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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7: 피렌체의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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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2-21 ㅣ No.335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7) 피렌체의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


소박한 건물 속 인류 문화에 기여할 보물들이…

 

 

- 루카 델라 롭비아의 합창단석과 부조 작품.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Museo dell‘Opera del Duomo)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Santa Maria del Fiore)의 부속 기관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곳이다. 

 

이 박물관은 성당 뒤편 길가에 자리 잡고 있다. 유럽의 대성당 주변처럼 피렌체 곳곳의 성당 구역에도 기념 상점과 카페가 즐비하다. 박물관을 알리는 표지는 출입구 위에 뮤제오(Museo)라는 표시만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노란색의 3층 건물이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출입구는 매우 평범해 보이지만, 아치형 문을 통과해서 안에 들어가면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및 산 조반니 세례당과 관련된 뛰어난 예술품을 만날 수 있다. 피렌체의 대성당과 세례당만 방문하고는 그곳의 모든 것을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 대성당을 비롯한 세례당과 관련된 빛나는 예술품은 대부분이 박물관에 전시돼 있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시대 거장들 작품 눈앞에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조각가나 뛰어난 예술가의 작품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 안드레아 피사노(Andrea Pisano), 로렌초 기베르티(Lorenzo Ghiberti), 도나텔로(Donatello), 루카 델라 롭비아(Luca della Robbia), 미켈란젤로(Michelangelo) 등의 조각품이 있다. 또 브루넬레스키(Brunelleschi)가 설계한 돔과 관련된 여러 자료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대성당 건축과 관련된 설계도와 스케치, 모형과 도구 등이 잘 전시돼 있다.

 

로렌조 기베르티가 조각한 조반니 세례당 동쪽 문, 일명 ‘천국의 문’(1425~1452년)이라 불리는 작품의 원본도 이곳에 보존돼 있다. 아울러 도나텔로가 만든 목조각상 ‘참회하는 마리아 막달레나’(1453~1455년)와 루카 델라 롭비아가 대리석으로 만든 ‘합창단석’(1431~1439년), 그 주변을 장식했던 ‘연주하고 노래하는 아이들’도 볼 수 있다. 미켈란젤로가 자신의 무덤을 장식하기 위해 만든 대리석 조각상 ‘피에타’(1547~1555년)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지금의 이 소박한 건물은 성당의 부속 박물관을 위해 건축된 것이 아니다. 원래는 팔코니에리(Falconieri) 가문의 건물이었는데, 1778년에는 극장으로, 이후에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됐다. 피렌체 대성당은 이 건물을 구입해 창고에 보관하던 유물들을 모아 1891년에 박물관으로 개관했다. 그러나 소장품에 비해 박물관이 너무나 협소해 일부만 전시했고, 많은 작품들이 창고에서 잠자게 됐다.

 

박물관을 개관한지 120여 년이 흐른 2012년부터 4년 가까이 대대적인 공사를 진행했다. 기존 건물의 내부를 수리하고 새로운 건물을 지어 2015년 11월 9일 재개관했다. ‘박물관은 살아있다’는 말처럼 이 박물관은 새로운 변화를 거듭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사람들이 더욱 편하게 예술 작품을 관람하고 즐길 수 있도록 박물관 측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오른쪽 돔 옆에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이 있다.

 

 

문화를 통한 복음 선포의 중요한 도구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을 통해 우리는 사적인 평범한 공간이 공적인 문화 공간으로 변모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유럽의 크고 작은 성당이나 경당에는 기념관이나 박물관이 있다. 오래된 성당에는 많은 예술품과 유물이 있는데, 성당의 개·보수나 신축을 할 때 혹은 교회의 전례 양식이 변화될 때 많은 예술품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성당 내·외부의 부속건물에 유물 보관소를 만든 것이 교회 박물관의 시작이다. 또한 교회 외부를 장식하던 조각들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원본을 실내에 보관하기 위해서도 박물관이 절실히 필요했다.

 

유물을 보관할 장소가 없으면 교회의 보물이라 할 수 있는 예술품은 임의로 처리되거나 유실될 수 있다. 유럽의 교회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들이 사용하는 사무공간을 줄여 유물 전시 공간을 확보했다. 교회 유물이나 예술품의 중요성에 대한 의식이 없다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성당의 유물 전시실을 보면 교회가 오늘날의 사람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과거의 수많은 사람의 사랑과 나눔, 기도와 희생을 통해 이루어진 것임을 절로 알게 된다. 또한 교회의 유물 전시 공간은 단순히 과거의 역사적인 것만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다. 내일이 되면 오늘도 역사의 한 부분이 된다. 그래서 유럽의 교회에서는 현재의 것도 소중히 여기며 보관해 다음 세대를 위한 유물화 작업에도 정성을 쏟는다. 우리의 일상이 역사라는 의식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하다.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의 외양은 너무나 평범하지만 그 안에 있는 교회 예술품은 참으로 값지고 빛나는 보물과 같다. 그 유물은 신자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 문화 발전에도 크게 기여한다. 사람들은 이런 문화와의 만남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더욱 의미 있고 성숙하게 만들 수 있다. 오늘날 사람들의 문화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우리는 문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유럽교회가 박물관에 큰 관심을 갖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은 박물관이 문화를 통한 복음 선포의 중요한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문화는 간식이 아니라 주식으로 여겨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문화를 통한 복음 선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사항이 됐다. 박물관은 사람들의 흔적이 묻은 것을 귀히 여기며 그것을 손질하고 전시해 관람자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을 나서면서 우리 성당 곁에도 이처럼 소중한 박물관이 자리 잡게 될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 정웅모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2월 19일, 정웅모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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