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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묵주기도의 기도문 (2) 사도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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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5-05 ㅣ No.1156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묵주기도의 기도문 (2) 사도신경

 

 

십자고상 부분의 사도신경

 

- 13세기 사도신경을 표현한 이콘.

 

 

일반적으로 묵주기도를 시작하며 십자고상을 잡은 채로 사도신경을 바칩니다. 하지만, 다른 신경인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이나, 시편 70[69]편의 첫 구절을 사도신경처럼 묵주기도의 시작기도로 바칠 수 있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에서 묵주기도를 시작하는 관례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고 계십니다.

 

“현재, 각 지역 교회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묵주기도를 시작합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기도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부족함을 겸손하게 인정하도록 일깨우는 의미에서, 시편 70[69]의 첫 구절 “하느님, 절 구하소서. 주님, 어서 오사 저를 도우소서.”로 묵주기도를 시작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신앙 고백을 관상 여정을 시작하는 토대로 삼을 수 있도록 신경(사도신경,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을 바치면서 묵주기도를 시작합니다. 이러한 관습들과, 이와 유사한 관습들이 관상을 위한 마음의 준비를 시킨다면 모두 똑같이 정당한 것입니다.”

 

묵주기도의 시작기도는 기도 전체의 의미를 헤아리고 미리 앞서 준비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때문에 사도신경만을 바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신경인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을 바치거나 시편 70[69]편의 첫 구절을 바치는 것으로도 묵주기도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묵주기도를 상황과 지역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기도함으로써 기도를 더욱 풍요롭게 합니다.

 

 

사도신경의 의미

 

대부분의 지역 교회의 관례처럼 한국 교회는 묵주기도의 시작기도에 ‘사도신경’을 바치고 있습니다. 사도신경은 ‘주님의 기도’와 함께 초대 교회 때부터 있었던 기도문이며, 그리스도교의 바탕이 되는 핵심 교리를 담은 초대 교회의 신앙 고백으로, 가톨릭 주요 기도문의 하나입니다. 사도신경은 성경에 실려 있는 신앙 내용을 요약하고 있기 때문에 예비 신자들을 위한 일종의 길잡이이며 교육 지침이 되기도 합니다.

 

사도신경은 열두 사도들이 신앙에 대한 각자의 관심을 짧은 형식으로 표현하였다는데서 비롯되어 사도적인 신앙 고백이라고 합니다. 성 암브로시오(340-397)는 신경에 포함된 열두 항목과 열두 사도를 연결시켜 생각하였고, 사도신경에 나타난 신조의 내용이 모두 성경적, 사도적 기원을 가지고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묵주기도의 시작에 바치는 사도신경은 지금 드리는 기도가 그리스도교 전통에 충실하고, 그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고백입니다.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 마리아는 묵주기도의 시작기도로 사도신경을 바치는 것에 대해 이렇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천지의 창조주를 저는 믿나이다.’라는 이 말은 믿음, 희망, 사랑이라는 세 가지 신학적 덕행을 내포하고 있기에, 사도신경을 바치며 이러한 덕행을 거스르는 유혹들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묵주의 십자고상 부분에서 바쳐지는 사도신경은 그리스도교 진리의 성스러운 종합이며 요약이고, 믿음에 대한 첫 고백과도 같은 신앙의 출발점입니다. 그래서 묵주기도의 사도신경은 기도의 여정을 시작하는 토대가 됩니다. 굳건한 믿음 위에 기도를 시작하며 기도하는 이가 어떤 유혹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됩니다.

 

 

묵주기도 전체의 시작기도인 사도신경

 

묵주기도라는 영적 여정 전체의 시작기도 역할을 하는 사도신경은 우리가 바치게 될 묵주기도의 신비를 핵심적으로 요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묵주기도를 바치는 이유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사도신경의 성자에 대한 부분에서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고’는 주님의 탄생에 대한 신비인 ‘환희의 신비’를 요약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어지는 ‘본시오 빌리도 통치 아래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는 묵주기도 신비의 ‘고통의 신비’를 말해줍니다. 바로 이어지는 ‘저승에 가시어 사흗날에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는 주님의 부활에 대한 ‘영광의 신비’를 묵상하게 합니다.

 

전통적인 묵주기도의 신비 묵상인 ‘환희의 신비’, ‘고통의 신비’, ‘영광의 신비’는 사도신경을 통하여 예비되어지고, 기도의 영적 여정을 준비시킵니다. ‘묵주기도’를 한 권의 책으로 비유해 보자면 사도신경은 ‘기도책의 서론’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묵주기도 묵상의 내용들을 미리 보여줍니다. 그래서 사도신경은 묵주기도 전체를 준비시키는 ‘묵주기도의 시작기도’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신경의 마지막 부분인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라는 고백으로 묵주기도의 지향을 밝히고 있습니다. 기도를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청원은 바로 이것입니다.

 

세례식의 예비신자들은 집전 사제의 질문에 이렇게 응답하였습니다.

 

† 여러분은 하느님의 교회에서 무엇을 청합니까? ◉ 신앙을 청합니다.

† 신앙이 여러분에게 무엇을 줍니까?  ◉ 영원한 생명을 줍니다.

 

세례 때에 결심하며 청하여 얻고자 했던 신앙은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이며 묵주기도가 지향하는 기도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우리에게 주신 영원한 구원에 대한 청원을 기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묵주기도의 지향

 

‘영원한 생명’은 내가 신앙하는 이유이며, 모든 신앙인들이 가야 할 길입니다. 이는 묵주기도의 전체 주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묵주기도의 기도문 전체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묵주기도는 잘 엮어진 ‘영원한 생명을 기도하는 기도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도신경의 주요 내용은 묵주기도라는 ‘영원한 생명의 책’의 마지막 결론의 역할을 하게 될 성모찬송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되고 드러나게 됩니다. 사도신경의 맨 마지막 신조처럼 영원한 삶에 대한 믿음은 마지막의 마지막. 곧 그리스도인의 궁극적인 청원이기도 합니다. 그 기도는 우리가 숨을 다하는 그날까지 이루어져야 할 기도입니다.

 

+ 묵주기도의 사도신경은 기도의 영적 여정을 시작하는 토대가 됩니다.

 

+ 사도신경은 묵주기도의 신비 묵상에 대한 내용을 준비시키며 영원한 삶에 대한 기도의 지향을 담고 있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5월호, 박상운 토마스 신부(전주교구 여산성지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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