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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정] 마음이 머무는 피정: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센터 - 음악과 함께하는 성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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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4-23 ㅣ No.826

[마음이 머무는 피정 -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센터] 음악과 함께하는 성시간


‘성시간과 함께하는 첫 목요일 음악 피정’

 

 

「경향잡지」 4월 호를 독자들이 읽을 즈음이면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사순 시기의 끝 무렵일 것이다. 아니 전례 없이 참담한 사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교회는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한 뒤에도 참회와 회개, 보속의 시간을 더 가져야 할지도 모른다. 예수님께서 우리 죄를 대신하여 고통당하시고 돌아가시고 묻히셨다가 부활하셨듯이 우리는 어떻게 그분의 고통에 참여하고 속죄의 시간을 보내야 할까?

 

 

통일 사목의 현장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있는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센터(이하 센터)는 분단되어 살아온 남과 북의 화해와 일치, 평화를 바라는 교회 본연의 사명을 기억하며, 공감과 연대를 바탕으로 통일의 그날을 준비하고자 세워졌다. 북한강과 임진강이 분단선을 넘어 남에서 만나는 지점인 통일동산에 자리하고 있어 센터 뒷산을 오르면 바로 북녘 마을을 볼 수도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평양 외곽 서포에 있던 메리놀외방선교회 본부의 건물을 본떠 설계했다는 센터는 ‘참회와 속죄의 성당’과 함께 평화와 통일 사목의 산실로 평화 교육의 장, 피정의 집의 역할을 충실히 해 오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민족의 화해와 일치의 염원을 담아 성모님과 모든 성인, 한국 순교 성인들과 함께 기도하며 미사를 봉헌하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토요 기도회’는 지난 3월 3일 255차를 진행하였다.

 

또 ‘DMZ 평화의 길’ 순례 프로그램이나 평화와 화해, 영성 등을 주제로 한 위탁 피정을 하고 있으며, ‘성시간과 함께 하는 첫 목요일 음악 피정’(이하 성시간 음악 피정)도 진행한다.

 

 

예수님의 고통을 기억하는 시간

 

성시간 음악 피정은 다달이 첫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어지는 하루 피정이다. 센터의 이성만 토마스 신부가 성시간의 의미와 기도 방법에 대해 강의하고, 생활 성가 가수 권성일 미카엘 선교사와 함께 성가를 부르며 하느님께 찬미드리는 이른바 ‘음악과 함께하는 성시간’이다.

 

성시간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기 전날 밤, 겟세마니 동산에서 공포와 번민에 휩싸여 피땀을 흘리시며 기도하시던 예수님을 마음속 깊이 묵상하는 시간이다. 글자 그대로 ‘거룩한 시간’을 뜻하는 성시간은 ‘기도에 봉헌된 시간’으로 예수님의 고통과 사랑을 기리며 일반적으로 매달 첫 목요일에 성체 현시와 함께 거행한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와 함께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더란 말이냐?”(마태 26,40)라고 말씀하신 성경에 근거한 것이다.

 

이처럼 성시간은 예수님께서 겪으신 고통의 신비에 참여하는 시간이며, 예수님과 함께 하느님의 뜻을 받들고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보속하는 시간이다. 무엇보다도 성시간의 핵심은 예수님을 사랑하는 시간이다. 다시 말해 이 시간만큼은 예수님께서 끊임없이 우리를 위로해 주시듯, 수난받으시는 예수님께 진심 어린 위로를 드리며 고통에 함께하는 것이다.

 

 

강의와 찬양, 그리고 미사, 핵심은 성시간

 

교회력으로 성 요셉 성월이며 사순 시기인 지난 3월의 첫날인 1일, 첫 목요일에도 성시간 음악 피정이 거행되었다. 이날 성시간 음악 피정에는 인천교구 작전2동성당의 다윗의 탑 꾸리아 소속 단원 100여 명과 일반 신자들을 포함해 125명이 함께했다.

 

피정은 강의와 음악, 고해성사가 있는 미사와 성시간으로 이루어진다. 잔잔한 떼제 성가와 생활 성가를 곁들여 기도 분위기가 더욱 살아나도록 이끄는 것이 본당의 성시간과 다른 점이다.

 

강의는 이성만 신부가 진행한다. 성시간의 의미부터 시작해 거룩한 호흡, 성시간의 유래, 관상 기도와 방법으로 이어진다. 예수 성심 호칭 기도를 노래로 배우고 부르며 묵상하는 시간도 있다.

 

“성시간은 거룩한 시간입니다. 거룩하다는 것은 하느님을 위해 구별한 상태, 곧 하느님을 위해 떼어 놓은, 하느님께 속한 것을 말합니다. 그것이 지역이면 성소, 건물이면 성전, 시간이면 성시간입니다. 중요한 것은 한 시간 동안 예수 성심의 고통에 동참하고 예수님을 위로해 드리는 것입니다.”

 

강의 사이사이에는 권성일 선교사의 찬양이 이어진다. 전례 시기에 맞는 성가를 부른다. 이 날은 ‘날마다 숨 쉬는 순간마다’, ‘그 길’, ‘내 발을 씻기신 예수’, ‘사명’, ‘임 쓰신 가시관’ 등 20여 곡의 노래를 함께 배우고 불렀다.

 

“피정에서 중요한 침묵은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멈추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주로 성가를 부르며 진행하는 음악 피정에서는 하느님과 더 교감할 수 있습니다. 성가는 평소에 하지 못하는 말과 생각을 하게끔 도와주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음악은 하느님을 향해 가는 도구입니다.”

 

피정에서 음악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한 권성일 선교사는 “아침에 일어나 처음으로 성가를 듣는다면 하루 종일 그 성가를 따라 부르게 되고 그것이 두 배, 세 배의 기도가 된다.”고 했다.

 

그이의 말대로 ‘사랑합니다, 나의 예수님’이란 성가를 부를 때 눈물을 흘리는 피정 참가자가 많았다. 주님이 주시는 형언하기 어려운 사랑과 기쁨에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던 것일까?

 

 

“참 맛있는 피정입니다”

 

“바쁜 일상에서 온전히 쉴 수 있는 참쉼의 시간이고 한 달에 하루, 나에게 주는 선물 같은 피정입니다.”

 

성시간 음악 피정이 시작될 때부터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는 김숙희 마리아 씨(의정부교구 주엽동성당)는 “막연하게 하는 성시간보다 내용과 방법을 알려 주는 강의가 있어 더 좋고, 음악이 피정의 깊이를 더하고 더 깊은 관상으로 이끌어 주는 것 같아요.”라고 밝혔다.

 

인천교구 작전2동성당의 꾸리아 단장 양은석 프란치스코 씨도 비슷한 소감을 전했다.“피정에 음악이 곁들여지니 지루하지 않고 신선했으며 성시간의 은총이 배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참가한 단원들이 전체적으로 좋게 평가했는데 10점 만점에 8-9점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승이 데레사 씨(작전2동성당)는 “마음에 와닿는 게 많은 피정이었어요.”라며 “답답한 게 뻥 뚫린 느낌”이라고 고백했다. “피정이 참 맛이 있어요.”라고 소감을 밝힌 피정 참가자도 있었다.

 

요즘 많은 본당에서 성시간을 갖는다. 정신없이 바쁜 삶 속에서 어렵겠지만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 거룩한 시간에 잠겨 보기를 바란다. 인생에서 의미 있는 순간은 작고 사소하다. 여유를 가지고 그 순간을 만끽하면 좋겠다.

 

본당에서의 성시간이 아쉽다고 느낀다면 조금 더 시간을 내 성시간 음악 피정에 다녀오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한 달에 몇 시간만이라도 예수님께 한 발짝 더 다가가 예수님의 수난을 가슴으로 느끼고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 시간은 결국 선물로 돌아올 것이고 예수님과 함께 부활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 문의 : ☎ 031-941-2766 민족화해센터(www.pu2046.kr)

 

[경향잡지, 2018년 4월호, 글 · 사진 김민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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