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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열린 공동체: 성남시단기청소년쉼터(남자) 이동 상담실 아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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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3-19 ㅣ No.117

세상에 열린 공동체 – 성남시단기청소년쉼터(남자) 이동 상담실 ‘아지트’


언제든지 기다릴게

 

 

봄이다. 아이들이 진학하고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듯 이 계절에 어울리는 단어는 아마도 ‘시작’과 ‘희망’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희망은커녕 꿈을 펼쳐 보지도 못한 채 위기에 놓이는 청소년이 적지 않다. 가정 해체, 폭력과 방임, 학교 부적응 등으로 학교나 가정을 떠나 거리에서 방황하는 이른바 학교 밖 청소년들이다. 따뜻한 가정보다 차가운 거리를 선택해야만 했던 이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아지트(A지T)’가 있다.

 

 

아이들을 찾아 직접 거리로

 

‘아지트’는 ‘아이들을 지켜 주는 트럭’의 줄임말로 가출과 노숙 위기의 청소년을 위한 이동형 아웃리치(도움이 필요한 소외 계층을 직접 찾아가 그들에게 도움과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버스를 말한다. 노숙인 무료 급식소인 안나의집 대표 김하종 신부(오블라띠선교수도회)가 거리의 청소년들을 돌보고자 만든 ‘아지트’는, 산하 시설 성남시단기청소년쉼터(남자)에서 운영한다.

 

“1994년부터 가난하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싶은 아이들을 위해 공부방을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의 말도 잘 듣고 공동체 생활도 잘했습니다. 2000년부터는 부모와의 갈등으로 청소년 가출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가출 청소년들을 도우려고 여러 쉼터를 마련했습니다. 2010년부터 스마트폰 세대가 되면서 청소년들을 돌보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들은 ‘내’가 중심이며 ‘지금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대로 자유를 원하면서 간섭받기를 싫어합니다. 그들은 공동체 생활에 익숙하지도 않고, 어른들에게 상처받았기 때문에 어른들이 만든 쉼터 입소를 꺼렸습니다. 그래서 2015년 7월부터 ‘아지트’를 시작했습니다.”

 

김하종 신부는 또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 사회에는 마음의 상처가 있고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 아이들을 만나려면 사무실에서 기다리지 말고 거리로 나가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교회는 전투가 끝난 뒤의 야전 병원’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지트는 더 어렵고, 많이 다치고, 더 위험하다는 삶의 전쟁터에 놓인 청소년을 위하여 간단하게 설치한 천막입니다. 이곳을 우리는 ‘아지트 야전 병원’이라고 부릅니다. 날마다 우리는 고통스러운 전쟁이 벌어지는 곳에 이 천막을 세웁니다. 우리는 위기 상황에 놓인 이 어린 피해자들을 치료해 주고 위로해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들의 불안정한 삶을 공유하고자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아지트’는 거리를 배회하거나 가출한 청소년들이 마음을 열고 다시 가정과 학교로 돌아가게 이끄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그곳엔 언제나 아지트가 있다

 

아지트는 청소년, 특히 ‘거리의 위기 청소년’을 위해 일주일에 네 번 거리의 청소년이 많이 모이는 역 주변이나 번화가로 옮겨 다니며 문을 연다.

 

수요일에는 성남시 야탑역 앞, 목요일에는 신흥역 주변, 금요일에는 경기 광주시 우체국 앞에서 저녁 6시부터 12시까지 청소년들을 만난다. 또 화요일에는 학교에 찾아가 아지트를 알리고 상담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날 이동 상담소인 아지트 버스와 두 동의 천막으로 이루어진 아지트는 청소년들의 따뜻한 보금자리요 안전한 쉼터가 된다. 이곳에서 김 신부와 사회복지사, 봉사자들은 청소년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보드게임이나 다양한 문화 활동을 통해 그들과 함께한다. 컵라면과 햄버거 등 학생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간식과 음료도 무료로 나눠 주고 다달이 생일 축하식도 한다.

 

또한 정서적인 상담과 심리 검사, 성교육과 흡연 등의 예방 교육, 그리고 의료와 법률 등 전문적인 상담은 물론 정기적으로 일대일 맞춤형 상담을 하는 ‘사례 관리’도 한다. 아지트는 하루 평균 50-60명, 많을 때는 80-90명의 학생이 찾는다. 지난해 이용자는 8,000명이 넘었다.

 

“대체로 요즘 청소년은 ‘안전하게 의지할 곳이 없다. 그래서 방황할 수밖에 없다.’라고 규정할 수 있어요. 특히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가정 문제, 가정 해체로 위기에 놓인 아이가 많아요. 이 아이들은 어른에게 기대지 못하니까 집을 나와 또래 친구를 찾고 친구에게 의지해요. 하지만 친구도 불안정한 상황이고 가출 청소년이 갈 수 있는 곳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비행과 절도 등 탈선하기 쉽고, 범죄와 성폭력, 성매매에 노출되기 쉬워요.”

 

성남시단기청소년쉼터(남자)에서 아웃리치 전담 요원으로 활동하는 배인서 사회복지사는, 아지트는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유해 환경에 빠지지 않고 안전하게, 청소년들이 ‘청소년답게’ 살도록 도와주는 곳이라고 했다. 그것이 아이들을 ‘지켜 주는 것’이란다.

 

“아지트의 역할은 ‘언제나 그곳에서 준비하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늘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아지트를 열려고 해요. 아이들에게 ‘그 시간, 그곳에 가면 언제나 아지트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 주려고요.”

 

 

찾아가는 청소년들의 쉼터 ‘아지트’

 

지난 1월 31일 저녁 경기도 성남시 신흥역 3번 출구 옆. 이른바 ‘먹자골목’이라 불리는 번화가이다. 어둠이 내리고 휘황찬란한 네온등이 불을 밝히는 가운데 아지트가 세워진다. 10평 남짓한 대형천막 두 동에는 탁자와 간이 의자를 놓고, 천막 안을 환하게 밝힐 조명과, 공간을 따듯하게 데울 난로도 켠다. 후원받은 햄버거와 음료, 그리고 설을 앞둔 날이라 특별 프로그램으로 오목과 투호를 준비했다. 담당자들은 한복을 입었다. 빨간 점퍼 차림의 청년 봉사자들은 거리를 돌아다니며 아지트를 알렸다.

 

요즘은 학교나 가정 밖 아이들보다 고정적으로 오는 일반 아이들이 많다더니 천막 안은 금세 아이들로 북적인다.탁자에 둘러앉은 청소년들은 간식을 먹고, 휴대폰 영상을 감상하며, 선생님과 게임도 한다. 고민이 있는 아이는 ‘이동 상담 버스’라고 쓰인 아지트 버스에서 김 신부와 상담사들에게 말 못 할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이곳이 아이들에게 확실히 편안하고 즐거운 곳이란 느낌이 든다.

 

천막 안에서 만난 한 학생은 아지트가 집과 학교 사이에 꼭 들러야 하는 곳이라고 했다. “학원이나 도서실에서 공부하다가 피시방이나 노래방에 가는 게 일상이었는데 지금은 아지트에 들렀다 집에 가요.”

 

가출 경험이 있다는 또 다른 학생은 아지트가 “진심으로 배려받고 존중받는 기분이 들게 하는 곳”이라며 “속마음을 털어놓고 위로받을 수 있는 마음의 집”이라고도 했다.

 

“아버지와 잦은 다툼으로 집을 나와 우연히 이곳을 알게 되었는데 따뜻한 마음으로 보살피며 챙겨 주시는 신부님과 선생님들 덕분에 힘든 시간을 견디어 낼 수 있었어요.”

 

11시가 넘어 집으로 돌아가던 한 고등학생도 “아지트가 가장 따뜻한 곳”이라며 “이곳이 우리 집”이라고 했다.

 

 

아이들 마음속에 희망의 씨앗을 심으며

 

“사춘기 때 누구를 만나느냐는 청소년들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나쁜 친구를 만나면 나쁜 길로 빠질 수 있고, 좋은 사람을 만나면 좋은 길로 가는 것입니다.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면 사랑할 줄 모르게 되고, 폭력을 당하면 폭력적인 사람이 됩니다. 요즈음 경계선에 몰린 많은 청소년을 봅니다. 누군가 손을 잡아 주면 안으로 들어올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아지트에서 함께한 청소년들이 좋은 모습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볼 때 기쁘다는 배인서 씨가 힘주어 말한다. “위험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거기 가면 아지트가 있지.’ 하고 언제든 찾아올 수 있게 아지트는 계속되어야 하고 늘 그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김하종 신부도 같은 생각이다. “아지트는 힘들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활동입니다. 그 아이들이 여기 오면 편하고 따뜻하게 맞아 주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참 기쁩니다. 우리는 꾸준히 그들을 찾아 나서야 하고, 그 아이들 마음속에 씨앗을 심어야 합니다, 사랑의 씨앗, 희망의 씨앗, 용서의 씨앗을. 언제 싹이 트는지 알 수 없지만, 하느님 나라처럼 이 씨앗들이 언젠가 좋은 나무로 자랄 것이라 믿습니다. 열매는 예수님께서 맺게 해 주시겠죠.”

 

갈등을 비롯한 가정불화와 가정 폭력 등 가정의 다양한 문제에서 벗어나고파 몸부림치는 아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이렇게 거리에서 방황하는 청소년은 2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아픔과 상처로 얼룩진 거리의 청소년들을 위해 오늘도 아지트는 그곳에서 문을 열고 기다린다. “대화하고 싶을 때, 힘이 들 때 언제든지 와. 손잡아 줄게.”

 

문의 : ☎ 031)722-6260 (www.purumi.net)

안나의집 산하 성남시단기청소년쉼터(남자)

 

[경향잡지, 2019년 3월호, 글 · 사진 김민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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