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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가족 여정: 자녀를 축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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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4-20 ㅣ No.998

[가족 여정] 자녀를 축복하세요

 

 

여러분은 ‘가정 기도’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아마 온 가족이 오손도손 모여 앉아 함께 기도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연상하시는 분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면 다음과 같은 일이 정말 흔합니다.

 

 

가정 기도의 실천 사례

 

안나 씨는 두 아이를 둔 가정주부다. 큰아이는 중학교 1학년, 작은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다. 어느 날 자녀들과 함께 ‘가정 기도’를 하라는 본당 신부의 강론을 듣고 안나 씨는 결심한다. ‘그래! 우리 집도 가정 기도 한번 해 보는 거야!’ 안나 씨는 성물 판매소에서 「가톨릭 기도서」를 구입한 뒤 학교에 간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길 부푼 마음으로 기다렸다. 아이들이 오자 안나 씨는 기다렸다는 듯 이야기를 꺼냈다.

 

“얘들아! 오늘부터 우리 가정 기도 할 거니까 밤 9시가 되면 모두 마루에서 만나자!”

 

“엄마, 나 내일부터 시험 기간인데….” 하고 큰아이가 입을 열자 작은아이도 거든다.

 

“귀찮은데. 텔레비전도 봐야 하고.”

 

약간 심통이 난 안나 씨가 아이들에게 야단을 친다.

 

“가정 기도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어? 이게 다 엄마가 너희를 사랑해서 그러는 거야. 금방 끝나는 거니까 잔말 말고 9시에 마루로 나와!”

 

“그런 거 왜 하는 건데?”

 

“어디서 말대꾸야? 나오라면 그냥 나올 것이지!”

 

밤 9시가 되자 십자가 앞에 촛불을 켜고 안나 씨와 두 아이는 가정 기도를 바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기도를 하면서 연신 하품을 해 댔다.

 

“‘가정을 위한 기도’를 다 같이 읽자. 사랑이요 생명이신….” 큰아이가 투정하듯 말한다.

 

“엄마, 언제 끝나?”

 

“금방 끝나니까 빨리 ‘부모를 위한 기도’ 읽어!”

 

“어휴~ 인자하신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부모를 사랑하고 공경하며 … (점점 빠르게 읽는다.) …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다했다. 이제 가도 되죠?”

 

“다 끝났으니까 조금만 참아! ‘자녀를 위한 기도’ 한다.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저희에게 귀한 자녀를 주시어 ….”

 

잠잠하던 작은아이가 갑자기 한마디 한다.

 

“엄마, 자녀를 위한 기도는 아빠랑 같이 해 줘야지. 아빠는 가정 기도 안 하는 거야?”

 

“아빠는 오늘 조금 늦으신댔어.”

 

“그럼 이따가 아빠 오면 다시 하자. 지금 텔레비전에 재미난 거 한단 말이야!”

 

안나 씨는 결국 폭발해 버리고 만다.

 

“조용히 해! 기도하는데 이렇게 떠들래! 주일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어? 오늘 벌로 아빠 오실 때까지 계속 기도할 거니까 알아서 해!”

 

 

가족 기도는 이렇게

 

앞의 사례는 다소 과장된 측면도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실제로 우리가 하고 있는 가정 기도의 단면입니다. 안나 씨 가정이 가정 기도를 바치기 힘들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안나 씨의 아이들은 사실 ‘기도’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기도’라는 건 왠지 귀찮고 따분하며, 아쉬울 때나 바칠 수 있는 주술적인 것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기도하자.’는 말 자체가 대단히 어색하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주었던 것입니다.

 

요한 보스코 성인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이 문장의 ‘사랑’을 ‘기도’로 바꿔 보면 이렇습니다. “기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이 기도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자녀가 사랑과 기도를 받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 있습니다.

 

날마다 자녀의 머리에 두 손을 얹고 약 10초 동안 축복 기도를 해 주면 됩니다. ‘10초’라는 시간도 자녀 입장에서는 매우 길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하루도 빼지 않고 날마다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막상 자녀 축복 기도를 시작하려고 하면 자녀는 굉장히 어색해하거나 귀찮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 부모가 야단을 치거나 억지로 기도를 해서도, 중도에 포기해 버려서도 안 됩니다.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은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녀는 날마다 자신을 위해 기도해 주는 부모의 모습이 점점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집니다. 덩달아서 그 시간이 정말 편안해지고 기다려지기 시작합니다.

 

오히려 자녀가 먼저 “엄마, 아빠, 나 이제 잘 거니까 기도해 주세요!”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자녀의 기도에 대한 태도가 변화되기 시작하면 부모는 좀 더 이 시간을 심화시키고 싶은 욕심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섣부른 변화는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자녀에게 훈계한다거나, 토론의 장을 벌인다거나 하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변화의 주체는 부모가 아니라 자녀입니다. 자녀가 원하는 만큼 부모는 따라 주기만 하면 됩니다. 자녀가 부모에게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도 있고, 스스로 기도를 해 보겠다는 용기를 낼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자녀가 부모를 축복해 주겠다고 이야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날마다 자녀를 축복하세요

 

미국 네브래스카 대학교에서 세계 각국의 행복한 가정 3천 가구를 선정하여 이들의 공통적인 특성을 밝혀냈습니다.

 

① 가족이 가정에 헌신적이다.

②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다.

③ 가족 사이에 의사소통이 잘된다.

④ 서로 감사의 표시를 잘한다.

⑤ 위기에 놓여도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

⑥ 신앙심이 두텁다.

 

‘가정 기도’는 위 여섯 가지 모두를 증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자녀 축복 기도는 제대로 된 가정 기도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이며, 특히 나이가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자녀 축복 기도는 주님께서 부모의 손을 통해 자녀를 직접 축복하는 거룩한 예식이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민수 6,24)

 

주님께서 ○○○에게 복을 내리시고 ○○○를 지켜 주시리라.

 

자녀를 축복하세요, 날마다, 하루도 빠짐없이.

 

* 권혁주 라자로 - 한 여인의 남편이자 세 아이의 아빠로서 서울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부에서 일하고 있다. ‘아버지 여정’, ‘부부 여정’ 등의 가족 관계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7년 4월호, 글 권혁주 · 사진 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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