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희망의 여인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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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5-09 ㅣ No.515

[레지오 영성] ‘희망’의 여인 마리아

 

 

바리스타로 제2의 삶을 시작한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한때 소문난 비행청소년이었다고 합니다. 그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커피는 내리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지잖아요. 같은 원두라도 내리는 사람에 따라 다른 맛을 내는 커피처럼 청소년들의 삶도 어떤 말 한마디를 듣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그에게도 어느 누군가가 전해준 그런 한마디가 있었습니다.

 

“‘넌 원래 그런 애가 아니잖아’ 그 말을 듣는데 망치로 세게 얻어맞는 느낌이었어요. 그날 굉장히 많이 울었어요.”

 

불우했던 어린 시절,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갑자기 어머니를 잃고, 그 충격에 아버지까지 뇌출혈로 쓰러지시게 됩니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은 그를 피했고, 그때부터 비행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듣게 된, ‘넌 원래 그런 애가 아니잖아’라는 한 마디의 말은 외로웠던 한 소년을 위로하고, 인생을 다시 시작하게 만든 바탕이 되었습니다.

 

꽃향기로 가득해지는 오월, 성모성월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은 결코 가볍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성부와 성자의 뜻을 다 헤아리지 못하는 매순간 속에서도 ‘희망’을 간직하셨습니다. 모든 만남 속에 있는 구원의 신비를 곰곰이 새기셨고, 받아들이셨습니다. 인생 속에 주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신비로운 만남 속에서 미처 다 이해되지 않는 이성과 믿음의 한계까지도 받아들이시는 성모님의 마음. 그리고 의지…

 

성모님께서는 늘 주님을 희망하셨고, 그 희망이 우리 가운데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온 몸으로 믿으셨습니다. 모든 만남의 관계 안에서 받아들이셨습니다. 녹록치 않았던 성모님의 현실은 잿빛과 핏빛이었지만, 성모님의 믿음은 언제나 하늘빛이었습니다.

 

 

희망이 없는 곳에서도 희망을 걸어야 해

 

문득 제 인생 속의 만남을 돌아보게 됩니다. 비행청소년이었던 한 바리스타의 고백과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는 성모님의 응답처럼, 일상 속의 ‘만남’ 안에서 이루어진 ‘말 한 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바꾸기도 하는데, 정작 제 자신은 ‘만남’에 머물기보다 무언가에 쫓기듯이 ‘만남’을 이용해 왔음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는 또다시 새로운 생명의 싹을 제 안에서 틔우십니다. ‘희망’은 믿는 이들 안에서 ‘만남’이 전해주는 주님의 또 다른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만남’을 통해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을 선물하는 사람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백혈병을 앓고 있는 열여덟 살 소녀를 병문안하시면서 이렇게 희망을 전하셨다고 합니다.

 

“희망이 있는 곳에만 희망이 있는 것은 아니란다.

희망이 없는 곳에서도 희망을 걸어야 해 무슨 말인지 알지?”

 

그래서 ‘희망’은 그리스도인이 갖는 또 다른 이름입니다. 이 멈출 수 없는 ‘희망’으로 인해 우리는 그리스도의 신비체가 됩니다. 레지오 마리애, 즉 ‘마리아의 군대’인 우리는 불굴의 희망으로 성모님의 모든 면을 배우고 받아들이는 주님의 제자이자 성모님의 충실한 동반자들입니다. 우리는 모든 만남 속에서 ‘희망’을 전하고 나누어야 합니다. 그것이 성모님의 인격과 사명에 참여하고 성모님을 닮아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레지오는 마리아와 사도직이라는 두 원리가 아니라 언제나 마리아라는 하나의 원리입니다.

 

 

구체적인 한 사람에게 ‘희망’을 선물하는 멋진 사도 돼야

 

요즈음 ‘새로운 복음화’가 우리 교회에서 화두입니다. 오늘날 교회의 신앙과 신심은 날이 갈수록 사사화되고 있고, 세속주의와 이단의 도전이라는 거대한 유혹의 바다 한 가운데 놓여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회칙 ‘복음의 기쁨’을 통해 우리 모두가 ‘희망’ 속에서 용기 있게 ‘새로운 복음화’로 나아갈 것을 요청하셨습니다.

 

“하느님과 맺는 관계는 우리가 다른 이들에게 봉사하도록 이끕니다. 우리는 올바른 태도로 다른 이를 만나는 법을 익히는 것이 그 유일한 길임을 사람들이 깨닫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는 다른 이들을 거부감 없이 길동무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다른 이들의 얼굴과 목소리와 요청에서 예수님을 발견하는 법을 배운다는 의미입니다. 부당하거나 억울한 대우를 받더라도 형제애로 살아가겠다는 결심을 굽히지 않고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품 안에서 고통을 이겨내는 법을 배운다는 의미입니다.”

 

우리에게는 성모님께서 간직하셨던 ‘아름다운 희망’, 이제는 우리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희망’이 있기에 ‘새로운 복음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오월, 성모님의 계절에 구체적인 한 사람에게 ‘희망’을 선물하는 멋진 사도들이 됩시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5월호, 김민희 바오로 신부(대전교구 사목기획국장, 대전 R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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