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교회문헌ㅣ메시지

제9회 생명주일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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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수 [ikorean] 쪽지 캡슐

2019-04-02 ㅣ No.945

제9회 생명주일 주교회의 담화

 

 

 

인간에게 봉사하는 과학 기술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인간 생명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는 제9회 생명주일입니다.

 

1. 생명 주일에 인간 생명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긴다는 것은, 다름 아니라, 수정되는 순간부터 자연적인 죽음에 이르기까지 ‘살아 있는 모든 사람’의 소중함을 되새긴다는 뜻입니다.

사실, 이 세상의 모든 “기쁨과 희망, 슬픔과 번뇌”(사목헌장, 1항)는 살아 있는 사람의 것이며, 그 모든 삶의 체험을 통해 하느님께 나아가는 이도 ‘살아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그분께서 나에게 주신 사람을 하나도 잃지 않고 [...] 다시 살리는 것”(요한 6,39)을 당신의 사명으로 생각하셨듯이, 교회는 살아 있는 모든 사람이 귀하게 대우 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힘써 노력할 사명을 지닙니다.


2. 이번 제9회 생명 주일에는 특별히 현대의 과학 기술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간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하는 과학 기술은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에 직접 관련됩니다.

이런 과학 기술은 “인간에게 봉사하고 모든 사람의 이익을 위한 전체적인 발전을 촉진할 때에는 인간의 귀중한 자산”(「생명의 선물」, 서론, 2항)이 됩니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과학 기술은 인간을 위해 존재할 때에만 그 가치와 의미가 있습니다.

따라서 과학 기술은 “인간과 인간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와 인간의 참되고 전인적인 선(善)에 봉사하는 것이어야”(「생명의 선물」, 서론, 2항) 합니다. 만일 과학 기술이 인간을 파괴하거나 도구화하려 한다면, 이는 결코 용인될 수 없습니다.


3. 이러한 관점에서 무엇보다 먼저 경계할 것은 인간 배아에 대한 연구입니다.

일부 과학계에서는 인간 배아를 이용한 연구의 허용 범위를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 배아는 한 인간의 첫 시기로서, 마땅히 존중과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

살아 있는 인간 배아를 연구 재료로 삼는 행위는 어떠한 목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이미 태어난 아기나 다른 모든 인격체와 마찬가지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배아의 “존엄성에 대한 범죄”(「생명의 선물」, 제1부, 4항)입니다.

따라서 과학계에서는 인간 배아 연구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인간 배아를 사용하지 않고도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낼 수 있는 연구에 창의성을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4. 다음으로 생각할 것은 체외 수정입니다.

체외 수정은 남편과 아내의 몸을 순전히 생식에 필요한 생물학적 기능의 수준으로 취급하며, 이 시술에서 만들어지는 인간 배아 역시 임신 성공을 위해 “쓸모 있는 것만 고르고 나머지는 처분해 버리는 세포 덩어리인 것처럼”(「인간의 존엄」, 14항) 다룹니다.

그리하여 체외 수정은 남편과 아내의 인격적 의미와 부부의 인격적 결합을 배제할 뿐만 아니라, 한 인간의 탄생을 생물학적 조작의 산물로 만들어 버립니다.

따라서 체외 수정은 난임 부부들에게 희망을 주는 방법처럼 보일지라도, 부부의 일치와 자녀의 출산에 합당한 방법이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부부의 건강과 인격적 의미를 존중하며 자연 출산을 추구하는 나프로임신법(자연주기를 이용한 방법)이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5. 또한 인간에 대한 유전자 조작도 신중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최근에 이른바 ‘유전자가위’ 기술로 인간의 유전자에 대한 개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급기야는 지난해에 중국에서 유전자편집으로 쌍둥이 아기가 태어났다는 사실이 알려져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이처럼 과학 기술이 도덕적 한계를 존중하지 않을 때, 그것은 인간에게 오히려 두려움과 재앙의 원천이 된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대의 유전학은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따라서 안전성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간의 유전자에 섣불리 개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선호하는 특성을 인간에게 부여하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하는 행위는 “일부 사람들의 뜻을 따라 공동선을 해치는 데로 나아가게 될 것”(「인간의 존엄」, 27항)이기에 용인될 수 없습니다.


6. 끝으로 생각할 것은 인공지능,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롭게 등장하는 과학 기술입니다.

이와 같은 기술들은 산업, 의료, 학술, 군사 등 각종 분야에 적용되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가능성을 열어주는 동시에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인간이 더욱 인간다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인지, 아니면 인간됨의 본래 의미를 상실하는 길로 갈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류는 진정으로 새로운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강조할 것은, 서두에서 언급했던 과학 기술의 본분입니다.

즉 과학 기술은 인간의 것이고 인간을 위한 것이며, 언제나 그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기술들을 개발하고 응용하는 분야에 있는 사람들은 단지 기능과 효율의 측면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인간다움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숙고해야 할 것입니다.

 

“불멸의 생명과 더불어 은총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모든 이와 함께하기를 빕니다.”(에페 6,24)

 

2019년 5월 5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주교

 

※ 원문출처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http://www.cbck.or.kr/bbs/bbs_read.asp?board_id=K1200&bid=13013850&page=1&key=&keyword=&cat=

 

※ 사회교리 콘텐츠 제작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교리 더나은세상

http://www.ab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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