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홍) 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사목신학ㅣ사회사목

[문화사목] 일상 속 영화 이야기: 영화 속 이미지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4-18 ㅣ No.996

[일상 속 영화 이야기] 영화 속 이미지

 

 

한 달 전, 독일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동기신부의 휴대폰을 개통하기 위해 함께 갔다. 개통을 위해 직원이 그 신부에 관한 정보를 묻다가 우리들이 신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지금은 성당에 나가지 않지만 자신도 신자라고 밝히더니 우리에게 “혹시 신부님들도 라틴어를 외우면서 마귀를 쫓아내세요?”라고 물어서 웃었던 기억이 있다. 영화 “검은 사제들”(장재현 감독, 2015) 때문인데 이전에도 종종 비슷한 질문을 받은 경험이 있다. 일하고 있는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는 3박 4일 동안 신입생 캠프를 진행한다. 그때 신부들이 수단을 입고 공연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신입생들에게 “이 옷을 어디서 봤어요?”라고 물으면 거의 대부분 “검은 사제들”이라고 대답한다. 가톨릭이 소수인 우리나라에서 신자가 아닌 사람들은 영화 속 이미지를 통해 가톨릭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요즘 가톨릭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이 나온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역사가 짧은 개신교보다는 가톨릭을 소재로 선택하는 이유는 2000년이 넘는 긴 역사 동안 지니고 있는 엄청난 이미지들 때문이다. 그런데 한 번씩 가톨릭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다보면 웃음이 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영화 속에서 사제가 주교님을 뵙기 위해 교구청에 찾아가면 주교님은 늘 정식복장을 하고 맞이하신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영화처럼 주교님께서 늘 자주색 수단을 입고 주께또(Zuchetto, 주교가 쓰는 붉은 작은 모자)를 쓰고 사무실에 계시지는 않는다. 영화에서 그렇게 묘사한 것은 그 인물이 누구인가를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정보이다.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대사뿐만 아니라 의상과 배경, 색감 등 이미지들을 통해 영화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이처럼 영화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는 단순하지 않다. 그 안에는 정보(Information)가 있다.

 

영화는 이야기를 움직이는 이미지들로 풀어내는 예술이다. 이제는 4D, 즉 후각과 감각까지도 느끼게 만드는 시대가 되어 더욱더 강력하게 이야기에 관객들을 끌어당기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이미지의 결합이 가져오는 힘이 사람들의 감정을 이끌어낸다. 이미지는 이야기가 마치 현실처럼 느껴지게 하는 능력이 있다. 그것이 바로 ‘이미지의 힘’이며 영화가 다른 어떤 예술분야보다도 많은 사람들에게 강력한 효과를 내는 이유다. 이미지는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고 그 이야기는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가톨릭대학교 홍보실에서 일하게 되었다. 홍보실은 수많은 이미지들을 창조하는 곳이다. 그 이미지들은 단순히 외모가 예쁜 학생들의 모습이나 멋진 건물을 싣는 것이 아니다. 학교의 교육철학과 리더의 경영방향에 대한 정보가 담긴 이미지여야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 그것은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미지의 홍수인 시대에 아이디어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contents)’의 진실성이다. 그 중요성을 나에게 보여준 분은 세계적인 영화감독이 아닌 프란치스코 교황님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선출되시던 2013년 3월 13일, 나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훼잇빌에서 교포사목을 하고 있었다. 2002년 보스턴 교구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시작으로 미국의 가톨릭은 급격히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고 내가 그곳에 있을 때는 그러한 분위기가 특별할 것도 없을 정도였다. 나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미군병원 성당에서 미국신부님과 함께 미사를 드리고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그 신부님께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선출되시고 나서 미사에 나오는 신자들이 확연히 늘었다고 말씀하셨다. 나 역시도 가톨릭에 대해 좋지 못한 보도로 일관해오던 미국의 TV매체들이 이전과는 달리 긍정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선출 초기에 보여주신 이미지가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선출되시던 날 밤, 교황 명을 가난의 영성으로 교회를 일깨웠던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로 정하셨고 베드로광장에 모여 있던 신자들에게 자신을 위해 기도해달라며 무릎을 꿇으셨다. 또한 교황청 관저가 아닌 게스트 하우스에서 사제들과 함께 지내시는 모습, 자신의 신변보호보다는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시는 모습을 많은 매체들은 이례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보도했다. 이러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모습은 그분이 하시는 말씀보다도 훨씬 더 사람들을 주목시켰고 그분이 앞으로 어떻게 가톨릭교회를 이끌어 가실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이미지의 힘’이다. 요즘 말하는 ‘신의 한 수’처럼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이미지는 2002년 이후 엄청난 타격을 입고 회복 불가능해 보이던 가톨릭교회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회복시켰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보여주신 이미지들은 확실하게 당신께서 하시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아 교회와 세상에 전달시켰고 변화를 일으켰다. 누구보다도 교황님은 이러한 이미지의 힘을 잘 이해하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대중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한 ‘코스프레’가 아니었다. 교황이 되기 전에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으로 살아왔던 모습의 진실성이 이미지를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된 것이다. 그분의 진실성이 담긴 가난의 이미지는 ‘개혁’이라는 교회의 미래에 대한 희망의 이미지로 이어지면서 폭발력을 가졌다. 그것은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바티칸 은행의 개혁과 더불어 교회의 어두운 면을 숨기는 것이 아닌 리더로서 책임지는 모습으로 교회의 본질 회복에 관한 이미지와 더불어 개혁에 대한 가능성의 이미지를 충분히 보여주셨기 때문이다.

 

영화는 우리에게 많은 이미지를 전달한다. 그 이미지들이 지닌 정보와 이야기들이 좋은 영화와 나쁜 영화를 나누는 기준이 된다. 조작된 이미지와 진실된 이미지의 기준은 이미지가 나타내고자 하는 정보와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현실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이다. 훗날 우리 가톨릭교회가 영화의 이미지들로만 소비되는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진실성을 담은 살아있는 이미지의 교회로 성장하길 간절히 기도한다.

 

[월간빛, 2017년 4월호, 한승훈 안드레아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2,076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