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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 그리스도교 수도생활의 맥: 성 아우구스티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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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2-01 ㅣ No.465

[그리스도교 수도생활의 맥] 성 아우구스티누스

 

 

유난히도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도 물러가고 어느새 가을의 문턱을 훌쩍 넘어섰다. 한결 살만하지만 더위와 너무 씨름해서 그런지 다시 전열을 정비하기가 좀체 쉽지 않다. 이번 호에 소개할 인물은 성 아우구스티누스(354년-430년)이다.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져 있는 교부라서 굳이 소개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망설임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호에 소개한 성 바실리우스처럼 성 아우구스티누스 역시 교회교부이자 수도교부이기도하다. 특히 수도생활의 역사에서 그가 끼친 영향과 그의 위치를 생각할 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서방 수도생활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성 베네딕도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고, 세 개의 모(母) 규칙 중 하나의 저자이기도하다. 여기서는 수도생활과 관련된 그의 가르침에 국한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우회의 여정

 

아우구스티누스의 삶은 한 마디로 우회의 여정이었다. 그만큼 여러 길을 돌고 돌아 참된 길로 들어섰다는 의미에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354년 북아프리카 타가스테에서 이교인 부친과 그리스도교인 모친 사이에게 태어났다. 이런 출생 이력처럼 그의 삶도 이교 시기와 그리스도교 시기로 양분되어 있다. 이교에서 그리스도교로 회심한이 여정을 이끈 분은 물론 하느님이셨지만, 이 여정에서 견인차 역할을 한 이는 그의 모친 모니카였다. 아들을 위한 모친의 간절한 기도와 눈물이 결국 아들을 회개로 이끌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타가스테, 마다우라, 카르타고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충실히 밟았다. 당시 그는 방탕한 생활을 했고 마니교에 깊이 빠져 있었다. 신앙 없이 지혜로 인도해 주리라 기대했던 마니교에 점차 실망을 느끼다 회의론에 빠지게 된다. 그러다가 384년 밀라노에서 수사학 교수직을 얻게 되고, 여기서 신플라톤주의 단체와 성 암브로시우스를 만난다. 이 만남은 그의 삶에 전환점이 되었다. 당시 그는 성 안토니우스의 생애와 사막교부들의 일화도 접하게 되고 수도승들의 존재도 알게 된다. 이 모든 것이 그를 그리스도교로 이끌었다. 그는 386년 회개하고 밀라노 근교 카시키아쿰으로 물러나 모친과 벗들과 함께 세례를 준비하고 이듬해인 387년 세례를 받는다.

 

세례 후 즉시 아프리카로 떠나 388년 타가스테에서 금욕생활과 학문연구를 통합한 수도생활을 시작한다. 그는 수도원 장소를 물색하러 히포로 갔다가 391년에 사제로 서품되어 주교의 보조자가 되지만 ‘정원 수도원’을 세워 수도생활을 계속한다. 396년 히포의 주교가 된 이후에도 주교관 내에 ‘성직자 수도원’을 세워 성직자들과 공동생활을 계속해 나갔다. 그는 북아프리카 전역에 수도원을 설립하였다. 이처럼 수도생활은 아우구스티누스 삶의 그리스도교 시기 전체를 거의 관통하고 있다. 수도생활은 그리스도인 삶의 연장이요 참된 진리를 찾는 삶 자체이기 때문이리라.

 

 

수도생활에 관한 작품

 

아우구스티누스의 수도생활 관련 작품은 『수도원 규정서』, 『계명집』, 「서간」 211 등이 있다. 이 세 작품 중 『계명집』이 일반적으로 아우구스티누스의 규칙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 작품은 그가 ‘정원 수도원’을 위해서 쓴 것으로 서방 수도자들에게 공동생활과 형제적 사랑의 의미를 되살리는 데 크게 공헌했다. 『수도원 규정서』는 실제론 그의 벗 알리피우스가 타가스테 수도원을 위해서 쓴 것으로 수도원을 위한 여러 규정이 담긴 짧은 작품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처음과 끝에 사랑에 관한 다음 구절만 썼다. “무엇보다도 먼저 하느님과 네 이웃을 사랑하여라”(1절), 그리고 “만일 네가 이 규정들을 사랑으로 충실하게 준수한다면, 너는 진보할 것이고 네 구원이 너에게 큰 기쁨을 가져다줄 것이다”(11절). 끝으로 「서간」 211은 『계명집』을 수녀들에게 적용한 것이다. 이 서간은 수도생활에 관한 아우구스티누스의 가르침을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되며, 여기서 삼위일체에 관한 어려운 내용이 다루어지고 있다.

 

 

가르침

 

아우구스티누스 가르침의 키워드는 사랑, 공동체, 일치라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사랑이다. 바실리우스가 그랬던 것처럼 아우구스티누스에게도 그리스도인의 유일한 규칙은 복음 성경이다. 복음 성경의 핵심은 사랑이기에 그의 가르침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은 애덕이다. 결국 수도생활의 중심이자 수도자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애덕이다. 다음 본문이 이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랑은 모든 것에서 경험된다. 그것은 식사와 대화 중에 경험되며 또 사람의 태도와 행위의 안내자다. 우리는 하나의 유일한 사랑 안에 일치되며, 모든 것은 이 사랑 안에서 호흡한다. 사랑에 반대되는 것은 무엇이든 거슬러 싸워야 하며 거부되어야 한다. 우리는 사랑을 해칠 수 있는 어떤 것이 하루 이상 지속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리스도와 사도들이 다음 사실을 강하게 권고해 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즉, 사랑 없이 모든 것은 무익하며, 그것이 있을 때 완전하다는 것이다.”(『교회의 관습들』)

 

『계명집』 첫 장과 마지막 장에서 그는 이렇게 말하며 수도승 생활의 토대를 놓고 있다. “형제들은 하느님께 돌아서야 하며”(I,2), “영적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사람처럼 사랑으로 이 모든 계명을 준수해야 한다.”(VIII,1) 규칙 준수가 하느님의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인 관상을 향해 방향 지어져 있다. 만일 수도생활이 하느님을 향한 영혼의 돌아섬이 아니라면 별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이상은 초기 예루살렘 공동체였다. 그는 초기 예루살렘 공동체와 같이 관상을 목표로 하는 사랑의 공동체를 설립하려 했다. 그에게는 사랑의 친교가 하느님과 일치를 위한 근본 조건이었다. 여기에서 사랑의 봉사를 위한 가난과 순종과 정결 같은 실천적 요소들이 나온다. 이 모두는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져 하느님과 형제들에 대한 봉사에 온전히 투신할 수 있게 해 준다. 이것이 아우구스티누스가 그리고 있는 이상적 교회 공동체의 모습이었다. 그는 수도원 역시 교회 공동체와 똑같이 보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수도원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사랑의 공동체였다.

 

사랑의 공동체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로 일치된다. 아우구스티누스에 의하면, 사람들은 하나가 될 것이며, 이 모든 것은 온갖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평화에서 흘러나온다. 그리고 믿는 이들 사이에서 조화와 사랑은 하느님의 평화, 삼위일체의 평화를 반영해야 하며, 이것은 하느님 안에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서간」 238,16 참조).

 

그에게 ‘수도승’이란 말 자체는 시편 저자의 ‘하나된 형제들’을 나타낸다. 그는 함께 살며 성경에 나오는 ‘한마음 한뜻’(사도 4,32)이란 이상을 실천하려는 사람들에게 ‘오직 하나’라는 뜻의 모노스(monos)란 명칭을 부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보았다. 수도 공동체는 그리스도 안에 하나(unum in Christo)이며, 이 일치는 사랑 안에서 일치이다.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사랑 안에서 일치와 친교를 이루는 공동체는 하느님과 일치와 친교로 나아갈 것이다.

 

 

마무리하며

 

작년 봄 호부터 우리는 그리스도교 수도생활의 맥을 따라 왔다. 맥을 따른 여정에서 여러 샘을 발견했고, 각 샘에서 목을 축이며 영적 갈증을 채워왔다. 먼저 수도생활의 발상지로 간주되어 온 이집트의 교부들을 살펴보았고, 북쪽으로 이동하여 소아시아의 대표적 교부를 거쳐 다시 남쪽 북아프리카로 장소를 이동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이집트와 소아시아 교부들이 동방 수도생활의 원천이라면, 북아프리카의 아우구스티누스는 서방 수도생활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아우구스티누스와 더불어 서방 수도생활은 더욱 견고한 토대를 놓게 되었다. 특히 대(大) 그레고리우스 성인 이후의 수도생활은 아우구스티누스에게서 풍부한 수액을 끌어올리게 된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계간지 분도, 2016년 가을호(Vol. 35), 허성석 로무알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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