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영성ㅣ기도ㅣ신앙

가르멜 영성과 기도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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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빈 [ssk5762] 쪽지 캡슐

2017-08-13 ㅣ No.1002


잘못된 기도의 위험(상)

이시간부터는  잘못된 기도에 대해서 다루기로 한다. 기도가 위험이 있다니 그렇다면 하지 말아야 할까? 위험해서 안 한다면 어리석은 대답이다. 칼로 손을 베이면서도 항상 칼을 사용하고, 교통사고가 무수히 일어나면서도 자동차를 사용한다. 잘못된 기도가 위험하다는 것은 이런 뜻이다.


 기도의 핵심은 사랑이다. 사랑은 자신을 떠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 있다. 자신을 떠나지 않고 사랑한다면 말만 사랑일 뿐 자기만족인 것이다.


 기도는 하느님 사랑과 인간의 사랑의 결합이라 할 수 있다. 주님을 사랑한다고 하루 종일 성체 앞에 고요히 앉아 있어도 자신을 떠남이 없이 앉아 있으면 자신도 속고 남도 속을 수 있다. 하루종일 성당에 있으니 거룩하고 열심한 신자라고 자신도, 다른 이도 그렇게 믿는다.


 그러나 이렇게 기도하는데도 이웃과 하찮은 일로 다투고, 성질이 거칠어지고, 자기 주장과 목소리가 커져간다면 자신의 기도가 올바른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자기 중심적 기도


 기도는 내 뜻 내 의견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사랑)을 위해 내 모든 것을 내놓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모든 기도는 예수님처럼 "이 잔을 멀리해 주소서"라고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 뒤 반드시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라고 덧붙여야 한다.


 만일 나와 의견이 달라서 고통스러울 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꼭 이루어달라고 기도하는 것은 기도가 아니라 자기의 아성을 더 높여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집요하게 청하고 있는 기도 내용이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을 위한 것인지 자신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물론 하느님은 믿고 기도하는 사람에게 기적도 행하신다. 그러나 이 믿음을 순수하게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사용하는지 아니면 자기만족을 위해 사용하는지 물어 봐야한다.


 믿음이 있고 거기다 집중력도 강한 사람이 자기중심적인 기도를 열심히 하면 공동체에 큰 해를 입힐 수 있다. 확신과 강한 힘으로 잘못된 자기주장을 집요하게 주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본인은 잘한다고 믿고 있기에 더욱 고치기 힘들다. 기도를 열심히 할수록 겸손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겸손없이 열심할수록 빗나갈 가능성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은 잘한다고 믿고 있지만 주위의 모든 사람이 한 목소리로 자신의 문제를 지적하면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기도를 한 후에 자신의 태도나 행동이 부드러워지고 온유해지며 양보하는 태도가 생기면 바른 기도를 한 것이라 볼 수 있는 반면 더 완고해지고 냉혹해지고 거칠어지면서 자기 뜻대로만 고집할 때는 잘못된 곳(ego)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고 빨리 자기(ego)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그래서 기도 때는 자기 중심으로 들어가는지 혹 자기를 떠나 하느님 안으로 들어가는지 식별할 필요가 있다. 내적인 작업이라 눈에 보이지 않으니 분간하기 어렵다. 그러나 열매를 보고 그 나무를 안다는 예수님 말씀처럼 행동과 실천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평화신문  2008.03.14]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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