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신앙] 생각하는 신앙: 내 안에 행복의 열쇠가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5-03 ㅣ No.1154

[생각하는 신앙] 내 안에 행복의 열쇠가

 

 

생각하는 신앙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계획하고 이끌어가는 주도적이고 의식적인 신앙입니다. 자신의 삶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듣고 스스로 응답할 수 있는 능동적 신앙입니다

 

 

닭이 된 독수리

 

어찌 된 영문인지, 독수리 한 마리가 닭들 틈이 끼어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스스로를 닭인 줄로만 알고 살았던 독수리는 세월이 흘러 매우 늙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먼 하늘을 금빛 날개를 펼치고 유유히 날고 있는 큰 새 한 마리를 봅니다. 경이에 찬 독수리는 묻습니다. “저분은 누구시지?” 그러자 친구 닭이 답합니다. “저분은 새들의 왕이신 독수리님이셔. 너와 나랑은 다른 분이지.” 그 말에 풀이 죽어 고개를 숙인 독수리는, 끝까지 자기를 닭인 줄로 여기며 죽고 맙니다.

 

「종교 박람회」라는 책에 실린 이 슬픈 독수리 이야기는, 실은 우리 각자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슬프게 생을 마감하는 비극의 주인공이라고 말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저 먼 하늘 위로 멋지게 날아오를 수 있는 존재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날개를 접어둔 채 살지만, 바라기만 하면 언제든 멋지게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는 엄청난 존재임을 일깨워주는 것입니다.

 

신앙은 죄로 인해 잃어버린 자녀로서의 품위를 되찾아가는 여정입니다. 여러 이유로 날개를 접은 채 살지만, 언젠가 때가 되면 저 높은 하늘 위를 멋지게 날 수 있음을 믿고 준비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과의 새로운 관계

 

우리가 종종 잊고 사는 진리 하나가 있다면, 하느님께서는 살아있는 사람, 생각하고 물음을 던지며, 고민하고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사람을 바라신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는 길을 계획하고 그 길로 우리를 강제로 끌고자 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당신 자녀들이 자신의 고유한 삶을 찾기를 바라십니다. 당신은 우리를 지으실 때 각자를 위한 고유한 계획을 갖고 계셨습니다. 우리와 함께 그 계획을 찾고 실현해가기를 바라십니다.

 

부모의 뜻에 강압적으로 순종하는 자녀보다는 자유롭고 기쁘게 살며 부모의 사랑에 응답하는 자녀가 부모에게 큰 기쁨이듯, 하느님도 우울한 얼굴로 복종하는 자녀가 아닌, 당신의 사랑을 알아보고 그 사랑으로 기쁨에 겨워하는 자녀를 바라십니다. 하느님의 눈에 우리는 모두 유일한 역사이며 소중하고 고귀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우연히 왔다 사라지는 허망한 존재가 아닌, 하느님께서 바라시고 사랑의 친교를 맺기 위해 존재하는, 당신의 거룩한 자녀입니다.

 

 

나 자신의 삶

 

우리는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살고픈 열망을 갖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나 아빠 혹은 배우자로서가 아닌, 자신의 고유한 이름을 불러주기를 바랍니다. 물론 그것은 소중한 가족과 친구와 관계를 끊고 자기만의 삶을 찾아 떠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나의 삶을 잃은 채 종처럼 사는 우울한 나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은 내가 나 자신이기를, 나의 삶을 의미가 충만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하느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의 불행하고 우울한 삶을 선택한 것은 어쩌면 나 자신일지 모릅니다. 그 어느 누구도 나에게 이 삶을 강요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두 아들의 대조되는 결말

 

‘되찾은 아들의 비유’(루카 15,11-32 참조)에서 두 아들의 엇갈린 운명은 많은 묵상거리를 줍니다. 작은 아들은 배은망덕했지만, 긴 여정 끝자락에서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고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아들로 새롭게 날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아버지의 집에 머물었던 큰 아들은 아버지가 차려준 잔칫집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는 아들이었지만 스스로를 ‘종’으로 자처하였으며, 동생을 받아준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작은 아들처럼 아버지의 사랑을 찾아 떠났습니까? 그 사랑을 발견하고 기쁨에 겨운 자유로운 자녀의 삶을 살고 있습니까, 아니면 큰 아들처럼 질투심에 사로잡혀 우울하게 종처럼 살고 있습니까?

 

신앙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형식적인 의무사항 준수가 아닙니다. 삶에 추가로 부과된 짐도 아닙니다. 신앙은 ‘빛이요 힘이며 행복이요 은총’입니다.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우리가 이웃과 더불어 당신 안에서 기쁨 충만한 삶을 사는 것입니다. 우리의 태도에 따라 신앙과 삶의 모습이 달라집니다. 행복의 열쇠는 다른 곳이 아닌 바로 내 안에 있습니다.

 

[외침, 2018년 4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한민택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1,286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