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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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사랑으로 열매 맺는 신앙의 해10: 사랑은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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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1-07 ㅣ No.1264

[사랑으로 열매 맺는 신앙의 해] 사랑은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

 

 

어느덧 11월입니다. 우리는 올 한 해 ‘사랑으로 열매 맺는 신앙의 해’를 보내며 특별히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드러난 하느님의 놀라운 사랑의 특성을 가르쳐 주는 바오로 사도의 ‘사랑의 찬가’(1코린 13,1-13)를 한 구절씩 묵상하였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사랑의 특성 하나하나를 통해서 이 글을 읽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이렇게 혹은 저렇게 살아야 한다는 윤리 도덕 규범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미 우리 안에 주어진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깨닫도록 하고,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우리가 그 사랑의 능력을 살아갈 수 있다고 격려합니다. 이제 그 가운데 마지막 세 개의 구절 “사랑은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사랑은 “모든 것을 믿습니다.”(Panta piste´uei) 사랑은 상대방을 신뢰하고, 포기하지 않으며, 그 사람 안에 있는 선한 본질을 믿는 태도입니다. 무엇보다 그 사람 안에 머물러 계신 하느님의 영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든 인간의 내면에서 성령께서 활동하심을 믿는 그리스도인입니다. 성령께서 우리 안에 머물러 계시기에 우리는 흠 없이 온전하고 거룩하며 선한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인간이 성령을 통해 완전무결한 존재로 변모하게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인간이 보이는 온갖 부정한 모습 너머에 활동하고 계시는 선한 본질, 신적 본질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신뢰는 상대방에게 자유를 선사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종종 사랑하는 사람을 통제하고 소유하며 지배하려고 합니다. 부부가 서로를 구속하고, 부모가 자녀를 자기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합니다. 이런 태도는 그 사람 안에서 활동하시는 성령의 선하심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깁니다. 이로 인해 상대방은 위축되고, 기대에 부응하려는 위선과 거짓의 삶을 살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믿는 사랑은 상대방을 참된 자유 안에서 살도록 이끕니다.

 

두 번째, 사랑은 “모든 것을 바랍니다.”(Panta elpizei) 이 특성은 앞서 설명한 ‘모든 것을 믿는 사랑’과도 연결됩니다. 상대방 안에 계시는 성령을 통해 그가 더욱 선한 모습으로 변하여 성숙해지고 놀라운 아름다움을 발산하며 지금껏 몰랐던 능력을 보여 줄 것이라는 믿음에 바탕을 둔 희망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은 특정한 기대와는 다릅니다. 남편이 돈을 더 잘 벌게 되고, 아내가 애교가 많아지고, 자녀가 똑똑해지기를 기대하는 것과, 그들이 하느님의 사랑을 통해 더욱 충만한 아름다움을 지니게 되리라고 희망하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즉 우리는 희망을 상대방‘에게’ 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방을 ‘위해’ 걸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모든 것을 희망하는 사랑입니다.

 

세 번째, 사랑은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Panta hypom´enei) 여기서 그리스어 ‘히포메네이(Hypom´enei)’는 ‘쓰러지지 않는다.’, ‘견디어 낸다.’, ‘맞서 버틴다.’는 의미입니다. 적과 싸우는 병사들이 달아나지 않고 맞서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이 단어는 그저 외부의 적이나 공격에 대해 수동적으로 버티는 행동, 즉 어쩔 수 없이, 달리 다른 방법이 없으니 힘들어도 참아내는 행동이라기보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행하는 더욱 능동적인 태도를 말합니다. 사랑으로 충만한 사람은 역동적이며 지속적인 굳센 마음으로 모든 시련을 극복합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자신을 휘감는다 하여도 하느님의 긍정적인 사랑으로 이겨 내는 용기를 보여 줍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런 사랑의 모습을 수많은 성인, 세상의 불의와 맞서 싸우며 굳건한 사랑을 보여 준 영웅들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사랑은 일종의 굽히지 않는 영웅 정신, 곧 모든 부정적인 흐름에 맞서는 힘, 그 무엇으로도 꺾을 수 없는 선을 위한 결단을 보여 줍니다.”(《사랑의 기쁨》 118항)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삶의 자리, 특별히 가정이 이러한 사랑의 모습을 배우고 익힐 수 있는 학교가 되기를 빕니다. 모든 것을 믿고 바라며 견디어 낼 수 있는 사랑으로 서로 결속되어 있다면 세상의 어떠한 악도 그 가정을 해치지 못할 것입니다.

 

올 한 해 우리가 묵상한 사랑의 모습이 여러분의 가정과 직장, 여러분이 머무는 모든 곳에서 충실히 열매 맺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루카 10,29) 하고 묻는 율법 교사에게 예수님께서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로,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10,37) 하고 초대하셨습니다. 이는 지금 우리를 위해 마련하신 하느님 사랑의 초대입니다. 사랑하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은 더 큰 축복을 선물 받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은 참된 자유와 행복을 만끽하게 될 것입니다.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18년 11월호, 사목국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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