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교의신학ㅣ교부학

[교부] 한국교회 첫 우리말 교부학 사전 번역 발간 의미는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4-04 ㅣ No.652

[특집] 한국교회 첫 우리말 「교부학 사전」 번역 발간 의미는


‘교회의 아버지’ 관련 정보 한눈에… 교회 쇄신과 성장에 밑거름

 

 

한국교회가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말 교부학 사전을 갖게 됐다. 1283쪽에 달하는 「교부학 사전」은 교부들과 교부학적 주제, 교부 문헌과 연구 번역서 등에 관한 문헌학적 정보를 이른바 백과사전처럼 엮은 책이다. 덕분에 연구자들뿐 아니라 학생, 일반 신자들도 중요한 교부학적 주제에 보다 쉽게 접근하고 정보를 습득, 교부학 연구와 신앙 교육 등에 큰 힘을 얻게 됐다.

 

사전은 한국 교부학 연구의 권위자로 꼽히는 하성수(시몬) 한국교부학연구회 선임연구원을 비롯해 노성기 신부(루포·한국교부학연구회 총무·전 광주가톨릭대 교수)와 최원오 교수(빈첸시오·한국교부학연구회 회원·대구가톨릭대)가 공동번역했다. 출판은 한국성토마스연구소(소장 이재룡 시몬 신부)가 ‘천주교조선교구설정 2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진행했다.

 

사전 소개와 함께 교부들이 그리스도교 신앙에 미치는 영향과 교부학 연구의 필요성 등에 관해 짚어본다.

 

 

교부들과 한국교회

 

교부(敎父), 즉 ‘교회의 아버지’는 신자들의 영적 스승인 주교들을 부르던 호칭이다. 교회의 정통 신앙을 따르고 가르치며 생활은 성덕으로 빛나, 교회가 교부라고 인정한 이들이다. 시대적으로는 1~8세기 교회의 기초를 놓고 영성의 기틀을 세운 신학자이자 영성가였을뿐 아니라 대부분 직접 신자들을 돌본 사목자였다. 무엇보다 사도들로부터 직접 전해 받은 신앙의 가르침을 전수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권위가 빛난다.

 

우리가 지금 믿고 고백하는 각종 교리 또한 성경과 함께 바로 이 교부들의 가르침 안에서 다듬어졌다. 특히 교황청은 「사제 양성에 있어서 교회 교부 공부에 대한 훈령」(1989년, 가톨릭교육성)을 통해 신학과 영성, 전례, 사목, 교회 규율 등에 관한 교부들의 기여는 모든 시대에 적용할 수 있는 소중한 토대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관해 노성기 신부는 “교부들에 대한 연구는 성경과 더불어 모든 신학의 기초”라며 “전통과 단절되거나 과거를 소홀히 하면 그리스도교의 살아 있는 전통을 올바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교부들의 가르침에 대해 알고 연구하는 노력은 교회 쇄신과 성장의 필수 요소로 꼽힌다. 한국교회 신학의 토착화를 위해서도 빼놓을 수 없는 여정이다. 게다가 한국교회 역사는 그 시작부터 교부들에 대한 연구 전통과 맞닿아 있다. 예를 들어 한국교회 창립 선조들은 판토하 신부의 「칠극」을 깊이 파고들 정도로 읽었다. 때문에 토막글이긴 하지만 칠극에 나오는 교부들의 가르침과 주요 교부들의 이름 등은 신앙선조들에게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우리말 교부 문헌은커녕 제대로 된 입문서 한 권 없는 시간을 꽤 오래 보내야 했다. 우리말로 옮겨진 첫 번째 교부 문헌은 1965년 고(故) 최민순(요한 사도) 신부가 라틴어 원전을 완역해 낸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고백록」이었다. 이후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교부학 박사 학위를 받은 고(故) 이형우 아빠스(시몬 베드로·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가 1987년부터 「교부 문헌 총서」 발간을 시작했다.

 

 

‘교부학 사전’과 우리말 교부 문헌

 

우리말로 된 첫 교부학 입문서는 1987년 개신교회에서 먼저 번역, 출간됐다. 가톨릭교회 안에서 입문서 번역을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는 2000년대 들어서였다. 하지만 이때에도 사전 발간은 요원했다. 최원오 교수는 “한국은 오랜 세월 교부학의 불모지였다”며 “교부 시대의 개별 인물들을 비롯해 중요한 교부학적 주제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좋은 사전은 교부학뿐 아니라 모든 신학 연구에 필수적”이라고 우리말 사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교부학 사전 번역을 위해선 먼저 교부들의 인명과 지명을 정리하고 통일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다행히 한국교부학연구회(회장 장인산 베르나르도 신부)가 2002년 창립 때부터 용어 통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연구했다. 구체적으로 하성수 선임연구원이 용례집 시안을 만들어 「교부학 인명·지명 용례집」을 펴냈고, 회원들이 공동으로 「교부 문헌 용례집」도 선보였다. 하 박사는 이에 앞서 「교부 열쇠」를 비롯한 굵직한 문헌 목록들을 종합 분석해 교부 작품명 시안도 만들었다. 한국교부학연구회가 이렇게 교부학 인명과 지명, 작품명 통일안을 갖추는데 애쓴 시간만도 12년이다.

 

고된 과정을 거쳐 사전 번역을 위한 기초를 만들었지만, 본격적인 번역 과정에선 더욱 더 까다롭고 어려운 일들이 수년간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자들은 사전에 상대적으로 수월한 약어 표기를 하지 않고, 한국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우리말 번역문뿐 아니라 라틴어와 그리스어 원문까지 사전에 담아냈다. 교부학 용어뿐 아니라 연관 학문 분야에서 중점적으로 사용해온 용어들을 통일, 일관성 있게 번역하는 데에도 힘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이렇게 발간된 우리말 「교부학 사전」은 한국교부학연구회 20년 활동의 큰 열매로서도 의미를 더한다.

 

「교부학 사전」의 원서는 현대 교부학계의 대가로 평가받는 지그마르 되프와 빌헬름 게어링스 교수가 공동편집한 「고대 그리스도교 문헌 사전」이다. 이 사전은 「교부학과 고대 그리스도교 새 사전」과 함께 세계 교부학 사전의 양대 기둥을 이루고 있다.

 

※ 문의 02-762-1194 기쁜소식 [가톨릭신문, 2022년 4월 3일, 주정아 기자]

 

 

「교부학 사전」 공동번역 하성수 선임연구원 인터뷰


“민중의 애달픈 삶과 함께했던 교부들 가르침에 더 큰 관심을”

 

 

- 한국교부학연구회 하성수 선임연구원은 「교부학 사전」 발간을 계기로 신학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한다.

 

 

「교부학 사전」은 3명 학자들의 공동번역으로 최종 선보였지만, 독일어판 원서의 초벌 번역뿐 아니라 사전 번역에 필수적인 두 가지 용례집 발간을 준비하고 마무리한 주역은 한국교부학연구회 하성수(시몬) 선임연구원이다.

 

하 연구원은 교부들에 관한 연구는 “현대 교회에도 진정한 양식이며 확실한 원친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오늘날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 곧 고해성사나 토착화, 교회의 일치, 영성과 사목뿐 아니라 사회적 윤리적 실천적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교부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을 생생하게 느끼며 살았던 신앙의 스승이자 증인일 뿐 아니라, 하느님 백성들을 헌신적으로 섬기고 돌본 목자였다는 점도 강조했다.

 

덕분에 교부들의 문헌이 탄생한 자리는 이른바 “세상물정 모르는 학자들의 책상머리가 아니라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로 누벼진 민중들의 애달픈 삶의 현장”이 됐다. 교부들의 가르침이 단순하면서도 감동적이고, 힘이 있으면서도 끊임없는 영감을 주는 마르지 않는 샘이 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교부들과 그들이 남긴 문헌 등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단연 사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교부학 사전 번역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하 연구원은 우선 언어적 재능이 탁월한 전문가가 부족했다고 밝혔다.

 

사전을 내줄 출판사를 찾는 과정은 더욱 힘겨웠다. 특수 학문 분야의 사전을 펴낸다는 건 경제적으로 큰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는 ‘천주교조선교구설정 200주년 기념사업’을 진행 중인 한국성토마스연구소가 「교부학 사전」 발간을 신학대전 완간을 위한 선결사업으로 품으면서 사전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게 됐다.

 

한국교회 신학의 발전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게다가 가톨릭 신학자 대부분은 신학대학에서 성직자 양성 등을 맡고 있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현실이다. 하 연구원 또한 교회가 “성전(聖殿)을 짓는 일뿐 아니라 성전(聖傳)을 연구하는 평신도를 양성하는데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30여 년간 교부학 연구에 몰두해온 하 연구원은 몇 년 전부터 교부들의 가르침을 보다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교부 문헌 주제별 선집」 발간을 준비 중이다. 이는 세계 교부학계에서도 최초로 시도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가톨릭신문, 2022년 4월 3일, 주정아 기자]



1,592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