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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ㅣ교회음악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210번 나의 생명 드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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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6-26 ㅣ No.2358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21) 210번 나의 생명 드리니 (상)


모차르트가 작곡했다는 성가, 진위 여부는?

 

 

우리 성가책의 성가들은 대부분 작곡자를 알 수 없는 곡들이 많다. 그러나 사실 음악사에서 이름이 알려진 위대한 작곡가의 곡도 몇 곡 있는데, 그중 모차르트(W. A. Mozart)의 곡은 모두 2곡이 실려 있다. 성가대 합창용이라고 할 수 있는 194번 ‘성체 안에 계신 예수’와 오늘 소개할 210번 ‘나의 생명 드리니’이다. 

 

이 성가 선율의 타이틀은 ‘노팅햄’(Nottingham)으로서, 모차르트가 작곡했다고 여겨지는 사장조 미사곡의 자비송 선율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많은 논란이 있다. 모차르트는 타고난 재능 이외에도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 엄청나게 열정과 노력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숨은 희생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은 채 단편적으로 천재라고만 알려져 대중의 편견이 심한 음악가 중의 한 명이기도 하다. 

 

작곡가들의 작품들은 대부분 일련번호를 붙여서 정리되곤 하는데, 모차르트의 곡은 많은 사람이 정리했지만 그중 식물학자이며 음악학자로도 활동했던 쾨헬(L. R. von Kchel 1800~1877)이 정리한 목록이 가장 권위 있다. 그가 정리한 모차르트의 목록은 1번 ‘건반악기를 위한 다장조 안단테’에서부터 미완성곡인 626번 ‘레퀴엠’에 이르는데, 210번 성가의 선율이 담겨 있는 ‘사장조 미사곡’(모차르트의 ‘12번째 미사곡’으로 불린다)은 작품 번호가 232번이다. “anh”이라는 단어가 덧붙여져서 부록에 수록되어 있다. 즉 이 곡은 모차르트가 직접 쓴 곡이 아니라 위작이거나 모방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 곡은 1819년에 노벨로출판사에서 모차르트의 12번째 미사곡으로 출판했다. 1821년에는 본에서 모차르트의 미사곡으로 출판됐다. 1826년에 음악가 세이프리드(I. R. von Seyfried)가 위작임을 주장했고, 교회음악의 복고 운동이었던 ‘체칠리안 운동’을 이끌며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교회음악들을 경멸했던 작곡가 위트(F. X. Witt) 신부는 “이 미사곡은 굉장히 거칠고 흉측하고 평범하며… 이 곡은 분명히 모차르트의 작품이 아니다”라고 혹평도 했다. 

 

한편 1970년에는 비엔나의 음악학자 판하우저(K. Pfannhauser)가 뮐러(W. Mller)로 작곡자가 표시된 1825년 필사본을, 그리고 1980년에는 모차르트 전문가였던 플라스(W. Plath) 역시 체코에서 작곡자가 뮐러로 표시된 것을 발견했다. 다른 연구자들은 자비송과 ‘평화를 주소서’의 조가 서로 다른데 이와같이 시작과 끝 부분의 조가 다른 미사곡은 모차르트 당시에는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었으며 지나치게 긴 ‘주님의 이름으로’와 같은 요소들 때문에 모차르트의 친저성(親著性)을 의심한다. 그래서 현재는 이 곡의 작곡자를 모차르트와 동시대의 음악가였던 뮐러(A. E. Mller) 혹은 역시 동시대의 작곡가였던 또 다른 뮐러(W. Mller)로 표기하기도 한다. [평화신문, 2016년 6월 26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22) 210번 나의 생명 드리니 (하)

 

성인처럼 살아온 해버갈의 기도 가사로 만들어

 

 

해버갈(Frances Ridley Havergal, 1836~1879).

 

 

가톨릭성가집에 수록된 210번 성가는 모차르트의 친저성(親著性)이 의심되는 그의  12번째 미사곡 사장조의 자비송 선율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노팅햄(Nottingham)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곡은 모차르트의 위작이라고 여겨지고 있으며,  오히려 뮐러라는 이가 작곡자라는 논란을 앞에서 짧게 소개한 바 있다.

 

 

곡에 붙은 가사만 21개에 이르러

 

모차르트의 곡이라고 여겨져 온 탓인지 ‘Fight the good fight’나 ‘Thee will  I love, O Lord’ 등을 비롯해 사용된 가사가 알려진 것만 약 21개에 이르는데,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가사는 영국의 해버갈(Frances Ridley Havergal, 1836~1879)이  쓴 ‘Take my life and let it be’이다. 

 

영국의 문학가인 이 여성은 영국에서 ‘거룩한 시인’, 혹은 ‘찬미가 세계의  가장 달콤한 목소리’로 불렸다. 아버지가 성공회의 성직자였던 그녀는 평생을 걸쳐서  어린아이와 같은 신앙과 주님께 대한 신뢰의 삶을 보여 주었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대단히 지적인 여성이었으며 성경에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구약 일부분과  신약 성경은 외울 정도였다. 또 뛰어난 피아니스트였고 음악에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노래도 대단히 잘했다.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며 마치 성인과도 같은 삶을  살았다고 전해지는 그녀는 43살에 짧은 인생을 마감하면서 마지막에 이런 말을 되뇌었다고  한다. “예수님, 저는 당신께 의탁합니다. 제 영혼을 당신께 맡깁니다.”

 

이 가사는 그녀가 38살 되던 해인 1874년에 쓴 것인데, 어느 날 그녀는 지인의  집에 초대를 받아 가게 되었다. 그 집 아버지의 부탁으로 아직 신앙인이 되지 못한  그의 두 딸과 대화를 나누게 됐다. 두 딸은 그녀와 오랜 대화를 나눈 후 드디어 신앙인이  되기로 했다.

 

그날 저녁 해버갈은 초대받은 집에서 잠을 이루려 했으나 잠이 오지 않아 기도를  바치기 시작했다. 기도하던 중에 이 가사와 같은 내용의 기도를 바쳤으며, 그것을  시로 쓰게 된 것이다. 가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주님, 제 삶을 받으시고 거룩하게 하소서. 제 모든 시간과 나날들을 받으시어  그침 없이 흐르는 찬미가 되게 하소서. 2. 제 두 손을 받으시어 당신 사랑으로 일하게  하소서. 제 발을 받으시어 당신 위해 바삐 일하는 아름다운 발 되게 하소서. 3. 제  목소리를 받으시어 나의 왕이신 당신만을 위해 항상 노래하게 하소서. 제 입술을  받으시어, 당신의 말씀으로 가득하게 하소서.”

 

 

신앙과 삶의 일치 보여

 

우리 성가집에는 이 가사의 구성을 그대로 받아들여 각각 생명, 삶, 음성, 재능,  마음으로 구분해서 가사를 꾸미고 있다. 이런 구성은 이미 116번 ‘주 예수 바로  보라’ 성가에서 소개했던 “우리 예수님의 수족”과 같이 우리 교회의 오래된 기도  형태였다. 210번 성가는 ‘신앙 따로 삶 따로’인 우리를 다시 일깨워 준다. [평화신문, 2016년 7월 3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 가톨릭 성가곡들은 가톨릭 인터넷 굿뉴스(www.catholic.or.kr)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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