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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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우리 한 번 제대로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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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1-09 ㅣ No.554

[레지오 영성] 우리 한 번 제대로 살아보자!

 

 

붉은 닭의 해 정유년(丁酉年)이 지나고 황금 개의 해 무술년(戊戌年)의 새해가 밝았다. 이미 2017년을 보내면서 많은 분들은 2018년 새해엔 무슨 꿈을 어떻게 꿀 것인가 많이 생각했을 것이다. 어디 운수대통을 마다할 사람이야 있을까 마는, 우리 단원들은 그런 세속적인 것보다는, 신앙인이라는 신원의식에서 한 걸음이라도 더 주님 뜻에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거룩한 지향을 마음에 품었을 것이다.

 

게다가 2018년은 “한국천주교사도직단체협의회”가 출범한 50년을 경축하며 선포된 “평신도 희년”이다. 평신도 희년의 주제가 “새 복음화의 증인 – 내가 너를 뽑아 세웠다”(요한 15,16) 로 선정되었다. 요한복음(요한 15,13이하)에 따르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뽑으시고 그들을 종이 아니라 벗이라 부르시면서 말씀하신다. “너희가 가서 열매를 맺어 너희의 그 열매가 언제나 남아 있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5,16)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은 그 누구보다도 올 한 해 동안 “평신도 희년”의 정신에 따라 새 복음화의 증인으로서 복음선포의 결실(언제나 남아있는 열매)을 맺겠다는 각오를 새해의 지향으로 굳게 마음에 새기면 좋겠다.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그런 새해의 지향을 자신의 몸에 익히기 위해 먼저 자신의 신앙현실 또한 깊이 성찰하는 것은 당연하다. 요즘 개신교 목회자들 가운데 “예수 믿으면 복 받는다”며 신자들을 현혹시키는 선교는 사탄의 유혹이라며 강하게 비판하는 분들이 눈에 띈다. “예수 믿으면 복 받는다”는 것이 뭐가 잘못되었느냐 의아(疑訝)하게 여길 분들이 있을 것이다. 신앙생활 열심히 해서 하느님의 복을 많이 받는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모든 종교에는 기복적인 기도행위가 참된 믿음행위처럼 성행해온 것도 사실이다.

 

한데 왜 개신교 몇몇 목회자들이 그처럼 기복적인 기도행위를 신랄하게 비판할까?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리스도를 닮아야지, 무당을 닮아서야 되겠느냐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개신교의 각성을 부르짖는 목회자의 비판의 목소리에서 가톨릭신자들도 비켜갈 수 없다는 신앙현실이 사목적으로 아주 큰 문제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부터 신앙의식이나 신앙생활에 대한 성찰이 신랄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수많은 천주교인 기도가 값싼 싸구려 기도로 전락

 

제2차 세계대전 중반에 히틀러 암살 계획에 참여했다가 교수형을 받은 디트리히트 본회퍼 목사님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분은 신학대학 교수 백여 명이 히틀러가 만행을 저지르는 전쟁에 찬성하는 등 교회의 타락과 신앙의 변질을 보면서 그리스도교가 “값싼 은총”을 추구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그리스도인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속량은총을 너무나 싸구려 취급한다는 것이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은총을 얼마나 값싸게 여기기에 그리스도인들이 그처럼 함부로 살고 싸구려 믿음을 가지고 싸구려 삶을 사는 것이냐고 통탄하는 것이다.

 

본회퍼의 외침을 이해한다면 개신교 몇몇 목회자들이 주님의 은총을 싸구려 취급하지 말라 비판하는 그 외로운 외침을 이해할 것이다. 돈 잘 벌게 해 달라, 사업 잘 되게 해 달라, 자식 취직 시험에 딱 붙게 해 달라, 건강 되찾게 해 달라, 집 팔아 달라 등의 기도가 그리스도인의 중심 기도라면 우리의 신앙은 너무나 싸구려 신앙일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수많은 천주교인 기도가 그 값싼 싸구려 기도로 전락해버렸다 말한다면 과연 과한 말일까?

 

2014년 8월 16일 광화문에서 봉헌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순교자 123위 시복식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한국 천주교 신자들의 신앙생활 현주소를 다음과 같이 지적하셨다. “오늘날 우리는 자주 우리의 신앙이 세상에 의해 도전받음을 체험합니다. 우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방식으로, 우리의 신앙을 양보해 타협하고, 복음의 근원적 요구를 희석시키며, 시대사조를 따르라는 요구를 받습니다.” 교황님의 지적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자꾸만 세속화로 치닫는 우리 가톨릭의 사목 현주소를 제대로 파악한다면, 2018년 새해를 맞아 “사도직 활동 단체”라 자부심을 가지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부터 신앙쇄신에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예수님께서 쏟으신 속량의 희생을 싸구려로 취급하는 어리석음을 우리가 자꾸 범해서야 되겠는가? 우리 주님의 속량 희생을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의 희생으로 깨닫는 신앙인이라면, 왜 예수님께서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 16,24) 요청하셨는지를 제대로 깨달을 것이다.

 

2018년 올 한해에는 주님께서 피를 흘리셔서 마련하신 고귀한 신앙이 우리의 신앙이라는 의식을 목전에 두고 레지오 마리애 활동을 하여야 하겠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이 해이해질 때면 그때마다 마태 7,6을 펼쳐 마음을 다잡으면 좋겠다. “거룩한 것을 개들에게 주지 말고, 너희의 진주를 돼지들 앞에 던지지 마라. 그것들이 발로 그것을 짓밟고 돌아서서 너희를 물어뜯을지도 모른다.”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할 때면, “보십시오,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히브 10,9)란 신앙의 순명이 우리 마음에 새롭게 새겨질 것이다.

 

2018년 “평신도 희년”이 우리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을 위한 희년이 될 수 있도록 제대로 한 번 살아보자.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1월호, 하성호 사도요한 신부(대구대교구 사동성당 주임, 대구 S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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