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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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ㅣ교회음악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118번 골고타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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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9-04 ㅣ No.2378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31) 118번 골고타 언덕


주관적 표현으로 논란이 된 가사

 

 

- 118번 성가의 오리지널 가사가 첫 출판되었던 1707년판 책의 표지.

 

 

사순 시기에 가장 많이 부르는 성가 중 하나가 바로 118번 성가다.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을 잘 묘사하고 있는 이 성가의 원곡은 ‘내가 놀라운 십자가를 바라보니’(When I survey the wondrous cross)이다. 우리 성가책에는 ‘그레고리오 성가’라고만 기록돼 있는데, 이 성가는 단순히 그레고리오 성가가 아니라 그것을 변형시켜 만든 성가다. 

 

이 작업을 한 사람은 미국의 교회음악가이며 151번 성가 ‘주여, 임하소서’의 작곡자인 메이슨(Lowell Mason)이다. 그는 1824년에 와츠(Isaac Watts, 1674~1784)의 시에 붙일 선율을 만들기 위해 그레고리오 성가를 이용했다. 성가는 ‘함부르크’(Hamburg)라는 제목으로 1825년 출판된 ‘보스턴의 헨델과 하이든협회의 교회음악 모음집’(The Boston Handel and Haydn Society Collection of Church Music) 3판에 수록됐다. 따라서 작곡자 표기에는 이 작업을 한 ‘메이슨’이 함께 표기돼야 할 것이다.

 

사실 그레고리오 성가를 대중 신자용 성가로 변형시키는 작업은 이미 종교개혁 당시부터 시작된 작업이었다. 종교개혁으로 새롭게 구성된 개신교에서는 신자들이 예배 중에 다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많이 필요했고, 이를 마련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그레고리오 성가 선율을 변형시켜 본래 박자가 없던 이 선율에 박절감(拍節感)을 부여하고 정형화(定形化)시켜 대중이 쉽게 부를 수 있는 단순한 노래로 만들어서 보급했다. 

 

영국 찬미가의 아버지라 불리는 와츠는 평생 600여 편의 성가 가사를 썼는데, 118번 성가의 본래 가사가 되는 그의 시는 성 금요일 수난 예절에 사용하기 위해 쓴 것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인한 세상의 십자가 수난’(Crucifixion to the World by the Cross of Christ)이라는 제목으로 「찬미가와 영가들」(Hymns and Spiritual Songs)이라는 책에 실려 1707년에 출판됐다. 

 

그는 이 시에서 ‘내가’(I)라는 표현을 중요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당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일반적으로 신자들은 성경의 시편에 따온 가사들을 후렴구로만 무겁게 되풀이하는 식으로 성가를 불렀는데, 교회 지도자들은 ‘내가’라는 표현은 ‘인간적 심성’에서 나온 지극히 주관적인 것으로서 이런 내용을 어떻게 회중들이 다 함께 부르는 공적인 예배에 사용할 수 있느냐며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오로지 성경 내용과 시편만이 성가의 가사여야 한다고 믿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러나 이후 단순한 교리 지식 전달이 아닌 신앙 체험을 중시하는 교리교육의 변화를 통해 ‘내가 만난 하느님’, ‘하느님-나’의 관계가 중시되면서 그의 찬미가들은 널리 퍼졌다.

 

[평화신문, 2016년 9월 4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 가톨릭 성가곡들은 가톨릭 인터넷 굿뉴스(www.catholic.or.kr)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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