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홍) 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윤리신학ㅣ사회윤리

[생명] 생명을 사랑합시다: 유전자 문제 - 출산 전 유전자 검사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3-16 ㅣ No.1719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 생명을 사랑합시다 (3) 유전자 문제 ① 출산 전 유전자 검사


입맛대로 태아생명 선택하는 ‘우생학적 살인’ 초래

 

 

- 가천대학교 생명과학과 남명진 교수가 지난해 10월 12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DTC 유전자 검사’ 주제 세미나에서 ‘생명과학에서 본 유전자 검사’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시대착오적이다.” 지난해 10월 12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DTC 유전자 검사’ 주제 세미나에서 가천대학교 생명과학과 남명진(마르티노)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다양성을 인정해야 하는데,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유전자 검사로 차별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한 말이다. 남 교수는 특히 ‘출산 전 유전자 검사’에 대해 “배아 대상의 ‘착상 전 유전자 검사’는 선별 임신, 태아 대상의 ‘착상 후 유전자 검사’는 낙태라는 윤리적 문제를 야기한다”며 “결국 낙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남 교수의 지적처럼 ‘출산 전 유전자 검사’는 배아·태아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출산 전 유전자 검사는 배아·태아의 유전 정보를 확인해 발병 가능성 등을 파악하는 검사인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해당 배아를 ‘폐기’하거나 태아를 낙태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배아·태아 대상의 유전적 치료는 금지돼 있어 출산 전 유전자 검사를 한 부모들은 아이에게 유전적 결함이 있을 경우 아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낙태를 하는 실정이다.

 

출산 전 유전자 검사와 낙태의 상관관계를 직접 드러내는 관련 국내 통계는 없지만,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 조사’ 결과에서도 ‘태아의 건강문제(임신 중 약물복용 포함)’를 이유로 낙태한 비율이 전체의 11.3%를 차지했다. 아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모 아래에서는 출산 전 유전자 검사가 아이에겐 즉결 사망 선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출산 전 유전자 검사가 배아·태아를 죽음에 이르게 하면, 그 결과는 우생학적 살인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배아·태아 생명을 각자의 욕구와 이해에 따라 멋대로 할 수 있다는 자의적 인식을 갖게 된 이들이 그 잣대를 또 다른 생명에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교황청립 생명학술원 전 원장 고(故) 엘리오 스그레치아 추기경은 저서 「생명윤리의 이해2」에서 비용·이익 계산에 기초한 이들은 가족과 사회에 짐이 되는 아이들을 살게 내버려 둬선 안 된다는 생각을 당연시했고, 비용이 들고 산모에게 위험한 출산 전 유전자 검사보다 ‘신생아 안락사’를 더 경제적이고 덜 위험하다고 봤다고도 설명했다. 이는 1983년 척추갈림증과 수두증을 갖고 태어난 아이 ‘제인 조우’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아 아이가 죽게 내버려둔 일로까지 현실화했다고도 덧붙였다.

 

이렇게 우생학적 살인의 비극을 초래하지 않도록 출산 전 유전자 검사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경대학교 법학과 신동일 교수는 「착상 전 진단술에 대한 생명형법적 고찰」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출산 전 유전자 검사에 대한 ‘관심 확보’와 ‘객관적 필요성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출산 전 유전자 검사는) 단순히 생명경시라는 문제만을 제기하지 않고, 차별의 문제, 인간 존엄성 훼손, 인간 생명권에 대한 근본적 성찰 등 기본적인 갈등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자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정현미 교수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통령령이 정하는 유전 질환’의 진단 목적으로만 착상 전 유전자 진단이 허용되긴 하지만 유전 질환의 범위를 모자보건법에서 인정하는 낙태가 허용되는 유전 질환의 범위처럼 확대한다면 유전적 결함이 있는 수정란의 폐기는 폭넓게 인정돼 국가가 주도적으로 우생학을 인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그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된다”(「배아의 생명권과 착상 전 유전자 진단」)고 밝혔다.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 우재명 신부도 ‘배아 혹은 태아 대상 유전자 진단과 인공 임신 중절’이라는 제목의 신문 기고를 통해 “유전자 진단을 통해 유전자 결함 여부를 알게 됐더라도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거의 전무하다”며 “유전자 진단 허용에 앞서 유전자 치료 개발부터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신문, 2020년 3월 15일, 이소영 기자]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 궁금해요, 성(性)! (3) 임신하고 싶지 않아요

 

 

부부들은 자신들의 결정에 따라 임신을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부부의 건강 상태와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부부가 아이를 책임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교회가 ‘자녀 출산의 시간 간격과 그 수에 대한 결정은 오로지 부부의 몫’이고, ‘이것은 부부가 이미 태어난 자녀, 가정과 사회에 대한 자신들의 의무를 고려하면서 하느님 앞에서 행사할 수 있는,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권리’라고 설명해온 이유입니다.(「DOCAT」)

 

그러나 임신을 하거나 하지 않기 위한 방법이 모두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임신을 조절하는 방법에는 생명 탄생의 질서를 존중하는 자연적 방법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방법도 있는 까닭입니다. 실제 교회에서는 가임·비가임기를 확인해 임신을 조절하는 ‘자연적인 방법’은 허용하지만, ‘인위적인 방법’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인위적인 방법에는 배란·수정란 착상을 막는 약을 먹는 등의 화학적 피임법, 콘돔 등을 사용하는 기계적 피임법, 정관을 자르거나 난관을 막는 수술적 피임법 등이 있습니다.

 

인위적인 방법들을 교회가 반대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부부의 성적 결합은 근본적으로 생명을 지향하는 사랑의 행위이지만, 인위적인 방법들은 이를 적극적이고 의도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입니다(「생명, 인간의 도구인가?」). 생명 탄생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상태에서 출발하는 자연적인 방법과는 다릅니다.

 

특히 인위적인 방법들은 부부의 완전한 결합을 막고, 그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육체를 단순 쾌락의 도구로만 전락시킬 수 있고, 이렇게 책임 회피적인 방법은 실패할 경우 낙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상존합니다. 교회가 자녀의 수와 터울을 결정할 수 있는 부부의 권리를 인정하고 수호하지만, 그 방법을 자연적인 방법으로 한정하는 이유입니다(「YOUCAT」).

 

교회에서는 부부가 책임 있는 임신을 하기 위해 자연적인 방법을 사용할 것과 이를 교육·훈련하기 위한 사목자등의 활발한 활동을 권고합니다. 주교회의도 「한국 천주교 생명운동 지침」을 통해 자연적인 방법은 “다른 어떤 인공적인 피임 방법에 견주어도 효과가 크다는 것이 이미 널리 증명된 상태”라면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하지 않도록 참된 성과 사랑의 의미, 임신·출산에 따른 책임에 대한 교육과 ‘NFP’(Natural Family Planning·자연 가족 계획법)나 ‘틴스타’ 프로그램 확대 실시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가톨릭신문, 2020년 3월 15일, 이소영 기자]



1,018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