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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톨릭 영성을 찾아서6: 2세기 (1) 사도 교부 시대 영성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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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1-01 ㅣ No.872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을 찾아서] (6) 2세기 ① 사도 교부 시대 영성 생활


그리스도로 무장한 그리스도인 공동체

 

 

- 유배지에서 기적을 행한 죄로 닻에 묶인 채 흑해에 빠져 순교한 클레멘스 1세를 그린 피에르레오네게치 작 ‘성클레멘스의 순교’.

 

 

그동안 우리는 신약 성경을 통해서 초세기 그리스도인 영성 생활을 엿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초세기 말엽에서 2세기 중엽 사이에 위치한 사도 교부 시대 영성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물론 사도 교부 시대 작품들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그나마 남아있는 작품들을 통해서 지금으로부터 2000여 년 전에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영성 생활을 실천했는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도 교부는 열두 사도들의 직제자이었거나 사도들의 가르침을 직간접적으로 받았습니다. 사도 교부는 지역 교회 주교로서 사목 활동을 하면서, 신자들을 격려하고 신자들 사이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목적인 저술 활동도 겸했습니다. 로마의 교황 클레멘스(Clemes Romanus, ?~96/97), 안티오키아의 주교 이냐티우스(Ignatiua Antiochenus, 105?~135?), 스미르나의 주교 폴리카르푸스(Polycarpus Smyrnensis, ?~167), 및 히에라폴리스의 주교 파피아스(Papias Hierapolitanus, 60?~120?)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익명이나 가명 혹은 잘 알려지지 않은 저자가 저술한 몇몇 작품들도 사도 교부 시대에 속한 작품으로 간주되어 이 당시 상황을 짐작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열두 사도들의 가르침-디다케(Didache ton dodeka apostolon)」, 「바르나바의 편지(Epistula Barnabae)」, 「헤르마스 목자(Pastor Hermae)」 및 「솔로몬의 송가(Odae Salomonis)」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 사도 성 요한의  제자인 안티오키아의 주교 이냐티우스는 맹수에게 던져지는 형의 선고를 받고 순교했다. 가톨릭 굿뉴스 제공.

 

 

그리스도 중심적인 영성

 

사도 교부 시대 영성의 첫 번째 특징은 그리스도 중심적인 영성입니다. 예수님을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았던 유다교와는 달리 예수님을 구세주 그리스도로 믿고 고백하는 그리스도교는 일부 나타났던 유다교화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분간 교회 분위기를 하느님 중심보다 그리스도 중심으로 이끌어 가야 했을 것입니다.

 

“우리의 자녀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교육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들은 주님과 함께 순수한 사랑의 힘과 겸손의 능력을 배워야 하고 순수한 정신으로 그분 안에서 거룩하게 살고 있는 모든 것을 구원하시는 그분께 대한 아름답고 큰 경외심을 가진 자가 되어야 합니다.”(클레멘스,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편지」 21,8)

 

“우리가 지금까지도 유다교를 따라서 살아간다면 이는 우리가 은총을 받지 않았다고 고백하는 것이 됩니다. 하느님과 가까운 사람들인 예언자들도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살았습니다.”(이냐티우스, 「막네시아인들에게 보낸 편지」 8,1~2)

 

“누가 여러분에게 유다교에 관하여 가르치려 할 때 여러분은 귀를 기울이지 마십시오. 할례받지 않은 사람에게서 유다교에 관해 듣는 것보다 할례받은 사람에게서 그리스도교에 관해 듣는 것이 더 낫습니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에 관해 말하지 않는다면, 둘 다 제게 있어서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놓은 묘비나 죽은 자들의 묘소에 불과합니다.”(이냐티우스, 「필라델피아인들에게 보낸 편지」 6,1)

 

 

전례 중심적인 영성

 

두 번째 특징은 전례 중심적인 영성입니다. 예루살렘 모교회 신자들은 공동체 안에서 빵을 떼어 나누어 먹으면서 날마다 성찬례를 거행했습니다. 이후 주님의 복음이 전달된 모든 곳에서 그리스도인은 성찬례를 거행하며 전례 안에서 그리스도의 현존을 실현하고 체험했습니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 발생한 이단자들은 성찬례와 성찬례를 통해 오는 주님의 은총을 거부했습니다. 따라서 사도 교부들은 각지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성찬례 안에서 그리스도와 일치할 수 있다는 점을 널리 알려야 했을 것입니다.

 

“이 빵조각이 산들 위에 흩어졌다가 모여 하나가 된 것처럼, 당신 교회도 땅끝들에서부터 당신 나라로 모여들게 하소서. … 주님의 이름으로 세례받은 이들이 아니면, 아무도 여러분의 감사(례)에서 먹지도 마시지도 말아야 합니다.”(「디다케」 9,4~5)

 

“심지어 천상 존재들, 영광의 천사들 그리고 눈에 보이는 통치자들과 볼 수 없는 통치자들이라도 그리스도의 성혈을 믿지 않는다면 그 또한 심판받을 것입니다. … (예수 가현 이단자들은) 성체와 기도를 멀리합니다. 저들은 성체가 우리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의 살임을 고백하지 않습니다. 성체야말로 우리의 죄를 (사하기) 위해서 수난하신 그리스도의 살이요, 아버지께서 자애로이 일으키신 그리스도의 살인데도 말입니다.”(이냐티우스, 「스미르나인들에게 보낸 편지」 6,1; 7,1)

 

“그 한 덩이 빵으로 말하면 불사의 약입니다. 죽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영원히 살게 하는 해독제입니다.”(이냐티우스, 「에페소인들에게 보낸 편지」 20,2)

 

 

수덕 생활 실천의 영성

 

이 시대 영성의 세 번째 특징은 수덕 생활을 실천하는 영성입니다. 이미 바오로 사도도 나쁜 악습을 끊어버리고, 좋은 덕행을 증진시키도록 수덕 생활 실천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갈라 5,13-26 참조). 특히 사도 교부들은 수덕 생활이 이념 논쟁과 이단사상을 극복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여겼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를 본받아 성덕을 완성하기 위하여 수덕 생활의 여정을 걸어야 했을 것입니다.

 

헤르마스는 저서를 환시, 계명, 비유의 세 부분으로 구성했는데, 거의 모든 부분에서 덕행과 악습을 비교 나열하면서 윤리 도덕적인 실천을 권고했습니다(「목자」, 셋째 환시; 여섯째~여덟째, 열두째 계명; 아홉째 비유 참조). 도덕적인 완성 없이는 그리스도의 성덕을 본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의로운 것에 뜻을 둔다면 그의 영예는 하늘에 쌓이고, 그가 하는 모든 일은 분명히 주님의 마음에 들 것이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악한 것에 뜻을 두고 있는 이들, 특히 이 세상 것을 얻기 바라고 부를 자랑하며, 앞으로 선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지 않는 이들은 스스로 죽음과 속박을 부른다.”(「목자」, 첫째 환시, 1,8)

 

폴리카르푸스도 ‘의로움’이라는 주제로 글을 쓴다고 밝히면서, 그리스도인의 윤리 도덕적인 삶을 강조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이 덕들을 갖추고 있다면, 그는 의로움에 관한 계명을 완성한 것입니다. 사실 사랑을 갖춘 사람은 모든 죄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필리피인들에게 보낸 편지」, 3,3) 따라서 그는 여러 곳에서 악습과 덕행 목록을 비교 나열했습니다.(「필리피인들에게 보낸 편지」 2,2; 4,3; 5,2;6,1; 12,2 참조)

 

새로운 종교적 신념을 확립하려면, 이념적인 무장뿐 아니라 실천이 따라야 합니다. 그러므로 사도 교부들은 그리스도로 무장한 그리스도인이 공동체로는 전례 안에서, 개인으로는 수덕 생활 안에서 영적 여정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1월 1일, 전영준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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