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레지오ㅣ성모신심

허영엽 신부의 나눔: 하느님은 사랑이시다(1요한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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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11-02 ㅣ No.713

[허영엽 신부의 ‘나눔’] “하느님은 사랑이시다.”(1요한 4,16)

 

 

“당신이 가면 바로 내가 가는 거야. 당신이 나야. 우리는 영원히 함께 있는 거야.”

 

영화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 1943)’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학창 시절 이 영화를 보고 가슴이 찡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헤밍웨이 원작의 이 영화는 스페인 내전이 그 배경이 됩니다. 프랑코군의 통치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여윈 마리아(잉그리드 버그만 분)과 레지스탕스에 가담한 로베르토(게리 쿠퍼)는 게릴라전에 가담합니다. 로베르토는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완수하다가 적의 포탄에 맞아 부상을 당합니다. 그가 사랑하는 여인, 마리아와 동료들의 안전을 위해 자신은 퇴각로에서 적의 접근을 막는 역할을 맡습니다. 자신과 함께 절규하는 마리아를 간신히 떠나보낸 뒤 로베르토가 혼자 중얼거린 말입니다.

 

“당신이 가면 바로 내가 가는 거야. 당신이 나야. 우리는 영원히 함께 있는 거야.”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종이 울리며 영화는 결말을 맺습니다. 사랑하는 연인 마리아의 안전을 위해 자신은 죽음을 선택한 로베르토의 희생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목숨도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입니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무엇일까요? 책이나 노래, 영화, 연극 등에 가장 많이 나오는 주제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사랑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사랑은 우리의 인생에서 무슨 의미를 지닙니까? 사실 이런 질문에 한두 마디의 결정적인 해답을 제시하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그런데 사랑에 대한 생각과 판단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일상적이지만 정작 그 의미는 생각할수록 의미심장하고 복잡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생에서 사랑을 제거한다면 삶의 의미가 없어지고 삭막해질 것입니다. 정신적인 건강은 황폐해질 것입니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사랑

 

이러한 사실은 사랑의 진실을 호소한 시나 노래가 시대나 국적을 초월하여 언제나 감동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사랑에 대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사람은 누구나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을 받고, 그리고 그 사랑이 영원히 변치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누구나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로써 인생의 보람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기 때문에 누구나 사랑을 원합니다. 루소는 “산다는 것은 곧 사랑한다는 것이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살지 않는다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인생에는 사랑이 있기 때문에 기쁨이 있고, 향기가 있고, 보람이 있고, 행복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사람들은 사랑의 아름다움과 기쁨을 끊임없이 추구하면서도 진정한 사랑의 모습은 현실에서 얻기가 어렵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마음의 과정이 얼마나 미묘한 관계인지를 알고 있습니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거나 남자들은 다 그렇다거나 하면서 사람의 마음이 쉽게 변하는 것을 한탄하기도 하고, 사랑은 맹목적이라거나 사랑이 미움이 된다고 하는 것은 사랑이란 그렇게 달콤한 것만이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한편 사랑이란 비록 짝사랑이나 실연으로 끝나더라도 사랑을 하지 않은 것보다 훨씬 가치가 있으며, 사랑을 잃었지만 많은 것을 얻는다고 합니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사전에서는 사랑은 이성의 상대에게 끌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 마음의 상태나 부모나 스승, 또는 신(神)이나 윗사람이 자식이나 제자, 또는 인간이나 아랫사람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남을 돕고 이해하려는 마음이나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그리고 열렬히 좋아하는 이성의 상대를 의미합니다.

 

과연 이러한 설명이 사랑에 대한 정의로 충분할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사랑에 대한 생각과 판단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방식이나 태도, 그리고 사랑의 경험에서 사람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니 각 사람의 사랑의 개념과 정의도 당연히 다양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에는 국경도, 연령도 없다” “사랑은 영원한 것이다.” “이제 사랑은 안 할 거야. 고통만 주는 사랑을 왜해?”라며 다르게 정의하는 사랑이 틀렸다고도 단언하기도 힘듭니다. 그러면서도 분명한 진리는 사람은 여전히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로써 인생의 보람을 느끼고 행복을 느낍니다.

 

지난 2009년 2월16일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사람들에게 많은 가르침과 교훈을 남겨주었습니다. 특히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마지막 말씀은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해있는 사랑의 고귀한 정신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사랑의 진정한 의미와 그 큰 힘을 뚜렷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들은 진정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사랑을 증거하는 삶을 살아야하겠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11월호,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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