), 포도청 옥터 순교성지 종로성당(종로구 동순라길 8), 서울 순례길 조성 과정에서 점차 조명되고 있는 광희문순교성지(중구 퇴계로 348), 한양도성 서울성곽길, 성 김대건 신부 유해를 모신 가톨릭대 성신교정(종로구 창경궁로 296-12), 복자 주문모 신부가 세례를 주는 데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북촌한옥마을 석정보름우물(종로구 계동길 110), 역시 주문모 신부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가회동성당(종로구 북촌로 57)에서 마무리된다.

 

 

2코스 ‘생명의 길’ 가회동성당~중림동약현성당 5.9km, 도보 약 3시간 소요

 

서울 순례길 2코스 ‘생명의 길’은 박해시기 신앙선조들이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모진 고초를 겪고 목숨까지 바쳤던 순교의 현장들을 걸으며 ‘참 생명’의 의미를 묵상할 수 있는 길이다. 

 

2014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순교자 124위를 시복했던 광화문 시복터(서울 광화문광장 북측)에서 형조터(종로구 세종대로 175), 의금부터(종로구 종로 47 SC제일은행 본점 앞), 전옥서터(종로구 종로1가 지하철 1호선 종각역 6번 출구 화단), 우포도청터(종로구 종로1가 6 광화문우체국 화단 앞), 경기감영터(종로구 새문안로 9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중구 칠패로 5)를 지나 중림동약현성당(중구 청파로 447-1)에서 끝난다. 

 

생명의 길을 이루는 광화문 시복터를 비롯해 모든 지점들이 과거에는 조선왕조의 핵심 관청들이 있던 곳, 다시 말해 신앙 선조들을 박해하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한국교회 역사와 생명을 증언하는 곳으로 변모했다.

 

 

3코스 ‘일치의 길’ 중림동약현성당~삼성산성지 29.5km 도보 · 차량(대중교통) 이용 병행 필요

 

서울 순례길 3코스 ‘일치의 길’은 말씀의 길이나 생명의 길보다 훨씬 긴 구간으로 이뤄졌다. 긴 순례길을 걷고 이동하며 교회의 일치를 기도한다는 취지를 지닌다. 

 

기해박해(1839년) 때 처형된 순교자 가운데 9명의 성인과 1명의 복자(이성례 마리아)가 탄생한 당고개순교성지(용산구 청파로 139-26),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치명한 새남터순교성지(용산구 이촌로 80-8), 수없는 천주교 신자들이 목이 잘려 순교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절두산순교성지(마포구 토정로 6), 성 앵베르 주교, 모방, 샤스탕 신부가 묻혀 있었던 노고산성지(마포구 백범로 35 서강대 가브리엘관 앞), 배론신학당의 후신인 용산성심신학교(용산구 원효로 19길 49 성심여자고등학교 내), 군종교구청과 접해 있는 왜고개성지(용산구 한강대로 40길 46)에 이어 한강을 넘어 오면 성 앵베르 주교, 모방, 샤스탕 신부 등 3명의 성인을 모셨던 곳이라 해서 이름붙여진 삼성산성지(관악구 호암로 454-16)에서 일치의 길은 완성된다.

 

 

[가톨릭신문, 2018년 9월 23일, 박지순 기자]

 

 

‘천주교 서울 순례길’ 국제 순례지 선포 기념행사


함께 걷자, 순교 신심 빛나는 영광의 길... 선포식 앞두고 학술심포지엄 등 기념행사

 

 

- 9월 14일 오전 서울 서소문 역사공원, 순교성지에서 거행된 ‘천주교 서울 순례길’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 선포식에 참가한 신자들이 순례길 안내 영상을 관람하고 있다.

 

 

‘천주교 서울 순례길’(이하 서울 순례길)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9월 14일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로 선포됐다. 서울대교구와 한국교회는 물론 아시아교회와 세계교회에도 의미가 큰 경사였다. 서울대교구는 서울 순례길의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 선포를 기념해 9월 10~15일을 ‘한국 순례 주간’으로 정하고 교황청과 아시아 13개국 주교단, 아시아 9개국 청소년 대표 등을 초청해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행사 이모저모를 소개한다. 

 

 

아시아교회 지도자들 ‘천주교 서울 순례길’ 걸어

 

서울 순례길의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 선포식(9월 14일)에 앞서 9월 11일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살바토레 피시켈라 대주교, 아시아 가톨릭교회 지도자들은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함께 오전 8시40분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출발해 오후 5시20분경 마지막 도착지인 서울 절두산순교성지까지 서울 순례길을 순례했다. 

 

국제 순례지 선포 교황청 주무관청 대표자인 피시켈라 대주교는 서울 순례길을 걸어 본 소감에 대해 “만족스럽고 감동적이었고, 한국 순교자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며 “아시아 주교들과 함께 한국의 순교성인들을 기억하는 순례길을 걸어 기뻤다”고 말했다.

 

순례를 마치며 절두산성지 성당에서 봉헌한 미사는 필리핀주교회의 의장 로물로 발레스 대주교(필리핀 다바오대교구장)가 주례했다. 발레스 대주교는 강론에서 광희문순교성지를 바라본 소감을 전하며 “한국 순교자들이 하늘로 올라가기 위한 준비를 지상에서 꾸준히 하셨으니 한국 신자들도 열심히 순교자들의 본을 따르자”고 당부했다.

 

 

국제 순례지 선포 의미 살펴본 국제학술심포지엄 

 

‘아시아의 문화적 전통과 그리스도 신앙’ 국제학술심포지엄이 9월 13일 오후 1시30분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렸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한국·중국·말레이시아교회의 특색과 전망에 대한 발표,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는 염 추기경,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등이 함께했다.

 

말레이시아 페낭교구 총대리 마이클 체아 신부는 “말레이인, 중국인, 인도인, 유라시아인 등 다인종적 구성은 말레이시아 인구의 독특하고 고유한 특징”이라며 “민족적 관습, 문화, 전통 그리고 언어가 다양하게 공존한다”고 말레이시아교회를 소개했다. 이어 “말레이시아교회는 종교 자유와 종교간 대화에 중점을 두면서 큰 성장을 이뤘다”고 말했다.

 

대만 보인대학 역사학과 첸팡충 교수는 중국교회에 대해 소개했다. 첸 교수는 “중국인들에게 그리스도 신앙이 중국문화에 실제로 무해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다양한 종교 상태 속에서 그리스도 신앙을 중국 윤리종교 체계 속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에 대해서는 고려대 조광(이냐시오) 명예교수가 발표했다. 조 교수는 “조선의 문화는 충효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버릴 수 있다고 가르쳐 왔다”며 “우리 교회사에서 등장하는 순교는 우리 문화와 그리스도교 신앙의 어우러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김정숙 여사가 9월 13일 오후 서울대교구 역사관에서 염수정 추기경, 아시아 주교단과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영부인 김정숙 여사, 아시아 주교단과 환담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 부인 김정숙(골룸바) 여사는 9월 13일 오후 5시30분 서울대교구 역사관에서 염 추기경과 아시아 주교단, 슈에레브 대주교, 피시켈라 대주교, 유흥식 주교(대전교구장),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등과 만나 환담했다. 

 

김정숙 여사는 “서울 순례길을 국제 순례지로 선포해 한국 순교자들의 희생을 세계인이 기억할 수 있도록 힘써 주신 염 추기경님과 관계자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10월 문 대통령과 교황청을 방문할 계획을 전하며 “주교님들의 기도가 남편과 저에게 큰 힘이 되는데 앞으로도 많은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살바토레 피시켈라 대주교(오른쪽)에게 교령을 전해받은 염수정 추기경이 신자들을 향해 교령을 들어보이고 있다.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 선포식

 

서울 순례길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 선포식은 9월 14일 오전 10시 서울 서소문 역사공원, 순교성지에서 열렸다.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축하공연 등 식전 행사에 이어 오전 10시 염 추기경 주례 감사 미사, 선포 교령 낭독과 전달, 교황 축복장 수여식, 축하식 등이 마련됐다. 

 

염 추기경은 감사 미사 강론에서 “교구 직권자에 의한 교구 순례지, 한국주교회의에 의한 국가적 순례지를 넘어 국제 순례지가 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서울대교구는 순례지가 새 복음화의 원동력이 되도록 유기적인 순례지 사목을 촉진하기 위해 서울 순례길을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로 조성했다”고 말했다. 또한 “국제 순례지가 된다고 그것이 곧바로 세계적인 순례지로서의 명성을 얻는 것은 아니어서 널리 알리고 돌보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들이 지속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미사에 이어진 선포식에서 피시켈라 대주교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위에 기초하고 한국의 순교 성인들과 복자들의 귀한 피로써 강하게 생동적이고 강화된 신자들의 신앙과 봉헌과 신심을 더욱 발전시키길 원하면서” 서울 순례길을 국제 순례지로 승인, 반포한다는 내용의 교령을 낭독한 뒤 선포 교령을 염 추기경에게 전달했다. 염 추기경이 교령을 들어 신자들에게 보이자 큰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오면서 선포식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가톨릭신문, 2018년 9월 23일, 우세민 · 박지순 기자, 최현경 명예기자, 사진 박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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