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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톨릭 영성을 찾아서61: 14세기 (2) 하인리히 소이세 및 여성 신비체험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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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2-04 ㅣ No.1104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을 찾아서] (61) 14세기 ② 하인리히 소이세 및 여성 신비체험가들


그리스도의 오상(五傷)을 공경하다

 

 

하인리히 소이세.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와 쾰른(Kln) 등, 라인(Rhein)강 주변 도시 지역을 묶어 일컫는 ‘라인랜드(Rheinland)’에서 활약했던 도미니코회 신비신학자들의 사상은 점점 독일 내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한편 도미니코회 신비신학자들은 마이스터 에크하르트(Meister Eckhart, 1260~1328)의 사상에서 지적받은 이단적인 요소들을 제거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잊지 않았습니다.

 

 

도미니코회 신비신학자들의 사상을 접한 소이세

 

남독일 보덴 호수(Bodensee) 북쪽 위버링겐(berlingen) 혹은 남쪽 콘스탄츠(Konstanz) 출신이라고 알려진 하인리히 소이세(Heinrich Seuse, 1295/97~1366)는 신심이 깊었던 어머니 쉬스의 메히틸트(Mechthild von Ss)에게 신앙을 배우면서 성장했기에 어머니의 성(姓)을 따랐습니다. 소이세는 13세에 콘스탄츠의 도미니코회 수도원에 입회했으며, 기본적인 철학과 신학을 함께 공부했습니다. 1319년부터 스트라스부르의 관구 학교로 옮겨 계속해서 신학을 공부했고 1324년부터는 쾰른에 수도회 대학으로 옮겨 신학 교육을 마무리했습니다. 아마도 이 시기 두 도시에서 소이세는 에크하르트의 강의를 접했으며 에크하르트의 소송도 목격했을 것이고, 요한네스 타울러(Johannes Tauler, 1300~1361)와도 만났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1327년 콘스탄츠 수도원으로 돌아온 소이세는 강사로 임명받고 수도자들을 가르치며 집필 활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소이세의 가르침이 에크하르트의 사상과 연결되고 그의 작품이 에크하르트를 옹호하는 논조로 집필되자, 에크하르트에 대한 교황청 판결 이후인 1330년 에크하르트를 반대하는 입장에 있던 사람들은 소이세마저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소이세는 몇 년 후에 수도원 학교 강사직을 사임하고 수도생활에 매진했습니다. 이때 소이세는 다양한 신심 운동을 접했으며, 도미니코회 수녀원 및 베긴회를 돌보았고, 평신도 공동체의 영성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한편 소이세는 교황 요한 22세(Ioannes PP. XXII, 재임 1316~1334)와 신성로마제국 황제 루트비히 4세(Ludwig IV, 재위 1328~1347)와의 갈등으로 1339년 자신이 머물던 수도원의 수도자들과 함께 콘스탄츠를 떠나 피란을 갔습니다. 하지만 피란 시기가 끝나가던 1347년경 소이세는 근거 없는 모함으로 울름(Ulm)의 도미니코회 수도원으로 옮기게 되었고, 그곳에서 여생을 보냈습니다. 소이세는 피란 시기와 울름 수도원 체류 시기 동안에 자신의 자서전에 해당하는 작품을 저술했습니다.

 


이론과 실천의 조화를 이룬 신비신학을 전개한 소이세

 

소이세는 저서 「진리의 책(Das Bchlein der Wahrheit)」에서 신비체험의 이론적인 측면을 언급했습니다. 즉, 자신마저도 놓아두고 있으면 신과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에크하르트가 버리고 떠나 있으라고 언급한 것과 유사했습니다. 하지만 소이세는 에크하르트의 오류를 보완하려고 바르게 놓아두고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소이세는 바르게 놓아두고 있는 사람이란 비차이성과 차이성을 구별할 수 있어서, 신과 하나가 되더라도 비차이성 속에서 차이성을 인식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에크하르트가 신과 하나 되었을 때에 차이성을 인정하지 않고 비차이성만 강조함으로써 범신론으로 비친 것을 소이세는 이렇게 극복하려 했습니다.

 

- 스웨덴의 비르지타.

 

 

한편, 소이세는 저서 「영원한 지혜의 책(Das Bchlein der ewigen Weisheit)」에서 신비체험의 실천적인 측면을 언급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면서 고난당한 예수의 인성을 깨달아야 창조되지 않은 신성을 깨닫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인간 영혼이 선행을 실천하면 하늘나라를 바라볼 수 있는 부차적인 기쁨을 누리게 되지만, 신의 은총을 통해 영혼과 신성이 일치하는 것이야말로 본질적인 행복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이세는 저서 「생애(Vita)」에서 인간의 영정을 초보, 진보, 완성의 3단계 길로 설명했습니다. 초보 단계에서 스스로 택한 고통을 체험하고, 진보 단계에서 남에게서 받은 고통을 체험하는데, 완성 단계에서 모든 고통을 넘어서서 놓아두고 있는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의 고통을 체험하는 여성 신비체험가들

 

도미니코회 신비신학자들이 신비체험에 대해 가르치고 있는 동안에 여성 수도자들과 평신도들은 그들의 영성생활 안에서 다양한 형태의 신비체험과 마주했습니다. ‘지극히 거룩한 구세주 수도회(Ordo Sanctissimi Salvatoris)’를 설립한 스웨덴의 비르지타(Birgitta of Sweden, 1303~1373)는 가난한 자와 병자들을 돌보고 기도생활을 실천하는 데 자신을 봉헌했습니다. 비르지타는 어린 시절 및 결혼 시절 때뿐만 아니라, 1344년 남편과 사별하고 수도생활을 실천하는 동안에 환시를 체험했습니다. 비르지타는 자신의 구술을 받아 적은 저서 「하늘의 계시(Revelationes Coelestes)」에서 예수님의 탄생과 수난에 대한 환시를 언급했습니다. 특히 예수님의 탄생 환시에 대한 묘사는 이후에 바로크 미술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예수님의 수난의 순간에 대한 묵상은 비르지타의 영성생활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또한 비르지타는 예수님께서 수난당하시는 동안 얼마나 많은 매를 맞으셨는지 알고 싶어 오랫동안 기도하던 중에 예수님께 매일 15번의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을 1년 동안 기도하면 당신의 모든 상처를 공경하게 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았습니다.

 

- 도로테아.

 

 

독일 몬타우 출신이었던 도르테아(Dorothea von Montau, 1347~1394)는 어린 시절부터 그리스도에 대한 환시를 체험했습니다. 결혼 이후에 도로테아의 영적 체험이 잦아지자 남편은 아내를 핍박했습니다. 1390년쯤 남편과 사별한 도로테아는 미사에 참여해 성찬의 전례 중에 종종 탈혼을 체험했습니다. 결국 1391년 폴란드 크비진(Kwidzyn)으로 이주해 은수생활을 실천하면서 여생을 보냈습니다. 도로테아의 고해 사제였던 요한네스(Johannes)는 도로테아가 자주 환시를 체험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독일 발트지(Waldsee) 출신인 로이테의 엘리사벳(Elisabeth von Reute, 1386~1420)은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에게서 복음 말씀과 해설을 들으며 성장했고 그리스도의 수난에 대한 신심을 키웠습니다. 14세에 프란치스코회 제3회 회원이 된 엘리사벳은 영적 성장을 갈망하며 고해 사제인 퀴겔린(Konrad Kgelin, 1366~1428)에게 지도를 받았습니다. 결국 엘리사벳은 다른 여성들과 함께 로이테에서 준(準)수도 공동체를 설립하고 기도생활에 전념했습니다. 엘리사벳은 머리에 면류관이 써진 자국과 몸에 채찍질 당한 흔적을 지녔으며, 가끔 손에 오상이 나타나면 큰 고통을 느꼈습니다. 또한 엘리사벳은 환시를 통해 예언을 했습니다.

 

결국 소이세는 에크하르트의 이론과 타울러의 실천을 함께 받아들여 조화를 이룬 신비신학을 전개했습니다. 하지만 소이세가 실천적인 측면에서 신비체험을 설명하기 위해 그리스도의 인성, 특히 수난에 대한 묵상을 강조했던 점은 동시대 여성 신비체험가들에게 그리스도의 수난과 고통에 집중하는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2월 4일, 전영준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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