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백)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영성ㅣ기도ㅣ신앙

[기도맛들이기] 가르멜 영성과 기도(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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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빈 [ssk5762] 쪽지 캡슐

2017-08-13 ㅣ No.1004

무의식중에 교묘하게 지속적 유혹 받아

잘못된 기도의 위험(하)

# 영적 교만
 하느님께 받은 모든 은총을 마치 자기 것인 양 자랑하고 으스대는 것이 영적교만이다. 겸손은 진리이므로 하느님께 받은 것은 하느님께 돌릴 줄 안다. 기도의 은총을 통해 하느님의 빛을 받을 때 지성은 빛나고 의지가 굳세게 된다. 특히 관상 은총을 받을 때 영혼 깊은 곳에 흔적을 남기기에 영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들이 커지고 강화 된다.
 이런 은총들은 항상 겸손 안에서 받게 되는데 받은 빛은 사라지고 받은 은총의 결과는 영혼 안에 남는다. 이 때문에 무의식중에 교묘하게 지속적 유혹을 받게 된다. 그것은 집요하고 교활한 악마가 이 영적인 부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빗나가게 하는 것으로, 자만하고 우쭐거리게 하고 자기 것인 양 자랑하거나 자기 안의 부요함에 갇혀 자기만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성녀 데레사는 영혼이 기도 중에 지극히 큰 은총을 받게 되는 경우라도 자기 자신을 조금도 신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은총상태에 처해 있을지라도 자진해서 싸움터로 나가려고 할 만큼 자기 힘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또 넘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에겐 자신을 삼가 지키는 것으로 넉넉합니다. 이런 자신감으로 (영혼이 하느님과 아주 가까이 있는 것을 보고, 그토록 행복한 상태에서 떨어질 위험은 적다고 믿기에) 악마는 영혼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마땅히 가지고 있을 불신감을 앗아갈 버리고 맙니다"(「자서전」19,3).
 "나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예수님 말씀을 잊고 받은 은총 때문에 나무에서 떨어져나가 마른 가지가 되는 것이다. 기도를 통해 받은 은총들을 자랑하느라(하느님의 영광을 자랑하는 것과 구별돼야 함) 마치 바리사이처럼 하느님 앞에서 자기 것인 양 자랑하는 것이다.
 세리의 기도를 들어주신 하느님은 우리가 이 은총들로 인해 교만에 빠진 것을 고백할 때 다시 새로운 은총을 부어 주신다. 그리고 이런 체험들을 통해 악마의 유혹과 올무에 걸려들지 않게 깨어 있을 줄도 알게 된다.
 소화 데레사 성녀가 죽기 직전 "만일 내가 불충실 했다면, 아주 작은 불충실을 범했다면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고 무서운 혼란을 느꼈을 것입니다"고 고백하자 곁에 있던 언니가 "어떤 불충실이냐"고 물었다. 그 때 성녀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의지적으로 교만한 생각을 즐기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나는 이런 덕을 닦았다'라든가, '나는 확실하게 이런 덕을 실천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은 자신의 힘에 의지하는 것으로 언제든지 심연으로 떨어질 위험을 향해 달리는 것과 같습니다."
 영적교만을 의식했을 때 벗어나는 방법은 진심어린 통회와 기도이다. 교만이 자기 안에 갇히게 했다면 겸손은 자신을 떠나 하느님을 향하게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교만을 통해 다시 겸손해 지는 것이다. 적어도 교만하다는 것을 인정함으로써 겸손의 길을 새로 시작하는 것이다.
 겸손이 진리 안에 걷는 것이라면 교만은 진리가 아닌 자기도취, 자기만족에 빠져 가지가 나무에서 잘려나가듯 자기 독립을 주장한다. 그러나 가지와 같은 인간의 신원(정체성)은 나무인 하느님께 붙어 있을 때 싱싱하게 꽃피우는 존재인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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