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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서울 순례길, 산티아고처럼 국제 순례길 되다: 아시아 최초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로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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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9-23 ㅣ No.1787

서울 순례길, 산티아고처럼 국제 순례길 되다


아시아 최초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로 선포

 

 

-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피지겔라 대주교로부터 ‘천주교 서울 순례길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 선포 교령’을 받아 펼쳐 보이고 있다.

 

 

‘천주교 서울 순례길’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로 선포됐다. 

 

천주교 서울 순례길은 이번 교황청 국제 순례지 선포로 이스라엘과 로마, 바오로 사도 순교길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같은 세계 공식 순례지의 위상을 지니게 됐다. 또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 관광 자원으로서 큰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리노 피지겔라(Rino Fisichella) 대주교는 14일 서울 중구 서소문 밖 네거리 역사공원 순교성지에서 “‘천주교 서울 순례길’을 교황청 국제 순례지로 승인한다”는 교령을 반포했다. 

 

피지겔라 대주교는 교령 반포에 앞서 “천주교 서울 순례길이 한국 교회의 순교자들에 대한 기념을 소중하게 여기는 효과적인 길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 순례길은 순례자들뿐 아니라 인간 생명을 묵상하고 신앙의 선물로 주신 하느님의 은총의 변화시키는 힘에 그들의 마음을 열겠다고 선택한 모든 사람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 순례지 승인 선포식에 앞서 서소문순교성지에서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감사 미사가 봉헌됐다. 한국과 아시아 주교단, 사제단, 신자 1500여 명이 참여한 미사에서 염 추기경은 “순례지는 자신을 재발견하고 회개에 필요한 힘을 되찾는 안식처가 될 수 있고, 참다운 복음화의 장소이기에 새 복음화의 원동력이 되는 순례지 사목을 촉진하기 위해 국제 순례지로 조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천주교 서울 순례길은 자발적인 신앙 수용, 박해와 순교, 이 땅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고자 했던 한국 교회의 역사를 이야기해 준다”면서 “이 길을 널리 알리고 돌보고 스스로 자긍심을 갖고 소중히 여겨 신자뿐 아니라 세계인이 사랑하는 명소로 가꾸자”고 당부했다. 

 

아시아 청년 순례단이 13일 동대문성곽공원을 지나 서울성곽길을 향해 걷고 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영적 선익을 위해 서울 순례길을 마련하고 교황청 승인 순례지 선포식을 하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심혈을 기울여온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모든 관계자에게 감사드린다”며 “순례를 통해 자기 신앙을 키우고 주님께 받은 은혜를 이웃과 나누는 사랑을 실천할 때 순교 정신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축하했다.

 

이날 선포식에선 도종환(진길 아우구스티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중ㆍ종로ㆍ마포ㆍ용산구청장 등이 주한 교황대사 슈에레브 대주교로부터 교황 강복장을 받았다.

 

‘천주교 서울 순례길’은 한국 교회 첫 신앙공동체 자리와 사목지, 순교지, 순교자들의 묘소와 사제 양성 못자리인 신학교 터 등 순례지 24개를 3개 구간을 잇는 44.1㎞ 도보 순례길이다. 3개 구간은 신앙 선조들이 자발적으로 복음 말씀을 받아들여 신앙공동체를 형성한 것을 묵상하는 ‘말씀의 길’(명동대성당~가회동 성당 9개소, 8.7㎞), 죽음으로 하느님을 증거한 순교자들을 현양하는 길인 ‘생명의 길’(가회동 성당~중림동 약현성당 9개소, 5.9㎞), 순교자들의 순교 신심을 본받아 신앙의 빛을 밝힘으로써 교회와 일치를 이루고 새 복음화의 길을 걸어가기를 기원하는 ‘일치의 길’(중림동 약현성당~삼성산 성지 8개소, 29.5㎞)이다

 

서울 순례길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맞아 서울대교구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개발했다. 2013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지정한 서울 속 천주교 순례길에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 장소를 더해서 국제 순례지로 선정됐다. 서울대교구와 서울시는 천주교 서울 순례길을 국제 순례지와 한국 근대문화유산을 대표하는 관광 자원으로 홍보하기 위해 아시아 교회 청소년 순례 정례화 등 다채로운 행사를 함께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9월 23일, 리길재 기자]

 

 

전통적 아름다움과 다양함으로 세계적 순례길로 거듭나길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리노 피지겔라 대주교

 

 

‘천주교 서울 순례길’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 선포를 위해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리노 피지겔라(Rino Fisichella, 67) 대주교가 10일 방한했다.

 

피지겔라 대주교는 자신의 개인 경당에 성 김대건 신부의 성화를 모시고 항상 매일 기도할 만큼 한국 순교자들에 대해 잘 알고 있을뿐더러 공경하고 있다. 그런 그가 11일 천주교 서울 순례길을 걷고는 “매우 만족하고 감동적”이라고 밝혔다. “특별히 이 순례길에서 아시아 주교들을 만나고 함께 순례한 것이 매우 좋았다”고 기뻐했다. 그러면서 “이들과 함께 순례하면서 한국 순교 성인들을 기억한 것이 천주교 서울 순례길 국제 순례지 선포의 첫 행사였다는 게 대단히 의미 깊다”고 말했다.

 

2009년에 이어 두 번째 한국 방문인 그는 “내 집처럼 느껴진다”며 “항상 역동적인 교회를 발견하고 많은 성소를 본다”고 반가워했다. 천주교 서울 순례길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 선포를 앞두고 그 길을 도보 순례한 피지겔라 대주교를 11일 오후 서울 자하문로 주한 교황대사관에서 만났다.

 

피지겔라 대주교는 “천주교 서울 순례길을 국제 순례지로 선포하는 것은 한국 교회의 순교 역사를 보편 교회가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국제 순례지로 선포하는 것은 모든 교회의 유산으로 포함되는 것입니다. 오늘 아침 13살 소년 성 유대철 베드로를 보았습니다. 그 순간 로마 교회의 아녜스 성녀를 떠올렸지요. 군인 출신인 허엽 바오로 성인도 세바스티아노 성인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런 연유에서 국제 순례지를 선포하는 것은 모든 교회를 염두에 두고 하는 것입니다. 순교성지 순례길을 걸음으로써 순교자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는 “서울 순례길 인정은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특별한 의미를 갖는 순간”이라고 부연했다. “성지들은 신앙을 보존하기 위한 중요한 장소들입니다. 순교성지는 신자뿐 아니라 신자가 아닌 이들도 많이 방문하는 곳이지요. 따라서 순교성지는 복음화를 위한 두 가지 가능성을 지닙니다. 하나는 신자들에게 신앙 증거의 중요성을 기억시킵니다. 공개적으로 신앙을 증거함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신자뿐 아니라 비신자들에게 가톨릭 신앙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또 다른 의미로 성지는 성사를 거행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주님과 일치하는 친교에 부름을 받았는데, 그 최후 목적지를 향한 신앙의 순례 걸음을 성지순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지는 복음화를 위한 길을 보여줍니다. 성지는 순례하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자신들의 삶의 길을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인간의 삶이 바로 순례자이기 때문입니다.”

 

피지겔라 대주교는 “천주교 서울 순례길이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모든 이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한국의 전통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티아고 길은 유럽 국가들의 다양한 전통들이 집결된 길입니다. 서울 순례길도 한국의 전통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지니면서 다양함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이 길을 걷도록 제시해야 합니다. 그들이 우리 신앙을 계승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젊은이들은 순례를 통해 그들의 역사를 발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 역사는 우리에게 생명을 준 역사 즉 교회 안에 있는 가톨릭 신앙의 역사를 말합니다.”

 

피지겔라 대주교는 한국 교회 젊은이들에게 신앙의 역사를 잊지 말도록 용기를 갖길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고 요청했다. “그리스도를 만나는 순간 삶이 바뀝니다. 행복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주님과 만남으로써 아주 의미 있는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세상에 그리스도의 현존을 보여줘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이는 우리의 삶을 복음과 항상 일치시켜 참사랑을 증거하는 것입니다. 한국 순교자들은 배교를 강요받았지만 예수님과 신앙에 대한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순교자들처럼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거하는 용기를 가집시다. 이 사랑은 항상 지속적이며 충실한 것이며, 우리에게 행복을 선사할 것입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10년 9월 설립한 새복음화촉진평의회는 교회가 선교 열정을 가지고 새로운 복음화에 나서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교황청 기구다. 새 복음화에 관한 주제와 방식, 수단을 찾아내 개별 교회와 교구장 주교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고, 교리교육을 감독하는 일을 한다. 또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 지정 등 순례지에서 이뤄지는 사목 활동의 발전을 촉진하는 모든 일을 맡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9월 23일, 리길재 기자]

 

 

박해 역사와 순교 신심 공유하고 새 복음화 모색


천주교 서울 순례길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 선포 기념 국제 학술 심포지엄

 

 

국제 학술 심포지엄 주제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함께 약정토론을 벌이고 있다.

 

 

천주교 서울 순례길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 선포 기념 국제 학술 심포지엄이 13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문화관 꼬스트홀에서 열렸다. 

 

‘아시아의 문화 전통과 그리스도 신앙’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은 불교와 유교, 이슬람, 힌두교 등 다양한 종교 문화 전통을 지닌 아시아 지역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어떻게 전파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순교자들의 역할은 어떠했는지를 살피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참석자들은 박해와 순교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아시아 교회의 순교 신심을 매개로 새 복음화를 위한 선교 방향을 모색했다. 

 

16세기 이후 근대 사회로 접어들던 시기 동아시아 지역에 선교사들에 의해 가톨릭 신앙이 전파됐다. 그리고 이러한 복음화의 노력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복음의 전달과 수용에는 수용자 사회의 문화 조건과 수용자들의 요구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한역서학서를 통해 그리스도교 신앙을 받아들인 조선 신자들은 유일한 인격신의 존재를 통한 인간 존엄성을 깨달으면서 대군대부(大君大父)이신 하느님께 대충대효(大忠大孝)를 하기 위해 자기 목숨까지 기꺼이 내놓았다.

 

이처럼 신앙과 문화의 만남에는 필연적으로 ‘수용’과 ‘갈등’의 인과 관계가 성립되고 토착화 과정을 거쳐 융합되고 더욱 풍요로워져 왔다. 

 

이슬람 문화권인 ‘말레이시아 문화 전통과 그리스도 신앙’을 주제로 발표한 페낭교구 총대리 마이클 추아 몬시뇰은 “말레이인을 포함한 무슬림에게 그리스도교 선교는 법으로 금지돼 있으나 말레이시아 교회는 신앙과 전례 토착화에 노력하고 있다”며 “평신도 참여와 교회 쇄신, 사제 양성을 위해 교구들이 공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유(儒)ㆍ도(道)ㆍ불(佛)의 문화를 지닌 중국에 관해 천팡쭝(陳方中, 대만 보인대 역사학) 교수는 “그리스도교가 장대한 중국 문화에 적응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며 “올해 5월부터 중국 공산당이 천주교의 중국화를 실현하려 하지만 중국화는 반드시 교회 내의 자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문화 전통과 그리스도교 신앙’에 대해 조광(고려대) 명예교수는 “18세기 후반 현실 정치에 비판적이던 지식인 집단이 성리학을 극복할 수 있는 선진 유학에 입각한 새로운 사상을 만들고자 한문서학서를 통해 그리스도교 신앙을 만났다”며 “그들은 교우촌을 통해 신분제가 없는 새로운 평등 사회를 구현하면서 천국을 실현했다”고 강조했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기조연설에서 “하느님께서 인류를 구원하시고자 참사람이 되셨다는 육화의 신비가 모든 지역에서 그리스도교가 토착화해야 하는 신학의 원형이자 기준”이라며 “아시아에서의 그리스도교 신앙의 토착화는 아직도 전개되는 현재 진행형일 뿐 아니라 새로운 문화 환경에서 늘 새롭게 되풀이돼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9월 23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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