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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사회] 가톨릭 교회 공동체 안에서 공유경제 연구와 실천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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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4-25 ㅣ No.1389

[평신도 연구] 가톨릭 교회 공동체 안에서 공유경제 연구와 실천의 필요성

 

 

가난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교회는 시대적 징표를 읽는 예언자직 사명을 통해 미래 인류 사회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교회의 경제 윤리 가르침

 

경제라는 주제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담론이며 화두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왜냐하면 먹고사는 문제는 인간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복음서를 통해 보도되고 있는 예수님의 행적에서도 ‘5,000명을 먹이신 기적’(마르 6,30-44), ‘부자 청년과 하늘나라’(마르 10,17-27), ‘성전 정화’(마태 21,12-17), ‘탐욕과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루카 12,13-21) 등 경제적인 주제들이 주된 가르침으로 이용되었다. 그리고 성령을 받은 사도들로부터 세워진 초기 교회 역시 재산을 공동으로 소유하며 가난한 사람이 없는 진보된 경제공동체를 구현하였다(사도 5,32-35).

 

그럼에도 교회가 경제적인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재화의 공평한 분배를 공식적으로 인류사회에 촉구하게 된 시점은 불과 125년 전 레오 13세 교황의 사회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 발표를 통해 구체화되기 시작하였다. 〈새로운 사태〉 이후 비오 11세 교황의 〈40주년〉, 성 요한 23세 교황의 〈어머니요 스승〉, 복자 바오로 6세 교황의 〈민족들의 발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노동하는 인간〉, 〈사회적 관심〉, 〈백주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진리 안의 사랑〉은 〈새로운 사태〉의 내용을 계승 발전시키며 교회의 경제 윤리 가르침의 기반을 이루고 있다.

 

교회의 경제적 가르침의 핵심은, 경제생활은 생산된 재화를 증가시키고 이윤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경제생활은 개인은 물론 인간 전체와 인류 공동체에 공평한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적 상황의 흐름

 

오늘날 인류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국경을 초월한 자유무역과 금융시장에 의해 실시간 메뚜기 널뛰듯이 이익을 좇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교회가 제시하고 있는 목표와 반대로 빈부의 격차를 가속화하며 부의 보편적 분배가 아닌 거대 자본을 소유한 이들에게 급격하게 흡수되는 쏠림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국제적 자본 시장의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총소득은 1,391조 6,000억 원으로 2007년보다 33.8%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상위 10%의 평균소득은 15.2% 증가한 반면 하위 10%의 평균소득은 5.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와 같은 소득의 불균형은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이라는 것을 언론 보도와 정부 발표를 통해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1990년대 이후 제조업 산업의 후퇴로 인해 고용흡수력이 축소되는 서비스 산업 경제로 진입함으로써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자영업자들을 양산하게 되었다.

 

이러한 우리나라 경제적 상황의 흐름은 고용축소와 저임금의 비정규직 증가로 이어지면서 소비축소의 내수 부진으로 인한 영세 자영업자들의 도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국가의 경제적 행복은 생산되는 재화의 양으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 방식과 소득 분배와 공평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303항)는 교회의 가르침을 통해 반추해 볼 때 우리나라 경제 현상 역시 교회에서 제시되고 있는 목표점과 반대로 향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공유경제(共有經濟, Sharing Economy)의 시도

 

빈부의 상황은 경제 사회적 상황의 돌출 변수와 주위 여건에 따라 급격하게 뒤바뀔 수 있다. 이는 인간은 서로 관계망을 형성하여 서로 돕고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장 경제의 부가가치로 얻은 부를 공정하게 배분할 수 있는 대안 경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오래전부터 공유경제(共有經濟, Sharing Economy)의 개념으로 시도되고 있다. 초기에는 생산된 제품을 공동 소유하여 나눠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지만 현재에는 생산, 자본, 판매,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가톨릭 교회는 초기 교회 시작부터 공유경제 개념을 도입하여 부를 공평하게 나누는 공동체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1750년 남아메리카에서 선교활동을 한 예수회 선교사들을 통해 실현되었고 200년 전 박해를 피해 심산유곡으로 피신한 초기 조선천주교회 교우 공동체 안에서도 삶의 공동체를 실현하였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는 협동조합 운동을 통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의 경제 시스템이 구조화되어 제도의 주변부에 머무는 개인들은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교회는 시대적 징표를 읽는 예언자직 사명을 통해 미래 인류 사회의 대안적 사회를 제시해야 할 요구를 받고 있는 중이다. 그러므로 공유경제의 개념을 교회 공동체에 적용하여 복음화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연구와 실천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평신도, 2016년 가을호(VOL.53), 박순석 요한(사회사도직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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