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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 정진석 회고록55: 희망을 안고 하느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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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7-04 ㅣ No.461

[추기경 정진석] (55) 희망을 안고 하느님께

 

신자들 의견은 하느님 목소리… 그 이끄심 따른 또다른 여정

 

 

정진석 대주교가 2003년 9월 28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교구 시노드 폐막식에서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에 서명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제공.

 

 

정 대주교는 시노드를 생각할 때마다 창세기 12장 1절의 말씀을 함께 떠올렸다.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라고 말씀하시는 대목이다. 정 대주교에게 ‘하느님의 말씀이 실현되는 과정’은 ‘끝까지 부르심을 향해 달리는 것’이었다. 그 믿음 하나로 주님의 뜻이 무엇일지 살피며 끈질기게 달려왔다. 정 대주교는 하느님의 뜻이라면 어떻게든 그분께서 이루어주신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있었다. 결국 하느님께서는 정 대주교의 꿈을 현실로 드러내 주셨다.

 

시노드는 각종 회의록, 간담회, 교구 사제 연수, 시노드 사제단 모임, 설문지 분석 결과, 각종 의안 준비위원회 회의록 등 기본적으로 정리한 문서만 152항에 달했다. 이는 중요한 문서만 다룬 것이다. 이 밖에도 소소한 문제를 다룬 소회의나 면담도 많았다. 수천 장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시노드 문서들은 앞으로 교구를 위한 보석과 같은 귀한 자료들이었다. 이 자료들에는 많은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로 구성된 시노드 준비위원회와 사무국 직원들의 땀과 수고가 배어 있었다.

 

2001년 5월과 6월 교구 내 성직자, 수도자, 신학생, 전 신자를 대상으로 시노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것은 시노드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었다. 그는 하느님 백성의 뜻이 바로 하느님의 뜻이라 여겼다. 가감 없이 제안된 다양하고 수많은 의견을 바탕으로 시노드 주제를 확정했다. 시노드 준비위원회에서는 많은 주제를 △ 평신도 △ 수도자 △ 성직자 △ 청소년ㆍ청년 △ 선교와 교육 △ 교회 운영(교구 및 본당) △ 사회 복음화라는 7가지 주제로 추려 의제로 확정했다. 

 

주제 의안들을 중심으로 설문조사를 비롯해 각종 토론회, 연수회, 발표회 등과 문화 행사, 축제 마당 등이 이어졌다. 동시에 시노드 의제와 연관이 있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관련 다양한 강좌를 개설해 교육과 토론의 장도 마련했다. 본당 사목회장, 교구 단체장,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임원을 대상으로 서울 평협 합동 시노드 연수를 열어 7개 의제에 대한 평신도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주제에 관한 더 정확하고 구체적인 사목적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

 

2003년 1월 26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제1차 전체회의가 열렸다. 이후 7개 의안위원회의 대의원과 전문위원들은 매주 수요일 정기 회합을 갖고 의안에 대해 열띤 토의를 이어갔다. 6월 11일 투표를 거쳐 확정된 시노드 최종 건의안이 마침내 정진석 대주교에게 제출됐다.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며 이뤄낸 쾌거였다. 정 대주교는 모든 회의나 토론에 가능하면 참석하려고 노력했고, 회의에 참석해서도 가급적 말을 줄이고 듣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실무자들에게 모든 일을 맡기고 마음껏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는 한편, 모든 과정과 흐름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며 실무진을 격려했다.

 

새로운 천년기를 맞이한 2000년 1월 6일, 시노드 개최를 공식 선언한 후 그동안 숨 가쁘게 달려왔다. 정진석 대주교는 서울대교구 시노드를 마치면서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 「희망을 안고 하느님께」에 서명했다. 만감이 교차했다. ‘우리가 해냈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많은 이들이 너무 많은 희생과 노력을 했다는 사실에 미안한 마음도 함께 있었다. 그래도 교구의 사제, 수도자, 신자들이 한마음 한몸이 되어 온 힘을 다해 4년 동안 준비하고 실행한 교구 시노드가 일단락됐다는 기쁨과 감사의 마음이 그 무엇보다 컸다. 서울대교구 시노드는 그렇게 2003년 9월 28일 폐막 미사를 거행하면서 4년에 걸친 여정의 끝을 맺었다.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로 「희망을 안고 하느님께」가 선포됐다. 이는 폐막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의 제목인 ‘희망을 안고 하느님께’는 히브리서 7장 19절의 말씀이다. 후속 교서로 딱 들어맞는 주제어였다. 교서는 7개 주제로 나눠 총 208쪽으로 이뤄졌다. 정 대주교는 후속 교서 인사말에 자신의 당부를 전했다.

 

“이 모든 제안을 실현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모든 교구민들과 함께 순례의 여정을 계속할 것입니다.”

 

신자들의 제안은 곧 하느님의 목소리이며 그것을 따르는 것은 순례자의 길과 같다고 생각한 것이다. 또한 시노드의 폐막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자 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7월 2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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