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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신심서적 다시 읽기: 교황 프란치스코, 자비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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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1-11 ㅣ No.302

[신심서적 다시 읽기] 교황 프란치스코, 자비의 교회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즉위 후 펼쳐왔던 강론 안에는 가난하고 소박한 교회를 위한 지향은 물론, 신앙을 사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당부의 말씀이 담겨있다. 또한 이 말씀은 “우리의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한 곳에 나가라는 초대”이기도 하다. “가난한 이들의 외침에 귀를 막으며 내 안에, 울타리 안에 들어앉아 있기보다는 다치고 깨질 위험을 감수하면서 세상을 향해 나갈 때만이 교회의 진정한 모습을 구현할 수 있다.”고 하셨다. 세계화에 내몰려 신음하는 우리 사회에 방향타를 제공하는 강론 말씀을 15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간추려 정리한다.

 

1. 신앙의 빛(회칙 ‘신앙의 빛’ 4항과 34항) : 신앙은 우리를 부르고 당신의 사랑을 드러내는 살아계신 하느님과의 만남에서 형성된다. 신앙의 확신은 우리가 발걸음을 떼고 모든 이에게 믿음을 증거하고 그들과 대화할 수 있게 해준다.

 

2. 그리스도와 함께 머물기 : 그리스도에게서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그분과 친밀한 관계를 나눈다는 것이며 예수님과 친교의 나눔을 의미한다. “저는 말하고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묵상하고 느끼면서 머뭅니다.”

 

3. 친교의 집 : 가톨릭교회는 “단 하나의 신앙과 단 하나의 성사생활과 단 하나의 사도적 계승, 그리고 단 하나의 공통희망과 단 하나의 사랑을 가진다.” - 여러분은 쓸데없는 험담과 잡담이 본당과 공동체와 교회를 해롭게 만드는 악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험담과 잡담은 아주 해로운 악이며 험담은 상처를 낸다.

 

4. 조화의 집 : ‘보편되다’는 총체성을 가리킨다. 가톨릭이 보편적인 이유는 1) 우리의 신앙 전체가 온전하게 선포되고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이루어주신 구원이 모든 이에게 제공되는 공간이기에 보편적이다. 2) 교회는 세계적이고 세상 곳곳에 흩어져 있으며 남녀노소 모두에게 복음을 선포하기 때문에 보편적이다. 3) 다양함 속의 일치를 통해 풍요함을 실현한 ‘조화의 집’이기에 보편적이다. 그러기에 다양성 안에서 조화의 일치를 이룬다.

 

5. 온 세상에 복음을 전하도록 파견된 교회 : 사도(파견된 사람, 보내진 사람)는 먼저 기도하고 복음을 선포하도록 선택받고 부르심을 받았으며 그분에 의해 파견된 사람이다.

 

6. 성령의 이끄심에 내맡기기 : 성령은 ‘진리의 영’이시므로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진리는 예수님과의 인격적 만남 그 자체이다.

 

7. 하느님 말씀 전하기 :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 형제에게 한 조언. “여러분, 복음을 선포하십시오. 말로도 복음을 선포할 수 있다. 여러분의 삶과 그 증거로 복음을 선포하십시오.” 우리는 우상을 교묘히 숨겨두고 지낼 때가 많다. 야망, 출세주의, 성과주의, 자기중심주의, 남보다 높아지려는 성향, 스스로가 삶의 주인이 되는 오만함, 여러 가지 죄 등 다양한 우상을 마음 깊은 곳에 드러나지 않게 숨기고 있다.

 

8. 복음을 선포하도록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 : 예수님 안에 머무는 사람, 성체성사 안에서, 기도생활 안에서, 찬미하는 삶에서, 날마다 예수님을 만나면서 그분에 대해 묵상하고 그분을 경배하면서 끌어안는 것이다. 우리가 소명을 받았다는 것은 첫째,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하고 둘째, 복음 선포를 위해 부르심을 받았다는 뜻이고 셋째, 만남의 문화를 퍼뜨리도록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9. 희망과 기쁨 전하기 : 그리스도인이 지녀야 하는 세 가지 태도 - 우리는 희망을 간직해야 하고, (많은 우상이 하느님의 자리를 차지하고서는 희망이란 이름으로 돈, 성공, 권력, 쾌락을 선물한 것처럼 본다.) 하느님이 이루신 놀라운 일을 받아들여야 하며, 기쁨을 (그리스도인은 기뻐하는 사람이다) 간직하고 살아야 한다.

 

10. 모두 내어주기 : 주님처럼 산다는 것은 순종과 겸손과 자기를 완전히 내어놓음을 의미한다.

 

11. 함께 걸어가기 : 사제들이 우리 백성과 함께 걸어가는 것, 때로는 그들 앞에서, 때로는 그들 가운데에서, 때로는 뒤에서 함께 걸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앞에서 걷는 것은 공동체를 이끌기 위함이고, 가운데서 걷는 것은 공동체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격려하기 위함이며, 뒤에서 걷는 것은 어느 누구도 뒤처지는 일없이 모두가 하나 되기 위함이다.

 

12. 복음화 : 복음화는 교회의 사명이다. 복음화는 몇몇 사람만의 사명이 아니라 저의 사명이고, 여러분의 사명이며, 우리 모두의 사명이다. 복음화는 참으로 교회의 고유한 은총이고, 소명이며, 교회의 가장 깊은 본성이다. 교회는 복음화를 위하여 존재한다.

 

13. 목자로 산다는 것 : 넓은 아량으로 환대한다는 뜻이며 양과 함께 걸어간다는 뜻이고 양과 함께 머문다는 뜻이다.

 

14. 선을 선택하기 위한 자유 : 학교에 가는 이유는 인생의 길을 걸어가는데 필요한 삶의 방식을 익히고 성숙한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우며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는 자신이 하는 바에 대해 숙고할 줄 아는 것이고 선한 것과 악한 것, 그리고 성장에 유익한 것이 무엇인지 가릴 줄 아는 것, 따라서 언제나 선을 선택하는 것이 자유이다. 우리는 선 앞에서 언제나 자유롭다.

 

15. 마리아의 믿음 : 마리아가 지닌 믿음의 첫째 특징은 인류에게 죄의 매듭을 풀어 주었다는 것이다. 이레네오 성인은 “하와의 불순종으로 묶인 매듭이 마리아의 순종을 통하여 풀렸다. 처녀 하와가 불신으로 묶어 놓은 것을 동정녀 마리아께서 믿음을 통하여 풀어주셨다.” 둘째 특징은 하느님의 아드님께 인간의 육신을 드린 데서 찾을 수 있다. 셋째 특징은 예수님을 따르고 우리와 동행하고 우리를 도와주려고 ‘나그넷길’을 걸었다는 점이다.

 

* 교회는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오신 예수 그리스도와 보배로운 신앙의 유산을 전하면서 여러분과 함께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지향하시는 교회의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는 표현은 ‘자비의 집’입니다. 교황님은 복음의 기쁨에 젖어 주님과 함께 필요한 곳으로 나가라고 초대하십니다. 우리가 권력, 돈, 부패, 출세주의, 이기주의, 무관심, 그리고 ‘세속의 영’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우상들을 허물어 버리지 않는 한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교황님의 초대에 우리는 어떤 대답을 어떻게 하여야 할까요? 우리의 신앙을 돌아보고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 『교황 프란치스코, 자비의 교회』 / 줄리아노 비지니 엮음 / 김정훈 옮김 / 바오로딸

 

* 약력 : 월간 『문예사조』 신인상, 월간 『수필문학』 천료. 한국문인협회, 대구수필가협회, 대구가톨릭문인회원. 수필집으로 『내가 선 자리에서』, 『하얀 바다의 명상』, 『느끼며 살며』 등이 있다.

 

[월간빛, 2016년 11월호, 강찬중 바오로(대명성당,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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