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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식별력과 책임의 성교육21: 불변적 가치에 입각한 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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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4-30 ㅣ No.1508

[이광호 소장의 식별력과 책임의 성교육] (21) 불변적 가치에 입각한 성교육


생명의 소중함과 책임감 위에 사랑 싹틔워야

 

 

시대에 따라 변하는 문화적 가치

 

지금은 시대착오적인 개념이지만 조선 시대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던 강력한 성적 가치관은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다. 반면에 현대 소비사회의 지배적인 성적 가치관은 ‘섹스=게임’이다. 침투력 강한 영상매체가 영화 드라마 뮤비 광고 포르노그래피 등을 통해서 무의식에 각인시키는 생각이기 때문에 젊은 세대일수록 이 가치관을 강하게 고수한다.

 

이처럼 성에 대한 문화적 가치는 시대에 따라 극심하게 변하고, 각 시대의 성교육은 이 가변적 가치를 반영하게 된다. 그래서 성교육은 남녀가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유교적 예법인 ‘내외(內外)’에서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순결 교육’을 거쳐서 즐기되 임신만 안 하면 된다는 ‘피임 교육’까지 시대에 따라 변화를 겪는 것이다. 과연 성교육이 시대마다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는 문화적 가치만을 가르치는 것이 온당할까?

 

 

성과 인간의 삶에서 절대 불변하는 것은?

 

온전한 성교육은 성과 관련하여 절대 불변하는 가치가 무엇이고, 그것이 시대마다 바뀌는 문화적 가치와 어떻게 다른지를 인식시켜야 한다. ‘성적 욕구’. ‘인격적 사랑’, ‘생명력’의 세 요소가 합일된 상태가 남녀의 온전한 사랑이며 이것이 성의 항구적 가치다. 이는 남녀의 성적 결합이 필연적으로 생명으로 연결된다는 자연법에 근거한 윤리이기 때문에 결코 바뀔 수 없다. 이는 중력의 법칙이나 나침반이 정북을 가리키는 것과 같은 불변의 원칙이다.

 

그런데 현대 소비사회는 성적 욕구와 호기심 정도만 있으면 거기에 사랑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성관계를 하라고 젊은 남녀들의 등을 떠민다. 성관계를 놀이화해야만 큰 이익을 얻는 거대 산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젊은이들은 “임신하면 어떻게 해요?”라는 생명력과 관련된 질문을 반드시 할 수밖에 없다. 이 고민에 소비사회가 주는 대답은 “콘돔 써! 피임약 먹어!”다. 상업적 영상물은 남녀가 상호 존중하는 인격적 사랑의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온전한 사랑을 구성하는 세 요소 중 두 가지인 인격적 사랑과 생명력을 완전히 삭제해 놓고, 성적 욕구만 있으면 그것이 사랑이라고 소비사회가 젊은이들을 속이는 것이다.

 

 

불변의 가치에 입각한 성교육

 

에리히 프롬도 그의 명저 「사랑의 기술」에서 성적 욕망의 기만적 속성에 대해 “성적 욕망은 대부분 사람 마음속에서 사랑이라는 관념과 짝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육체적으로 서로 원할 때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기 쉽다”고 명확히 지적한 바 있다. 남녀로 창조된 인간이 뱀으로 표현되는 사탄에 속아서 성적인 죄로 해석되는 원죄를 저질렀던 것을 보면(창세기 3장), 성적 환상을 활용한 기만술이 현대 사회의 문제만이 아니다. 성은 가장 깊은 차원의 욕망과 행복 그리고 생명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성과 관련하여 속이려는 자와 싸우겠다는 의지를 갖추지 않으면, 인간은 원조 아담과 하와처럼 속아서 불행의 늪에 빠지기 쉽다. 이것이 인간의 운명이기 때문에 불변적 가치에 입각한 성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성교육에서 제일 우선해야 할 주제는 무엇일까? ‘생명’, ‘책임’, ‘인격’이다. 남녀가 성적으로 결합하면 생명이 생긴다. 이는 대자연의 순리이기 때문에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그러니까 성교육의 첫 번째 주제는 ‘생명’이다. 새 생명은 반드시 돌봄이 필요하므로 성교육의 두 번째 주제는 ‘책임’이고, 책임의 파트너십이 남녀에게서 나오려면 상호 인격적 존중이 있어야만 하므로 성교육의 세 번째 주제는 ‘인격’이다. 이것이 바로 항구적 가치에 입각한 성교육이며, 선진국이라 불리는 대다수 나라는, 성과 관련된 다양한 이론들이 있지만, 청소년들에게 이 내용을 우선으로 가르친다.(연재물 8~11회 참조)

 

성교육의 세계 표준은? 그렇다면 한국 청소년들은 이 항구적 가치에 입각한 성교육을 받고 있을까? 우리나라 TV에 소개된 한 청소년 성문화센터의 성교육 장면을 보자.

 

강사 : 우리 친구들! 피임하는 가장 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원치 않는 임신요. 오! 정확해요. 제일 쉽게 구할 수 있고, 제일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콘돔. 공기를 빼주기 위해서 위를 잡고 한 번 비틀어줘요. 비튼 상태에서 (성기에 씌워서) 아래로 쭉! 간단하고 쉽죠?

 

인터뷰(남고생) : 남녀 간에 서로 사랑(성관계)은 하는데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있는 거잖아요. 피임 방법으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콘돔 교육을 하면서 그 실패 가능성이 15%나 된다는 사실이나, 실패하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은 청소년들에게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오래전에 개방적인 성교육이 진행된 미국과 유럽의 청소년은 어떨까? ‘금지 아닌 책임 배우는 해외 성교육’의 제목으로 방송된 EBS 뉴스(2015년 8월 27일 자)를 살펴보자.

 

앵커 : 해외 여러 나라의 성교육에서 빠지지 않는 건 ‘책임감’입니다. 무조건 성관계를 억제하기보다는 성에 대한 책임감과 바른 가치관을 길러주는 건데요. 하지 말라는 말보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부모가 된다는 게 얼마나 엄중한 일인지를 가르치는 게 더욱 효과적이란 뜻입니다.

 

기자 : 미국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아기 인형을 돌봅니다. 센서가 달린 신생아 인형이 울 때마다 우유를 주거나, 기저귀를 갈아줘야 합니다. 울음을 방치하면 낙제할 수도 있습니다. 아기 인형을 일주일간 데리고 살며 부모체험을 하는, 이른바 ‘아기 키우기’ 실습입니다.

 

인터뷰(남고생) : 10대 임신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요. 여자 친구를 임신시키는 일은 없을 거예요. 여자 친구가 아기로 인해 겪게 되는 걸 저도 함께 겪어야 할 테니까요.”

 

기자 : 네덜란드 성교육은 ‘NO means NO’로 대변됩니다. 싫은 것에 대해선 분명히 ‘안 된다’고 말하고, 상대방은 이를 ‘내숭’이 아니라, 정말 안 되는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성교육이 강화된 이후, 1970년대 12.4세였던 첫 성관계 평균 연령은 2000년대 들어 17.7세로 5년 가까이 늦춰졌습니다. 유네스코의 국제 성교육 지침은 5살부터 18살까지 단계별로 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감을 갖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를 보고 확실히 알 수 있는 사실은 성교육의 세계적 표준은 피임이 아니라, 책임이라는 상식이다. 선진국에서는 미혼부 책임법을 시행하여 청소년에게도 그 책임을 철저하게 묻고, 책임의 가치를 학교 성교육을 통해서 다양한 형태로 교육하고 있다. 그 나라들의 피임 교육은 전체적인 성교육 프로그램에서 보면 극히 일부인데, 한국에서는 피임이 성교육의 전부인 것처럼 포장되고 있다. 이는 분명한 거짓이고, 이 허황한 교육이 청소년들의 인성을 황폐하게 하면서 피임 산업은 큰 돈을 벌어들인다. 양육비 책임법이 입법, 시행되어야만 피임이라는 손오공을 책임이라는 부처님 손바닥 안에 가둘 수 있는데, 그 길이 멀고 험해 보인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4월 29일, 이광호 베네딕토(사랑과 책임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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