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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펀펀 사회교리: 사형제도 완전 폐지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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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9-25 ㅣ No.1911

[펀펀 사회교리] (38) 사형제도 완전 폐지를 위하여 ① 국내 사형 집행 20년간 ‘0’… 실질적 폐지국

 

 

에이, 나 원 참. 이런 쳐 죽일 ×이 있나.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런 일들이 벌어지나 그래.”

 

아침부터 스텔라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습니다. 백 신부와 베드로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서로 쳐다보며 소리는 내지 않고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지’라는 입모양을 만듭니다. 이때 신문을 들고 스텔라가 회의실로 들어옵니다. 백 신부가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넌지시 묻습니다.

 

“아니, 평소에 점잖은 스텔라씨가 오늘 따라 말이 험하시네. 무슨 일 있으세요?”

 

조금 민망한 듯 스텔라가 얼굴을 붉히며 “글쎄 신부님, 신문 기사 좀 보세요. 이런 ‘인면수심’ 인간의 얼굴을 하고 짐승보다 못한 짓을 할 수 있습니까! 나이든 어른이 술을 쳐 묵고…, 8살짜리 어린 아이를 교회 화장실에서 강간하고 큰 상처까지 입히다니요. 이게 사람입니까?! 그것도 형량이 고작 12년형입니다. 아이는 평생을 정신적 고통과 육체적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할 텐데요. 거기다가 이××가 형량이 많다고 항소에 상고까지 했답니다. 사람입니까. 이런 ×들은 사형시켜야 돼요! 사형!”

 

평소답지 않은 스텔라의 모습에 백 신부와 베드로는 놀라서 슬슬 눈치를 보다가 베드로가 먼저 말을 끄집어낸다.

 

“스텔라씨, 진정하시고 좀 앉으세요. 듣고 보니 정말 쳐 죽여도 시원치 않을 인간이네요.”

 

자리에 앉은 스텔라가 동조해주는 베드로 때문에 기분이 좀 풀렸는지 험악한 얼굴이 펴진다.

 

“하하(어색한 웃음) 뭐라고 말하기가 참 거시기 한 상황이네요. 저도 그 기사 보면서 참 말세구나 싶었는데요. 특히나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더 화가 나겠습니다.”

 

“네, 그렇죠. 맞습니다. 스텔라씨가 화 낼만 해요. 그리고 그런 ×은 죽어도 싸요. 네 싸고 말구요!”

 

백 신부의 말을 베드로가 거들면서 분위기를 한층 끌어 올리자 오히려 스텔라가 겸연쩍어져서 두 사람을 말린다.

 

“뭐, 그렇다고 죽이기까지야…. 어쨌든 이런 사람은 혼이 나야 해요.”

 

두 사람 모두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백 신부가 말을 한다.

 

“알고 계세요? 우리나라가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라는 것을…. 국제사면위원회(국제엠네스티)는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으면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마지막으로 사형을 집행한 것은 1997년 12월 30일입니다. 이날 23명의 사형을 집행한 후 사형 집행은 없었는데요. 벌써 20년이 되었습니다. 국제엠네스티에서는 2007년 12월 한국을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하였다고 합니다. 국제엠네스티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실질적 사형폐지국은 140개 정도라고 합니다.”

 

* 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 · 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 - 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았다. 마산교구 사회사목 담당, 마산시장애인복지관장, 창원시진해종합사회복지관장, 정의평화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가톨릭신문, 2017년 9월 24일, 백남해 신부]

 

 

[펀펀 사회교리] (39) 사형제도 완전 폐지를 위하여 ② 140개국 이상이 사형 대신 무기금고형 도입 추세

 

 

백 신부의 사형제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자 스텔라와 베드로가 점점 빠져드는 표정이다.

 

“국제사면위원회가 조사한 나라들을 보면(2015년 12월 31일 기준),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제를 완전 폐지한 나라가 102개국이고, 특수범죄에만 사형제를 적용하는 나라가 6개국, 일상적인 범죄에도 사형 집행을 허가하는 법을 유지하고 있으나 적어도 지난 10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나라(실질적 사형폐지국)가 32개국입니다. 법이나 관행으로 사형제를 유지,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58개국이라고 합니다. 특이하게 사형제를 유지하거나 폐지를 혼용하는 국가도 두 군데 있습니다. 국가라면 당연히 법이 있을 테고 그 법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사형제도가 유지되거나 폐지되었습니다. 전시나 특수 상황, 즉 국가 비상사태 등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합니다. 사형제가 폐지되거나 시행하지 않는 나라들은 대부분 무기금고형으로 바꿔가는 추세입니다.”

 

스텔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보다 사형제를 실시하지 않는 나라가 많네요. 저는 대부분의 나라에 사형제가 있거나, 사형제를 실시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만큼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심이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사형제가 없어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인권 개념이 가장 먼저 생겨나고, 그리스도교 가르침에 따른 인간 생명 존중이 일반화된 유럽도 1980, 1990년대 와서야 사형제도가 폐지됩니다. 그만큼 사형제를 둘러싼 논란이 격렬했다는 뜻이겠죠?”

 

이야기를 이어가던 백 신부가 뜬금없는 질문을 한다.

 

“공식적으로 가장 먼저 사형제도가 없어진 나라는 어느 나라일까요? 이 문제 맞히면 치킨 쏩니다!”

 

베드로와 스텔라 얼굴에 이내 긴장한 빛이 떠올랐다.

 

“역시 ‘천부인권설’을 가장 먼저 주창한 유럽이 아닐까요? 아니면 이슬람 국가나 육식조차 금기시하는 불교 국가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 어디일까요? 오늘 치킨이 확 땡기는데… 꼼쟁이 신부님이 치킨을 쏜다는데… 아, 맞히고 싶어요!”

 

스텔라와 베드로는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를 날리고 싶지 않고 궁금하기도 해서 머리를 쥐어 짜봅니다. 하지만 너무 어려운 문제입니다. 아마도 꼼수 대가 백 신부가 이걸 알고 노렸을 것입니다. 한참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던 백 신부가 입을 엽니다.

 

“하하, 잘 모르시겠죠? 석유가 많이 나는데도 경제가 어려워서 큰 혼란을 겪고 있는 나랍니다. 답은 다음으로….” [가톨릭신문, 2017년 10월 1일, 백남해 신부]

 

 

[펀펀 사회교리] (40) 사형제도 완전 폐지를 위하여 ③ 사형제는 국가 인권 수준 가르는 척도

 

 

백 신부가 두 사람의 염장을 지르고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어간다.

 

“좀, 어렵죠? 답은 베네수엘라입니다. 1830년 독립 이래 사형 집행이 한 건도 없었으며 1863년에 사형이 법률로도 완전 폐지되었습니다. 아마도 90% 이상이 그리스도교 신자이고 80% 정도가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스텔라와 베드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백 신부가 이야기를 이어나가길 기다린다.

 

“지구상에는 수많은 나라와 정치체제들이 있다 보니 사형에 대한 생각이나 제도가 참 다양합니다. 사형제도에 대한 유형은 대략 말씀드렸는데요. 그중에서 특이한 것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연방국가인 미국은 실질적으로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 주, 사형이 폐지된 주, 사형이 집행되는 주가 섞여 있어 다른 사형 존치국과 같은 급으로 대우하기는 좀 애매한 측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워싱턴 D.C.와 뉴욕 주 등 동부 지역은 사형제도가 전면 폐지되었습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사형제도가 미국 내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운용은 되고 있지만 그건 선고까지만 입니다. 선고는 하지만 사형집행은 1977년 부활 이후 단 13명만 하였습니다. 사형제도는 놔두면서 집행은 하지 않는 실질적 사형제도 폐지 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형을 가장 활발하게 집행하는 주는 텍사스 주입니다. 너무 사형집행이 활발해 미국 내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미국 내 역대 사형집행의 40%가 텍사스 주 한 곳에서만 집행됐다고 합니다(텍사스 레인저스 메이저리그에서 우리 ‘추신수’ 선수가 뛰고 있죠. 응원합니다. 으샤!).

 

연방국가인 미국은 정치체제가 주마다 독특하고 독립적이어서 사형제도에 대해서도 많이 다릅니다. 또 특이한 나라는, 한 국가에 두 체제 - ‘일국양제’ 체제인 중국입니다. 국가로는 중국이지만 체제가 다른 홍콩과 마카오는 사형제가 폐지되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소수민족들이 섞여 살고 땅덩어리가 넓다 보니 같은 중국이라도 지역에 따라서 미묘하게 법이 다릅니다. 수도권 지역에서 멀어질수록, 외국인들과 교류가 활발할수록 사형집행은 없는 편입니다. 눈여겨볼 것은 미성년자와 임산부의 경우는 사형 선고 및 집행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미성년자의 법정 최고형은 징역 20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사형제도에 대한 유형이 참 다양합니다. 아마도 사형제도에 대한 시각이 그 나라의 인권에 대한 척도라고 볼 수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스텔라가 처음과 달리 차분해진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자 백 신부가 맞장구를 친다.

 

“예, 그렇다고 할 수 있겠죠. 인권이 신장되고 인간과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이 사회 전반에 깊이 스며있다면 사람들은 사형제를 폐지하고 다른 대안을 찾고자 할 것입니다. 하지만 생명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사회라면, 사회가 전반적으로 불안해지고 중대범죄가 많이 일어나겠지요.” [가톨릭신문, 2017년 10월 15일, 백남해 신부]

 

 

[펀펀 사회교리] (41) 사형제도 완전 폐지를 위하여 ④ 사형은 권력자 의도 숨겨진 후진적 제도

 

 

사형제에 대한 이해가 서서히 깊어지는 스텔라와 베드로에게 백 신부가 다소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음, 낯설기도 하고 혐오스러울 수도 있지만 사형 방법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혹시 비위가 약하시거나 심장이 좋지 않으신 분 또는 어린이는 듣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야기해도 괜찮겠죠?”

 

백 신부가 두 사람을 바라보고 뜸을 들인 후 말을 한다.

 

“고대 국가에서는 사람을 처형하는 방법이 너무 끔찍했습니다. 예를 들면, 속 안이 완전히 빈 청동으로 만든 황소 속에 죄수를 넣고, 황소 밑에 불을 피워 안에 든 사람이 타 죽을 때까지 가둬두기도 했습니다. 온몸을 찢어 죽이는 거열형도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당하신 십자가형도 있습니다. ‘도모지’라고 하여 한지를 얼굴에 붙이고 물을 붓기도 했고요. 돌을 던져 죽이는 ‘투석형’이나 ‘화형’도 있습니다. 1905년까지도 중국에서 시행되었다는 ‘링치’형이 있습니다. 너무 잔인해서…, 사람을 토막 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팽형’이라고 하는 ‘끓는 솥’ 사형도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는 명예형으로 집행되었습니다. 즉 사람을 직접 솥에 넣지 않고 사람 이름을 쓴 나무를 대신 사형시키는 것입니다.”

 

끔찍한 사형 방법에 대하여 백 신부가 설명하자 두 사람은 몸서리를 치며 말을 끊는다.

 

“아이고 신부님, 그만하십시오. 너무 잔인하네요. 그런데 사형 방법을 왜 그리 길게 설명하십니까?”

 

“그건 사람을 죽이는 방법 속에 사형집행 의도가 숨어 있기 때문이며, 사람 생명을 얼마나 가볍게 여겼는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여기 말한 대부분의 사형 방법은 반역 죄인들을 다루는 방식입니다. 정치적인 의도로 사형이 집행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잔인한 방법을 통해서 권력에 대항하는 자들에게 두려움을 주고, 일반 백성이나 숨어있는 정적들에게 ‘함부로 덤비다가는 이렇게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한다’라고 학습을 시키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권력자들의 비열한 속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까. 이에 비하면 요즘 대부분 나라들이 사형을 시행하는 방식은 좀 나은 편입니다. 시대의 발전에 따라서 죄인일지라도 최소한의 인권은 지켜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이 생각이 발전되어서, 범죄인도 지켜져야 할 인권이 있다면 일반 국민의 인권이 지켜져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사형 자체가 없어져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현대 사형 방법을 몇 가지만 볼까요? 가장 일반적인 ‘교수형’ ‘독극물 주사형’ ‘총살형’ ‘참수형’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인권 사각지대인 북한에는 아직도 ‘화형’이나 ‘장살형’(때려죽임)이 있다고 합니다. 북한 정권도 정신 좀 차려야 할 텐데요…. 그리고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OECD 국가 중에서 사형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일본과 미국뿐입니다. 일본은 과거 역사의 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으면서 아주 후진적인 사형까지 시행하고 있군요.” [가톨릭신문, 2017년 10월 22일, 백남해 신부]

 

 

[펀펀 사회교리] (42) 사형제도 완전 폐지를 위하여 ⑤ 사형은 과연 범죄 예방 효과가 클까?

 

 

사형집행 방법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나니 분위기가 사뭇 진지하면서도 무겁다. 백 신부가 분위기를 조금 풀기 위하여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우리나라가 실질적인 사형제도 폐지국가라는 것이 참 다행스러운 일이죠? 사형이 단순히 법에 의해서 사람 목숨을 끊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숨겨진 정치적 의도를 보았고, 시대 발전에 따라서 그 형태가 달라져 온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이제는 사형제 찬성과 반대에 대하여 알아볼까요? 오늘은 사형제를 찬성하는 분들의 목소리를 주로 들어 보겠습니다. 어때요 두 분은 사형제를 찬성하세요 반대하세요?”

 

백 신부의 질문에 한참 고민하던 두 사람 중 베드로가 먼저 말하고 스텔라가 뒤이어 말한다.

 

“아무래도 사형은 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인권 문제나 처참한 사형 방법 등 부작용은 있지만 사형이 있어야 사람들이 겁을 먹고 중범죄를 짓지 않을 겁니다.”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하는데요. 사형제도가 중범죄를 줄여주는 효과보다 인간 생명을 가볍게 보는 부작용이 더 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실수하게 마련인데, 현대 사법체계가 완전하다는 보장도 없지 않습니까? 잘못된 판단으로 사형이 선고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이야, 두 분 모두 대단하십니다. 사회적으로 아주 예민한 문제인 사형제도에 대하여 짧지만 아주 분명하고 정확하게 짚어 주셨습니다. 역시 저와 함께 일하다 보니 똑똑해지시는데요(결국 ‘기·승·전·자기 자랑으로 끝내는 백 신부-언제나 정신 차리려나). 먼저 찬성 입장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사형제도 찬성 이유 첫 번째는 죄수 유지비용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사형수들이 일반수용자와 동일한 처우를 받고 있으며 이들에게 소요되는 국가 예산은 1인당 연간 159만5000원이라고 합니다. 이 돈을 교육·복지에 활용하는 것이 더 옳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가장 많은 이유인데요. 범죄율 증가입니다. 법무부가 국회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1998년 이후 10년 간(1997년 이전)보다도 살인범죄가 매년 평균 193건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참 심각하죠. 세 번째, 재범죄의 가능성 때문입니다. 사실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들 대부분이 초범은 아니라는 것이죠. 네 번째, 국민여론이 사형제가 존속되어야 한다는 쪽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는 것입니다. 2015년 법무부에서 조사했을 때 69.9%가 사형제 존속에 찬성했다고 합니다. 또 사형을 선고받은 후 사형을 집행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57%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사형은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경고 효과를 가졌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찬성과 반대 의견을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가톨릭신문, 2017년 10월 29일, 백남해 신부]

 

 

[펀펀 사회교리] (43) 사형제도 완전 폐지를 위하여 ⑥ 흉악범 인권까지 지켜줄 필요 있을까?

 

 

“사형제를 찬성하는 이야기를 계속 들어 보겠습니다. 아주 극히 드문 경우이지만, 2014년 중국에서는 3명의 살인범이 교도관을 살해하고 도주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범죄자들이 교도관을 살해하고 도주하는 일들이 가끔 벌어지기도 한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해치사 등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받고 대전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김모(당시 46세)씨가 2004년 교도소 내에서 교도관을 둔기로 폭행해 숨지게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사건으로 1심에서 사형, 2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되었죠. 사건 내용을 다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교도관이 살해당했다는 것은 엄중한 사건입니다. 사건을 일으킨 김모씨는 상해치사 혐의로 수감 중이었으니 사람을 죽인 살인범입니다. 물론 사형에 처할 정도의 죄는 아니겠지만, 살인범에 대해 우리나라 법이 너무 관대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교도관의 죽음은 얼마나 억울합니까? 자칫 너무 물렁한 법 때문에 한 교도관이 숨진 것이라면…. 사형제가 있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로 보이지 않습니까?”

 

“살인자에게 너무 관대한 법이 또 다른 살인을 부른 경우네요. 죽은 교도관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베드로가 침통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자, 잠시 뜸을 들인 백 신부가 계속 이어간다.

 

“사형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사형제 오판 사례의 대표적인 예로 드는 것이, 1958년 1월 일어난 ‘진보당 사건’과 1974년에 있었던 ‘인혁당 재건위 사건’입니다. 이 사건들은 앞으로 찬찬히 짚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흔히 ‘사법살인’이라 부르는 이 두 사건은 오판이 아닌 권력 남용에 의해 사형제가 악용된 사례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그만큼 권력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은 두려운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사법부는 과거 독재정권 때처럼 정부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극히 드문 이런 사례를 일반적인 사례처럼 말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현재를 볼까요? 사법부의 오판이 걱정된다고 하더라도, 정상을 참작할 하등의 이유가 없거나 사형 집행을 하더라도 오판의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라면 어떨까요? 예를 들면, 전과 11범 유○철, 전과 7범 강○순, 전과 7범 김○태 같은 사람들 말입니다. 이들은 살인강도, 성폭행 등의 강력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이면서, 수사와 재판에서 오판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오판의 가능성 때문에 사형을 집행해서는 안 될까요? 생각해봅시다. 살인자는 타인의 생명과 존엄성을 짓밟은 사람이고, 그것은 스스로의 권리마저도 짓밟고 포기하는 행위입니다. 그런 사람의 권리까지도 존중하기 위하여 공권력과 선량한 시민의 세금이 낭비되어야 할까요?”

 

백 신부의 말이 사뭇 비장하게까지 들린다. [가톨릭신문, 2017년 11월 5일, 백남해 신부]

 

 

[펀펀 사회교리] (44) 사형제도 완전 폐지를 위하여 ⑦ 생명은 인간이 단죄할 수 없는 절대가치

 

 

사형제 찬성에 대해 너무 진지하고 비장하게 말하는 백 신부의 눈빛이 매섭다. 이에 베드로가 제지하고 나선다.

 

“신부님 너무 감정 이입하지 마시고 진정하십시오. 그런데 생명에 대하여 너무 극단적이고 쉽게 말씀하시는 것 아닙니까?”

 

잠시 숨을 고른 백 신부가 겸연쩍게 웃으며 말한다.

 

“좀 그렇죠. 분위기 바꾸어서 제가 이야기 하나 해드리겠습니다. 성덕 높은 수사님 한 분이 성당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비둘기 한 마리가 독수리에게 쫓겨서 날아들어 왔습니다. 겁에 질린 비둘기가 오들오들 떨면서 수사님 품으로 숨어들었거든요. 뒤따라 들어온 독수리가 수사님에게 자기 저녁거리인 비둘기를 내어 달라고 했습니다. 수사님이 비둘기가 불쌍하니 그럴 수 없다고 하자 독수리가 자신도 일주일을 굶어서 지금 비둘기를 먹지 못하면 죽을 지경이라며, 비둘기만 불쌍하고 자기는 죽어도 되냐고 항변했습니다. 수사님이 그렇다면 자신의 살을 비둘기 무게만큼 베어 줄 테니 비둘기를 놓아 주라면서 허벅지 살을 베어 저울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살 무게가 조금 적었습니다. 조금 더 베어 올렸지만 또 조금 적었습니다. 조금 더, 조금 더… 결국 수사님이 온전히 저울에 올라서고 나서야 무게가 같아졌습니다. 순간 독수리는 사탄의 모습을 드러내며 사라졌고, 비둘기는 성령의 모습으로 떠나갔습니다. 목숨의 무게는 그 크기에 상관없이 똑같다는 가르침입니다. 어떤 생명이든 그 값어치와 무게는 같겠죠. 그러니 아무리 죄인이라도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하느님 뜻에 어긋나지 않겠습니까?!”

 

아까 하던 말과는 전혀 다른 가르침을 이야기하는 백 신부의 1인 2역 같은 다중인격에 소름을 느낀 베드로와 스텔라가 눈이 동그래지며 말한다.

 

“아우! 신부님 아까는 사형제를 그렇게 찬성하시더니만 지금은 또 어떤 생명이든 그 무게가 무겁고 귀하다고 하시는군요. 어떤 모습이 신부님의 진정한 모습인가요. 그렇게 싹 변하는 이중적 모습에 소름이 끼칩니다.”

 

두 사람의 놀라는 모습에 난처해진 백 신부가 멋쩍게 웃으며 말한다.

 

“하하, 제가 연기를 좀 하죠? 이해를 돕기 위해서 이야기하다 보니 감정몰입이 지나쳤나 봅니다. 그건 그렇고, 이제 사형제를 반대하는 이야기도 들어야겠죠? 그전에 ‘사형반대의 날’이 있다는 것을 아세요? ‘세계사형반대의 날’은 10월 10일입니다. 이날은 ‘세계사형반대연합’이 제정한 날입니다. ‘세계사형반대연합’은 유럽연합과 아프리카 인권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시작되었는데 지금은 180여 개 나라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와 ‘천주교인권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사형제 폐지에 가톨릭이 제일 앞장서고 있습니다.” [가톨릭신문, 2017년 11월 12일, 백남해 신부]

 

 

[펀펀 사회교리] (45) 사형제도 완전 폐지를 위하여 ⑧ 사형제 악용한 정권, 결국엔 심판받아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사형반대의 날 이야기를 하던 백 신부가, 오판과 정치적 의도에 의해 사형제가 악용된 사례를 이야기한다.

 

“앞에 잠깐 말씀드린 ‘진보당’ 사건과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하여 말을 해야겠습니다. 좀 긴 이야기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인 만큼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먼저 ‘진보당’ 사건은 1956년 제3대 대통령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조봉암’이 이승만 대통령 자리를 넘볼 정도로 인기가 많아지자 여기에 위협을 느낀 이승만과 그 정권 하수인들이 조작으로 벌인 ‘사법 살인’사건입니다. ‘조봉암’이 당수인 진보당의 ‘평화통일론’이 북괴의 그것과 같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와 ‘북괴가 밀파한 간첩, 밀사, 파괴공작대들과 접선’하고 ‘당원을 의회에 진출시켜 대한민국을 파괴하려고 기도’하였다는 혐의로 재판이 진행되었지만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되었습니다. 이 증거들은 모두 2011년 대법원 재심판결에서 조작으로 드러나 무죄 선고가 이루어집니다.

 

어쨌든 그 당시 1심에서 5년이라는 비교적 높지 않은 선고가 이루어지자 ‘이정재’를 비롯한 자유당 어용 정치깡패들이 법원청사에 난입하여 온갖 행패를 부리는 추태를 벌이게 됩니다. 이 소동을 겪고 난 뒤에 항소심과 상고심이 이루어졌는데요. 5명의 판사 중 4명은 친일 판사들이었습니다. 자유당과 이승만이 자신들의 뜻을 이루려고 이들을 고른 것이죠. 결국 조봉암에 대해서 사형이 선고되고 1959년 7월 31일 교수형을 당합니다. 자유당에서는 눈엣가시 같았던 조봉암을 없애기 위해 이런 무리수를 두었지만, 결국 이 사건으로 민심은 거의 자유당에 등을 돌려버렸고, 3·15 부정선거로 인해 그게 정점에 이르러 4·19혁명으로 이승만과 자유당이 폭삭 망하는 계기가 된답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은 다들 알고 계시죠?”

 

“김주열 열사로 대표되는 3·15 부정선거를 고발한 마산의거와 그에서 이어지는 4·19혁명은 들어 보았지만, 두 의거의 밑바탕을 이루는 이 이야기는 처음 듣습니다. 그런데 법을 이용해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이 사실 좀 충격적입니다. 이렇게 되면 법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정부에 대한 믿음도 없어지겠습니다.”

 

충격을 받은 듯 떨리는 목소리로 스텔라가 이야기를 한다. 이어지는 백 신부의 이야기.

 

“그렇죠. 법과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한마디로 무법천지가 되는 것입니다. 법을 정권 연장의 도구로 악용하면 그 최후가 어떻게 되는지 잘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이것이 사형제와 무슨 상관이 있겠나 싶지만 아주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생명을 무겁게 여기는 사람이나 정권과 사회는 그 자신도 존중받겠지만 그렇지 않고 생명이나 인권을 가볍게 여기고 무시하면 그 자신도 그렇게 가볍게 보복 당한다는 것입니다.” [가톨릭신문, 2017년 11월 19일, 백남해 신부]

 

 

[펀펀 사회교리] (46) 사형제도 완전 폐지를 위하여 ⑨ ‘법에 의한 살인’ 되풀이된 어두운 역사

 

 

“지난번에 ‘진보당 사건’에서 시작되어 결국 자유당이 무너지고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지난 2014년 박근혜 정권 때에 같은 ‘진보당’이라는 약칭을 가진 ‘통합진보당’이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 사건’으로 해산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기억나시죠? 헌법재판소 선고에서 찬성 8명, 반대 1명의 의견으로 ‘통합진보당’이 해산 결정되었는데요, 이 일로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 5명이 의원직을 상실하였습니다. 사법부가 국회 소속 의원들과 그 소속 정당을 해산시킨 이 일이 역사에서는 어떻게 평가될지,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것과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단정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잘못된 역사의 되풀이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그건 그렇고, 사법부의 오판 사례이면서 정치세력에 의한 최악의 ‘사법살인’으로 불리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보겠습니다.”

 

“신부님 좀 천천히 가시죠! 저희처럼 역사에 밝지 못한 사람들은 그렇게 빨리 말씀하시면 알아듣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혁당 재건위’라고 하면 뭐, 그전에 ‘인혁당 사건’이 있었다는 말입니까?”

 

베드로의 볼멘소리에 백 신부가 미안한 듯 가볍게 웃으며 잠시 쉬었다가 이야기를 이어간다.

 

“베드로씨 예리하시네요. ‘인혁당’ 정확하게는 ‘인민혁명당 사건’입니다. 1964년 중앙정보부에서 만든 조작 사건입니다. 당시 김형욱 중앙정보부장 등은 좌익 계열이 북괴의 지령을 받고 대규모 지하조직으로 국가를 변란하려던 사건을 적발했다고 하며, 일당 57명 중 41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16명을 전국에 수배 중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중정의 발표와 달리 송치 받은 검찰은 18일간의 철야 수사에서도 기소할 만한 혐의점을 찾지 못합니다. 게다가 사건 관련자들이 중정의 조사 과정에서 심한 고문을 당했음이 드러납니다.

 

결국 훈방이나 가벼운 형을 받고 마무리됩니다. 그 후 1972년에 10월 유신헌법이 만들어지고 1974년 학생들의 대규모 반유신 저항운동을 탄압하기 위하여 ‘민청학련’ 사건을 만들었는데 그 배후로 ‘인혁당 재건위’를 지목하게 됩니다. 인혁당 재건위 연루자들은 수사 기관에서 혹독한 고문을 당합니다. 당시 ‘하재완’은 혹독한 고문에 장이 항문으로 튀어나올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 사실을 폭로한 조지 오글 목사와 제임스 시노트 신부님은 강제 추방당하고 맙니다.

 

시노트 신부님은 사건 재판정에서 재판을 히틀러 재판에 비유하면서, ‘이것은 정의를 모독하는 당치 않은 수작이다! 공산주의 재판보다 더 나쁘다!’라고 외치게 됩니다. 이에 법정에서 조용히 해달라는 말에,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싸여 노골적으로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이렇게 외쳤다. “법정이라고? 여긴 그저 오물들이 쌓여 있는 곳이라고!> (천주교인권위원회 2001)” [가톨릭신문, 2017년 11월 26일, 백남해 신부]

 

 

[펀펀 사회교리] (47) 사형제도 완전 폐지를 위하여 ⑩ 시신 탈취, 극에 달했던 ‘사법 살인’

 

 

“지난번에 시노트 신부님의 법정을 향한 분노의 일갈을 들으셨죠?! 이것은 단순히 법정이라는 한 공간을 향한 것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비뚤어진 사법체계와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법조인 그리고 독재 연장을 위해 악랄한 정치공작을 벌이는 정권의 최고권력자를 향한 준엄한 꾸짖음이었습니다.”

 

백 신부의 약간 노기 띤 소리를 들으며 베드로와 스텔라가 긴장한 듯 이야기를 듣고 있다. 백 신부가 말을 이어간다.

 

“시노트 신부님의 분노와 정의에 찬 항의에도 불구하고 ‘인혁당 재건위’ 피의자 8명은 사형선고를 받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더욱 심각해집니다. 1975년 4월 8일 대법원에서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원심대로 형이 확정됩니다. 그런데 너무나 놀랍게도 선고 바로 다음 날인 4월 9일, 8명에게 형이 집행되고 맙니다. 형이 확정된 지 겨우 ‘18시간’만이었습니다. 이것은 법을 악용한 명백한 ‘사법 살인’인 것입니다. 다음날 면회를 갔던 유족들은 이미 형이 집행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졸도하고 맙니다. 사람들이 알까 봐서 이른 새벽에 사형을 집행했던 것입니다. 가족들과 마지막 작별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더 악랄한 것은 유신정권이 시신을 유가족들에게 돌려주려 하지 않았으며, 유족의 동의 없이 멋대로 시신을 탈취하여 화장해버렸다는 것입니다. 고문의 흔적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심한 고문을 당했다는 사실이 폭로될까 두려웠던 것입니다. 이때 천주교 신부님께서 시신 강제 탈취를 막으려고 하다가 경찰이 무자비하게 몰고 나온 차에 깔려 다리에 큰 부상을 입는 일까지 발생합니다. 그 신부님은 4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팡이를 짚고 다니십니다. 이 사건은 국내외적으로 사법 살인이라고 상당한 비난을 받았으며, 스위스 국제법학자협회는 형이 집행된 1975년 4월 9일을 사법 역사상 암흑의 날이라고 규정하였습니다. 이 얼마나 국제적으로도 망신스러운 일입니까? 이러한 일들을 잘 알고 있는 판사들에게 1995년 4월 25일 MBC가 설문조사를 하였는데, ‘우리나라 사법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재판’으로 뽑히기까지 했답니다.”

 

잠자코 듣고 있던 스텔라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아니, 신부님. 아무리 독재 권력이 무섭다고 하더라도 판사가 양심을 저버리고 정권의 하수인이 된다면 누가 그 나라를 믿고 국민으로 살아가겠습니까? 그건 그렇고 그 재판에 참여한 대법관은 도대체 어떤 작자들입니까!”

 

“하하, 스텔라씨 이럴 때는 좀 무섭더라…. 총 열세 명이었습니다. 이름을 밝힐 수는 없고…. 유일하게 ‘이일규’ 대법관만 반대하는 소수의견을 냈다는 것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가톨릭신문, 2017년 12월 3일, 백남해 신부]

 

 

[펀펀 사회교리] (48) 사형제도 완전 폐지를 위하여 ⑪ 오심으로 사형 집행, 돌이킬 수 없는 실수

 

 

“신부님, 판사들이 밉지만 그때 희생당하신 분들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분들은 어떤 분들이었습니까?”

 

베드로의 진지한 물음에 흐뭇해진 백 신부가 말한다.

 

“베드로씨 요즘 점점 삶에 깊이가 더해 가는지 진지해지십니다. 당시 희생당하신 여덟 분은, 대구 매일신문 기자 서도원(52), 삼화토건 회장 도예종(50), 양봉업자 송상진(46), 한국골든 스템프사 상무 우홍선(45), 건축업자 하재완(43), 경기여자고등학교 교사 김용원(39), 삼락일어학원 강사 이수병(38), 경북대학교 총학생회장 여정남(31)이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02년 9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의해 이 사건이 일부 조작된 정황이 밝혀졌습니다. 이에 유족들은 12월 서울중앙지법에 재심을 청구하게 됩니다. 사법부 내에서도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결국 2005년 다시 재판이 시작되어 2007년에 사형 선고가 내려진 8명에게 증거 불충분에 의한 무죄 선고가 내려지게 됩니다. 그나마 다행이죠.”

 

베드로와 스텔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묻는다.

 

“30년이나 지난 일을 다시 재판하고, 증거가 부족하다고 하는 것은 좀 이상합니다. 30년이면 짧은 시간이 아닌데 증거가 부족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가 있습니까?”

 

“좋은 지적입니다. 30년이 지났다고 해서, 그때 사정을 잘 알 수가 없어서 증거 불충분이 된 게 아닙니다. 법원에 증거서류는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선고가 내려진 것은, 당시 별 가치도 없는 증거로 유죄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이래서 사형제도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지금이라도 그분들이 살아 계시다면… 그 억울함을 다소나마 풀어줄 수 있고, 명예가 회복되어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사형 판결이 확정되어도 실제 사형 집행에는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 정도 간격을 두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혹시라도 사건을 뒤집을 명백한 증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도 경찰과 검찰, 재판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중대한 사건에 오심이 이루어진 경우가 있습니다. ‘재심’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요. 전북 익산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피살사건’입니다. 최씨라는 사람이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하고 출소했는데,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무고한 옥살이도 억울하지만 만약 사형이라도 당했다면 어쩔 뻔했습니까?! ‘완주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 사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허위자백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고, 후에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습니다. 재판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실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형선고와 집행은 그 실수를 돌이킬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가톨릭신문, 2017년 12월 10일, 백남해 신부]

 

 

[펀펀 사회교리] (49) 사형제도 완전 폐지를 위하여 ⑫ 형벌 대신 교화와 교육… 근본 치유 나서야

 

 

이제 이야기를 마무리할 때가 되어서인지 모두 차분해졌다. 시원한 물 한 잔을 들이킨 백 신부가 말을 이어간다.

 

“이제 사형제도 폐지에 관해서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많은 사람들(69.9%) 여론이 사형제가 존속되어야 하고, 집행되어야 한다(57%)고 말합니다. 사형은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경고 효과를 가졌다고도 합니다. 죽을죄를 지은 사람을 세금으로 먹이고 입힌다는 것은 큰 낭비라고도 말합니다. 모두 부인하기 힘들 만큼 옳은 말씀입니다. 그러나 낭비되는 세금은 이곳 말고도 너무나 많이 있고, 사형집행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범죄와 벌에 대한 경고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또한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형벌을 통한 두려움보다는 교화를 통하거나 교육을 통한 것이 더 근본적이지 않겠습니까. 또 어떨 때는 한 사람의 잘못보다는 사회 전체가 물질숭배주의에 빠지고, 하느님 얼굴을 잊어버린 풍조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전체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특히 천주교 신자라면 하느님의 모상대로 만들어진 인간의 선함을 믿고, 인간 안에서 살아계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볼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합니다.”

 

백 신부 말을 듣던 베드로가 천천히 말한다.

 

“신부님 말씀이 전적으로 옳은 말씀입니다. 특히 천주교 신자라면 응당히 그렇게 해야 합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아직 비신자가 더 많고, 하느님의 얼굴을 알지 못하는 불신자들이 넘쳐 납니다. 이런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어린이와 약자들은 과연 신부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겠습니까?”

 

“베드로씨 그렇습니다. 아직 우리는 불완전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불완전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은행이나 관공서에 가면 줄을 서야 했고, 서로 먼저 왔다고 말다툼이 일어나기 십상이었습니다. 그런데 고객 호출기계와 번호표가 생긴 이후로 그런 모습은 볼 수가 없습니다. 시스템의 도입이 사람들을 편하게 만들고 문화 시민으로 만든 것입니다. 제가 학생 때는 버스에는 당연히 안내양이 있어야 했습니다. 승객들 특히 학생들은 버스 요금을 내지 않고 타려고 온갖 꾀를 다 부렸습니다. 심지어 사람들이 많아서 차가 빨리 출발하지 못하면 맨 끝 차창으로 올라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버스 안내양이 없어도 그런 무리한 짓을 하는 사람은 없어졌습니다.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물론 이것은 경제적인 발전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OECD에서도 인정받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고 있으니까요. 이제는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흉악범죄에 대하여 감정적이고 피상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치유방법이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범죄로 인해 상처 입은 사람들과 사회에 사형제도보다 더 근본적인 치유 방법이 필요합니다.” <끝> [가톨릭신문, 2017년 12월 17일, 백남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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