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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크루즈 성지순례기4: 마지막 여정 이탈리아 아시시, 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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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6-24 ㅣ No.1700

[가톨릭신문 주최] 가톨릭 정통 크루즈 성지순례기 (4 · 끝) 순례의 끝자락… 새 희망 안고 주님께 나아가다

 

 

- 마지막 순례 여정인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했다. 가톨릭의 총본산 성베드로대성당에 다다른 순례객들은 마치 어머니 품에 안긴 듯 편안함을 느꼈다.

 

 

마지막 여정 이탈리아

 

“이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입니다. 아버지께서 저를 세상에 보내신 것처럼 저도 이들을 세상에 보냈습니다”(요한 17,17-18).

 

‘투신’과 ‘파견’은 동전의 양면처럼 부르심의 또 다른 이름이다. 주님의 계획 없이는 어떠한 부르심도 없다. 부르신 분을 까맣게 잊고 살아왔던 순례자들은 전능하신 분의 계획을 깨닫고 부르심 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자신을 옮긴다.

 

◎…풍랑 속에서 삐걱대던 배와도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 순례자들은 마지막 여정인 이탈리아 아시시와 로마를 앞두고 아쉬움과 감동을 함께 풀어냈다.

 

선상에서의 마지막 나눔을 아쉬워하는 순례자들은 한자리에 모여 성경퀴즈대회를 함께하며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당당하다고 믿었던 신앙, 부끄러움 없을 줄로만 알았던 지식, 뜨겁다고 여겨왔던 믿음…. 모든 인간적인 부족함이 성찰과 회개로 난 길에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순례를 하며 종종 울고 싶을 때가 있어 혼났다”는 한 순례자의 말은 이번 여정이 어디에 가닿을 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시시의 성프란치스코대성당 앞 정원에서 순례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리스도와의 완벽한 일치로 ‘제2의 그리스도’라 불리는 아시시의 프란치스코(1182~1226) 성인. 그의 생애를 더듬어가는 길은 순례자들의 영혼을 흔들어놓기에 충분하다. 이국에서 온 순례자들을 환영하는 성인의 미소일까, 아시시 초입에 뜬 쌍무지개가 순례자들을 먼저 맞았다.

 

순례자들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도시로 불리는 아시시의 골목골목 거리마다 배어있는 평화를 영혼 깊숙이 들이켰다. 순례자들의 발걸음이 처음 가닿은 곳은 성프란치스코대성당(Basilica di San Francesco). 프란치스코 성인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는 프란치스코 무덤 경당에서 조배하는 순례자들의 가슴에는 성인이 댕겨놓은 어떤 불씨가 옮겨 붙었을까.

 

◎…성프란치스코대성당 순례를 마칠 즈음 성당 1층에 자리한 성스테파노경당에서는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이번 순례에 가족들과 함께 참가했지만 홀로 비신자로 지내오던 한 순례자가 10여 년간의 망설임을 접고 주님의 자녀로 태어난 것. 드라마 같은 결단의 주인공인 박지종(45)씨가 마음으로부터 정해놓은 세례명도 스테파노였다. 순례자들은 자신들이 함께해온 순례의 결실인 양 한마음으로 새 형제의 선택을 기뻐했다.

 

- 수만 명의 그리스도인이 묻힌 침묵의 순례지, 로마 성 칼리스토 카타콤바.

 

 

“순례 여정을 더해가면서 이미 제 한가운데 뿌려져있던 믿음의 씨앗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해주신 분들의 격려로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그의 용기는 오랜 방황 끝에 작은 그리스도로 살다간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을 되돌아보게 했다.

 

◎…순례자들의 발걸음은 아시시를 빛나게 하는 또 다른 성인인 클라라 성녀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는 성클라라대성당을 거쳐 프란치스코 성인이 꿈꾸던 공동생활의 기틀이 처음으로 마련됐던 포르치운쿨라로 이어졌다.

 

‘모든천사들의성모마리아대성당’ 안에 자리한 포르치운쿨라성당, ‘작은 몫’이란 의미를 지닌 포르치운쿨라는 역설적이게도 프란치스코 성인이 살았던 몫이 결코 적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작은형제회가 태동한 못자리 포르치운쿨라에서는 지금도 “프란치스코, 가서 허물어져 가는 나의 집을 고쳐 세워라”는 주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가톨릭 신앙의 본향인 로마로 향하는 마음은 내달리는 바람처럼 가벼웠다. 순례자들의 로마 첫 기착지는 성 칼리스토 카타콤바(Catacombe di San Callisto). 10명이 넘는 순교자와 16명의 교황들을 비롯해 수만 명의 그리스도인들이 묻힌 카타콤바는 침묵의 소리로 순례자들에게 말을 건넨다.

 

“우리는 숨어서도 그리스도를 따랐는데 그대들은 어떠하오.”

 

언제 다시 찾아도 장엄미가 풍기는 성베드로대성당은 어머니의 뱃속처럼 푸근하다. 순례자들은 수많은 성상들과 성화들 사이에서 자신의 모범을 찾는 듯 아련한 눈빛을 주고받는다.

 

성지 순례는 뜨거운 포옹 속에 한 매듭이 지어졌다. 하지만 지난 여정은 순례자들을 회심과 새로남으로 초대하고 있다. 이제 새 희망의 항구로 떠날 주님의 방주가 순례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외롭다는 것은 사랑이 부족하다는 것. 사랑의 결핍이 느껴질 때 오래 전부터 주님께서 마련하신 방주, 외로운 순례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그 배를 떠올려보자.

 

아시시의 성프란치스코대성당의 벽화. 작품 하나하나가 위대한 예술품이다.

 

 

성프란치스코대성당 지하에 있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무덤. 순례단은 성인의 무덤에 경배하며 저마다 가슴에 신앙열정의 불씨를 옮겨 담았다.

 

 

- 크루즈 성지순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게 된 박지종(스테파노)씨에게 최성우 신부(의정부교구)가 세례성사를 거행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0년 12월 19일, 서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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