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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생명을 살리자: 태아를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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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2-12 ㅣ No.1359

[가톨릭신문-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공동 캠페인 생명을 살리자] (1) ‘태아를 살리자’ (상)


말 못하는 아기를 대신해 외치는 함성 워싱턴 생명대행진

 

 

가톨릭신문사와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가 공동으로 펼치는 캠페인 ‘생명을 살리자’에서는 인간 생명을 파괴하는 그릇된 행태들을 짚어보고, 구체적인 의식과 행동 및 법·정책의 긍정적 변화를 이끄는 대안을 공유한다. 

 

잉태에서부터 죽음에 이르는 생의 모든 과정에서, 생명을 수호하는 방안을 환기하는 첫 걸음으로, 이번 호에서는 ‘태아를 살리자’는 외침을 전한다.

 

 

법으로 낙태를 허하다

 

- 미국 생명대행진에 참가한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본부장 이성효 주교(왼쪽)와 총무 최병조 신부가, 생명을 선택하고 지키는데 동참하자고 촉구하는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성효 주교 제공.

 

 

한국 형법 제269조와 270조는 낙태에 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반면 모자보건법은 각종 이유를 들어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심지어 제28조에는 ‘이 법에 따라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받은 자와 수술을 한 자는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에도 불구하고 처벌하지 않는다’는 규정까지 명시했다. 1973년 2월 8일에 졸속 제정한 이 법은, 수많은 논란과 여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정 또는 폐지되지 않고 있다.

 

같은 해 1월 22일, 미국에서도 이른바 ‘로 대 웨이드’(Roe vs Wade)라고 불리는 판결이 나오면서 낙태에 관한 대규모 논란이 촉발됐다.

 

‘로 대 웨이드’란, 당시 미국 연방 대법원이 출산 전 3개월을 제외하고는 낙태가 가능하다고 내린 판결을 일컫는다. 이는 여성들은 수태 후 6개월간 낙태를 할 수 있다는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낙태 합법화’의 물꼬를 튼 사건이었다. 이전까진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임신부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가 아니면 절대 낙태할 수 없다는 낙태 금지법을 시행해오고 있었다.

 

이 판결은 단순히 법적으로 낙태를 허용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에 머무르지 않는다. 바로 인간 생명을 어떻게 규정하는 지에 관한 문제를 야기했다. 이 판결 이후, 미국에서도 태아를 인간 생명으로 보느냐 보지 않느냐, 또한 출산과 낙태 권리를 여성의 선택권 혹은 사생활에 대한 기본권으로 볼 것인가 아닌가 등의 논란이 지속돼왔다.

 

 

생명을 위한 행진

 

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세계 생명운동의 역사에 큰 전기를 제공했다.

 

종교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구성된 생명수호운동 진영은 이 판결에 반대하며 ‘프로라이프’(Pro-Life) 운동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전역에서 모여든 ‘프로라이프’ 지지자들과 국민들은 해마다 1월 22일을 전후해 워싱톤에서 생명대행진(March for Life)을 실시하고 낙태 금지를 촉구했다. 나아가 캐나다와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지에서도 행진을 위한 연대 세력이 결집했고, 한국에서도 이 행진의 영향으로 지난 2012년부터 프로라이프연합회 주관으로 생명대행진이 시작됐다. 보편교회 또한 이 행진을 적극 지지하고, 이 행진이 세계 곳곳에서 생명수호의 역사적 준거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정적인 변화를 일으키진 못했지만, 수십 년간 행진이 이어지면서 미국 안팎에서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에서는 이 행진을 통해 위기임신 여성들을 돌보는 센터를 비롯해 낙태를 막고 아기 양육을 돕는 다양한 시설 및 프로그램들이 생겨났다. 게다가 이러한 지원은 전액 자발적인 후원금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지속되고 있다.

 

- 1월 27일 열린 미국 워싱턴 생명대행진. 이날 행진에는 60만 명의 대중들이 생명수호를 지지하며 동참했다. CNS.

 

 

아울러 미국 사회 전반에서 낙태에 관한 의식 변화가 점차 나타나면서, 2014년도 낙태 건수가 92만6000건으로 1974년 이래 최저 수준을 보였다. 또 2016년에는 한 해 동안 미국 50개 주 가운데 18개 주에서 낙태를 제한하는 법 50건을 통과시키는 변화가 이어졌다.

 

올해 생명대행진은 미국 신임 대통령 취임식 영향으로 1월 22일이 아닌 27일에 진행됐다. 이날 행진에서는 60만 명이 한 뜻을 이뤄 낙태 금지와 생명수호를 외쳤다. 

 

행진에 앞서서는 청년대회와 사회 각계 대표들의 연설 및 체험을 공유하는 세미나, 미사 봉헌 시간이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행진 후엔 대법원과 의회를 찾아가 각자가 속한 지역구 의원 등을 만나 생명수호 정책을 구체적으로 추진하도록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본부장 이성효 주교와 총무 최병조 신부는 한국교회 성직자로서는 처음으로 이 행진에 공식적으로 참가해 태아를 살리는 노력에 힘을 실었다. [가톨릭신문, 2017년 2월 12일, 주정아 기자]

 

 

워싱턴 ‘생명대행진’에 참가한 이성효 주교


“낙태없는 사회 물려주겠다”는 행진 자체가 생명교육의 장

 

 

“인간이라면 그 누구도 생명을 수호하는 여정에서 열외일 수 없습니다. ‘The Power of One’, 바로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모여 생명을 수호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본부장 이성효 주교는 한국교회 고위성직자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워싱턴 ‘생명대행진’(March for Life)에 참가, 행진을 비롯해 생명수호박람회와 미사, 세미나, 청년대회 등 전 일정을 함께 했다.

 

해마다 수십만 명이 구호를 외치며 거리에 나서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과연 실질적인 성과가 있을까. 행진을 멀리서 바라보는 이들은 많은 경우 이러한 질문을 던지곤 한다. 이성효 주교 또한 이러한 의구심을 풀 명료한 해답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우선 이 주교는 이번 생명대행진을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과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절감했다”고 밝혔다. 또 “여럿이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증진시키는 첫 걸음”이라면서 “이는 한국교회 생명운동에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 주교는 “생명대행진에는 정치인들과 이웃종교인들은 물론 비신자들이 대거 참가해왔다”면서 “종교와 개인적 신념 등을 넘어서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를 실천하고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하나로 연대하는 모범적인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수많은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생명의 존엄을 외치는 모습 또한 감동적이었다고 밝혔다.

 

“생명대행진은 그 자체로 교육의 장입니다. 우리 자녀들에게 ‘낙태 없는 사회’를 물려주겠다는 의식을 키우고, 구체적인 실천방안들을 나눌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특히 이 주교는 한국에서도 생명운동을 꾸준히 펼쳐왔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미미했던 대표적인 원인으로 ‘교육의 부재’를 꼽았다. 교육의 부재로 올바른 의식을 갖추지 못함으로써 그릇된 법과 제도를 선택했고, 이를 개선하지도 못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어떤 이가 낙태를 해도, 즉 생명을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죽였다는 자각을 하지 못하도록 사회 자체가 방패막이 돼주고 있습니다. 인간을 경제적 실효성, 물질적 효용성 등의 잣대로만 판단하는 의식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낙태 왕국’의 울타리를 무너뜨리지 못합니다.”

 

이 주교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인간의 가치는 무엇을 가졌느냐에 있지 않고, 어떤 사람이냐에 있다”면서 “생명수호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가치를 쉼 없이 밝혀주고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회는 인간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선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할 뿐 아니라, 사회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동반자’로서 초대해 구체적인 생명수호활동을 펼쳐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가톨릭신문, 2017년 2월 12일, 주정아 기자]

 

 

[생명을 살리자] (1) ‘태아를 살리자’ (중) ‘법이 죽음을 허하다’

 

1973~2017년 45년째 법(모자보건법 제14조)은 낙태 앞에 침묵한다

 

 

지난 1월에 열린 미국 워싱턴 생명대행진 ‘로즈 디너’에서 한 신자 경찰관의 일화가 소개됐다. 티모시 돌란 추기경(뉴욕대교구장)이 전한 내용이었다.

 

그 경찰관은 범인 검거 과정에서 범인이 쏜 총 세 발을 맞고 중환자실에서 혼수상태로 지냈다. 3개월 후에야 겨우 의식을 회복했지만, 목 아래로는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장애를 갖게 됐다. 그런데 경찰관이 자신의 장애를 알고 처음 한 말은 “나는 그를 용서합니다”였다. 자신을 쏜 범인을 용서한 것이었다. 이후 경찰관은 교도소와 병원 등을 방문하면서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전하는 몫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

 

돌란 추기경은 “자기 한 몸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이 경찰관은,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가치, 효용성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사회에서 무가치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면서 “그런데 수많은 이들이 ‘빛’의 세계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이 경찰관이 정말 존재 가치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말했다.

 

“힘없는 태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 저항할 수도 없고 약한 이 태아들을 한 명 한 명 낙태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경찰관을, 의사를, 그리고 내 형제를 포기하는….”

 

법, 관습, 도덕, 종교 등을 흔히 사회규범이라고 부른다. 특히 ‘법’은 국가 권력에 의해 강제되는 사회규범을 말한다. 그런데 바로 이 법이 생명이 어리다고, 약하다고, 장애가 있다고, 성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원치 않는다고 죽일 수 있도록 허가한다면? 우리는 그저 침묵해야 할까?

 

낙태 허용 조항을 포함한 모자보건법 제14조의 개정 혹은 폐지는 가톨릭교회의 숙원이다. 그러나 45년째 낙태 금지와 낙태 허용을 외치는 목소리들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45년째 낙태 허용 조항 유지

 

세계 각국에서는 기본적으로 낙태 금지를 위해 법을 만들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인구 증가와 식량 부족, 여성 권리 신장 등을 이유로 낙태를 법적으로 허용하는 나라들이 늘어났다. 또 태아를 인간으로 보는 시점과 모체의 건강 보호라는 입장에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추가되면서 법적 허용뿐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움직임도 거세게 이어져왔다. 

 

한국에서는 태아를 인간으로 여기는 전통적 시각에 힘입어 낙태가 흔하게 발생하진 않았다. 즉 법으로까지 규제해야할 필요성이 없었다. 이후 일본 형법의 영향을 받아 1953년엔 형법으로 ‘낙태죄’를 규정하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 형법 제269조와 270조는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960~70년대 가족계획은 산아제한에 중점을 두고 진행돼 낙태를 공공연하게 부추겼다. ‘낙태죄’를 사실상 사문화시킨 것이다. 

 

급기야 정부는 1973년 모자보건법을 제정하면서 낙태 허용 사유를 정했다. ‘낙태죄’로 처벌받아야 하는 범위를 제한하는 법적 완화조치였다. 이후로도 정부는 수차례에 걸쳐 낙태 허용 범위를 확대해 이른바 ‘낙태죄’를 없애는 법 개정을 시도했지만, 가톨릭교회를 비롯한 종교계의 반대로 확대 개정은 하지 못했다.

 

‘모자보건법’은 조건에 따라 낙태를 허용할 뿐 아니라 반생명적인 시술 등도 지원하는 독소조항을 포함한다. 

 

모자보건법 제14조 1항은 ▲ 본인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 질환 또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한 임신 ▲ 혈족 또는 인척 간 임신 ▲ 모체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 등일 때, 24주 이내 태아에 대한 ‘인공임신중절수술’ 즉 낙태를 허용한다. 여성이 부득이한 사유로 배우자의 동의를 받을 수 없을 때는 본인의 의지로 낙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도 바로 이 조항이다. 

 

가톨릭교회는 이 법의 제정 이전부터 이 법의 부당성과 역기능을 밝히고, 제정 반대를 비롯해 지속적인 개정 및 폐지 노력을 펼쳐왔다. 이후 정부는 10여 차례 법을 개정했지만, 독소조항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다만 2009년 개정 당시 임신 28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던 조항을 24주로 강화하고, 우생학적·유전학적 질환 중 치료가 가능한 혈우병 등의 질환에 대해서는 낙태를 금지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법과 현실의 괴리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을 예고했다. 불법 낙태 수술을 비롯해 8가지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할 경우, 의료자격을 최대 12개월까지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의료인 면허제도 개선방안’이었다. 의료법상 낙태는 ‘비도덕적인 진료행위’로 간주된다.

 

의사들은 물론 여성단체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보건복지부는 재검토하겠다면서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의료계와 일부 여성계, 법조계까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문화된 낙태죄를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모자보건법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면서 낙태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개정하자고 주장한다.

 

낙태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도 현실과 괴리가 있는 사문화된 모자보건법 조항을 개정 혹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적인 변화는 인간생명 존중 정신을 바탕으로 낙태 예방을 위해 필요한 법 정비다. 

 

게다가 지난달 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윤종필 국회의원(자유한국당)이 공동 주최하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주관한 ‘불법 인공임신중절수술 논란에 대한 해결책’ 토론회에서는 국내에서는 실제 하루 평균 3000여 명 이상이 낙태수술을 하고 있고, 그 중 95%는 불법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검찰청 범죄 분석 결과, 낙태 관련 범죄자 처분은 연간 50~70건에 머무른다.

 

법적 처벌이 존재하지만 실제 처벌하지 않고, 법적 강제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강력하지만 낙태율은 매우 높은 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올바른 개정을 위해

 

모자보건법이 쉽게 개정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로는 우선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의식이 비뚤어지고 희박해져가는 사회 분위기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이성효 주교(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장)는 “여성의 가치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 태아를 살릴 길이 없다”고 토로했다. “여성을 그저 성적 도구로 바라보는 시각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근본적으로 낙태를 막을 길이 요원한 것이 사실”이라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구체적으로 법과 관련 정책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대사회적인 인식을 개선시켜 나가는데 노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법 적용 및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법학 전문가들은 구체적으로 각 법조항의 구체적인 시행령과 시행규정만 올바로 정해도 마구잡이식 낙태 정도는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런데 최근 우리사회에서 이른바 법 전문가들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50.9%는 낙태에 관해선 의학적·사회윤리적·법률적 사유에 한해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 임신부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해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35.8%였다. 생명경시 풍조를 우려해 확대를 반대한다는 답변은 12.8%뿐이었다. 한국법제연구원이 지난해 7~9월, 입법·사법·행정 분야를 비롯해 학계와 법률전문가, 예비 법 전문가 10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차희제(토마스·프로라이프 연합회 및 의사회) 회장은 “낙태 단속과 처벌이 문제 해결의 핵심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낙태율이 심각한 상황에서는 법적 구속력 동원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각계 전문가들은 법 개정에 앞서, 혹은 동시에 실천해야 할 노력으로 태아와 여성에 대한 존중감 회복, 낙태를 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 조성, 남성의 양육 책임 강화, 낙태 논의의 공론화 등을 제시했다. [가톨릭신문, 2017년 2월 26일, 주정아 기자]

 

 

[생명을 살리자] (1) ‘태아를 살리자’ (하) ‘작아도 인간 생명이다’

 

“원치 않은 임신이라서 낙태할 수 있다?”

 

 

난자와 정자가 만났다. 생명이 시작됐다. 난자와 정자가 융합된 수정란은, 이후 수백 번의 세포분열을 하면서 자궁으로 이동하고 착상한다. 이때부터 배아라고 불린다. 임신 8주 이후부터는 태아라고 불린다.

 

하지만 수정란, 배아, 태아 등은 생명의 탄생과 성장 시기를 의학적으로 구분해 부르는 용어일 뿐이다. 인간 생명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구별점이 아니다. 수정란은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유전정보를 가진 생명체다. 수정 이후는 생명이 자라나는 연속적인 과정일 뿐이고, 수정란은 오로지 사람으로 태어난다. 수정란, 배아, 태아는 각각 완전한 존재, 작아도 ‘인간 생명’이다.

 

 

생명권 논란

 

생물학적으로 태아가 인간 존재라는 점에선 의문에 여지가 없다. 다만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일 뿐이다. 따라서 태아는 모체와 독립된 인간 존재이고, 그 생명은 독자적인 가치를 지니고 또 존중받는다. 

 

때문에 일부 여성단체들과 낙태 옹호자들이 “태아는 여성 몸의 일부이니, 낙태 여부는 여성의 결정에 달려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말이다. 의학적으로 태아가 충분히 성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공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시켜 임신을 종결시키는 ‘낙태(인공임신중절)’는 인간을 의도적으로 직접 죽이는 행위와 같다. 때문에 이러한 범죄에 대한 처벌 또한 정당하다. 일부 의사들이 낙태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정해 처벌하는 현행법조차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는 의미다. 도리어 낙태를 반대하는 이들은 ‘낙태죄’에 대한 처벌을 ‘살인죄’와 같이 더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헌법재판소도 지난 2012년, 낙태를 금지하는 현행법은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특히 헌재는 당시 판결문에서 “생명에 대한 권리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으로,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해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또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췄는지 여부를 낙태 허용의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고, 생물학적 분화 단계를 기준으로 태아에 대한 보호의 정도를 달리할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헌재는 이어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태아의 생명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로까지 허용의 사유를 넓힌다면, 낙태가 공공연하게 이뤄져 인간생명에 대한 경시풍조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낙태 및 인식 실태

 

지난 1월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국회에서 연 토론회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평균 3000여명, 연간 110여만 명의 태아가 낙태로 인해 태어나지 못한다고 추정했다. 

 

보건복지부가 공식적으로 실시한 ‘2015 인공임신중절 국민인식조사’에서도 응답자의 19.6%, 즉 가임기 여성 5명 중 1명은 낙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이 자행한 낙태의 70%는 법적허용한계를 넘어 음성적으로 이뤄진 위법행위였다.

 

청소년들도 낙태 위험에서 멀리 있지 않다. 여성가족부가 2014년 실시한 ‘청소년유해환경 접촉 종합실태조사’에서는,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답한 여성 청소년의 21.4%가 임신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임신 경험 학생 중 낙태수술을 한 여학생은 81.0%로, 10명 중 8명꼴이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낙태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다.

 

‘2015 인공임신중절 국민인식조사’ 결과, 낙태를 한 가장 큰 이유는 단지 ‘원하지 않는 임신이어서’(43.2%)였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19세 이상 성인여성 929명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피임과 낙태 정책에 대한 쟁점과 과제’ 보고서(2015년)에서도, 조사 대상자 중 16.8%가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적이 있다’고 밝혔으며 이 중 60.9%는 ‘낙태를 했다’고 답했다. 또 낙태를 한 이들 중 90.5%는 불법 낙태시술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10월 전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펼친 결과, 응답자의 74%는 ‘필요한 경우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성인의 53%만이 낙태를 ‘일종의 살인’으로 인식했다. 1994년에 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8%가 ‘일종의 살인’이라고 답한 바 있다.

 

 

교회 가르침과 대안

 

교회는 낙태를 명백한 살인행위로 정의한다. 

 

낙태는 “인간 존재의 기본적인 생명권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가정권리헌장 제4조)”로서, “가증할 죄악(사목헌장 51항)”이라고 가르친다. 특히 태아와 같이 무고한 사람을 일부러 살인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창조주의 황금률과 그분의 거룩하심을 중대하게 거스르는 것(가톨릭교회 교리서 2261항)”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부모라 할지라도 태아의 생사를 좌우할 수 없다”고 밝히고, “낙태를 허용하는 비윤리적인 법을 따를 의무가 없으며 그런 법을 옹호하는 일에 가담해서도 안 된다(인공유산반대선언문)”고 당부한다. 낙태로 죽어가는 이는 “최소한의 방어수단도 없이 연약하고 절대적으로 무고한 초기 단계의 인간(회칙 「생명의 복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자들이 교회 가르침을 인식하는 수준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2014년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한국갤럽에 의뢰한 ‘생명과 가정에 관한 조사’ 결과를 보면, 생명의 판단 시점을 ‘난자와 정자가 하나로 합쳐져 수정된 순간부터’라고 응답한 신자는 51.5%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80%는 낙태가 반생명적인 행위라고 답하긴 했지만, 법적으로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75.3%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신자들 중 생명과 가정에 관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는 43.9%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각 본당에서는 우선 사제들의 강론을 적극 활용해 낙태의 문제점을 널리 알리고, 나아가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신자들이 성·생명·사랑·가정 관련 가르침을 올바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본당공동체에서 교육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실천사항을 제시했다.

 

특히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정재우 신부는 “신자들이 교회 가르침을 ‘이해’하고 ‘납득’하기 위해서는, 가르칠 직무를 맡은 이들이 우선 깊이 공부해 이해하고 납득하는 과정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또한 정 신부는 “신자 교육 활성화를 위해 본당 사목자 교육은 물론 평신도 전문가 양성과 부모 교육, 가정과 생명의 가치를 깊이 연구하고 교육하는 노력을 폭넓게 실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장 이성효 주교는 “낙태를 멈추기 위해서는 생명윤리의식을 높이는 동시에, 임신·출산 및 낙태·양육 등에 관한 상담과 실질적 지원,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정책 및 법 개정에 힘을 싣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신문, 2016년 3월 26일, 주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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