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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미론 J 페레이라 신부 - 루터의 개혁과 현재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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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2-05 ㅣ No.431

[글로벌 칼럼] (2) 루터의 개혁과 현재의 우리 - 세상 모든 피조물들과 화해하자

 

 

올해는 종교개혁이 시작된 지 500년이 되는 해다.

 

종교개혁은 서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변화를 이끌었다. 마르틴 루터가 제시한 반박문의 핵심은 “인간은 부패한 교회구조에 대한 복종이 아니라 영혼의 깊이에 따라 하느님을 직접 찾고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선택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위한 투쟁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루터의 개혁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진전을 이뤄냈다.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자유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가 됐다. 자유권은 프랑스 혁명과 러시아 혁명을 낳았으며, 가장 최근에는 ‘아랍의 봄’을 이끌기도 했다.

 

슬프게도, 피의 대가 없이 자유가 주어지진 않았다. 종교개혁은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 사이에 피로 얼룩진 갈등을 촉발시켰고, 수세기에 걸친 반목이 생기게 했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는 종교논쟁보다는 교회일치를 외치고 있으며, 상대방의 역사와 신학, 사회구조를 새롭게 이해해 화해와 협력의 기회를 만들고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우리를 교회일치를 위한 대화로 초대한다. 우리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향해 이야기하고, 또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겪는 우리의 도전은 이와는 좀 다르다. 아시아에서는 타 종교와의 종교 간 대화도 필요하다. 우리는 밖으로 나아가 세계의 종교가 가지고 있는 진가를 알아보고, 이들 종교가 하느님과 사회를 향해 나서는 다양한 방식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도의 경우, 많은 문제들이 힌두교와 이슬람, 그리고 부족의 고유종교와 연결돼 있다. 여기에 사방에 퍼진 극단주의가 이러한 불안정한 관계를 위협한다. 게다가 요즘엔 이슬람과의 대화가 그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다. 이슬람인들은 서구를 하나의 그리스도교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반면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과거 이슬람 국가에서 착취한 사실에 대해 용서를 구하지 않고 있다.

 

또한 대화의 상대방이 더 남아 있다. 바로 ‘세상과의 대화’다. 바로 동시대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세속적인 가치관 및 신념과 대화해야 한다. 세속주의는 거대한 종교처럼 긍정적이면서도 부정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 세상에 속함으로써’ 우리는 이성적인 삶을 산다. 과학과 기술을 이용하고, 성과 계급, 인종에 근거한 편견을 극복한다. 이는 모두 긍정적인 속성이다.

 

그러나 세속주의에도 어두운 면이 있다. 바로 무신주의와 휴브리스(hubris·지나친 오만과 자기 과신, 오만에서 생기는 폭력 등을 의미), 불의, 억압, 폭력과 증오, 금권에 대한 갈망 등이다. 세속주의와의 대화는 계급과 성차별, 폭력, 소비주의, 생태학적 범죄와 대면을 의미한다.

 

오늘날 우리가 대화해야 할 상대가 또 있을까? 

 

맞다. 바로 지구와 모든 피조물과의 대화 혹은 화해가 필요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찬미받으소서」(Laudato si’)에서 인류가 지구에 ‘죄’를 짓고 있다고 비난했다. 교황은 오염과 기후변화, 물 부족, 산성비, 생태 다양성 파괴, 불평등, 지속적인 가난, 질병, 소외 등 지구가 겪고 있는 위기를 열거하기도 했다.

 

루터의 개혁 이후 교회는 오랜 시간 분열의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아마도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닐지도 모른다. 루터는 하느님을 직접 만나는 길을 제시하고 당시 교회 구조를 상대화하려 애썼다. 현재에 살고 있는 우리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바로 우주의 질서를 회복하고 되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현재, 지구상 모든 사회와 종교에 걸쳐 인류와 피조물 사이의 화해라는 과업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올해 이뤄지는 교회일치를 위한 모임들이 피조물과의 화해를 위한 발걸음이 되길 희망해본다.

 

※ ‘글로벌칼럼’에서는 전 세계 다양한 가톨릭 매체에 실리는 양질의 칼럼들과 유명 칼럼니스트들의 글을 우리말로 번역해 소개한다. 세계 각국 신자들의 신앙생활뿐 아니라 각종 사회 이슈에 대한 교회 입장과 가르침 등을 공유하는 장이다. 

 

이번 칼럼 필진인 미론 J 페레이라 신부는 예수회 사제로서 평생을 기자 양성 등 언론활동에 힘써왔다. 인도 예수회가 운영하는 하비에르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소장을 지냈으며, 아시아가톨릭뉴스(UCAN), 라 크루아(La Croix) 등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2월 5일, 미론 J 페레이라 신부(인도 예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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