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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톨릭 영성을 찾아서92: 19세기 (2) 영국 가톨릭교회 재건과 뉴먼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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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9-16 ㅣ No.1248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을 찾아서] (92) 19세기 ② 영국 가톨릭교회 재건과 뉴먼 추기경


신자들은 끌고 성직자는 밀고… 박해 딛고 교회 재건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10년 9월 19일 버밍햄에서 존 헨리 뉴먼 추기경 시복식을 거행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19세기 영국 가톨릭교회 교계제도의 재건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이 아니었습니다. 온갖 박해에도 가톨릭 신앙을 저버리지 않고 지하 교회에서 활동하던 가톨릭 신자들이 꾸준히 사회적인 문제를 제기하면서 영국 의회를 압박했기 때문에, 의회가 관계 법령을 제정하도록 만들 수 있었습니다.

 

 

영국 의회의 로마 가톨릭 해방령 제정

 

1778년 영국 의회는 첫 번째 로마 가톨릭 구제 법령인 ‘가톨릭 신자 법령 1778(Pa- pists Act 1778)’을 제정했습니다. 이 법령이 있기 전까지 영국에서 가톨릭 신자는 공직(公職)에서 제외됐습니다. 하지만 이 법령을 통해 가톨릭 신자도 토지를 소유할 수 있게 됨으로써 영국에서도 교황이 영적으로뿐만 아니라 현세적으로도 관할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1780년 이 법령에 반대하는 대규모 반(反) 가톨릭 시위가 런던에서 발생했습니다. 가톨릭 신자가 영국 군대에 입대하면 잠재적으로 위험하다고 주장한 조지 고든(George Gordon, 1751~1793)이 주도했던 시위는 폭동과 약탈로 변질되면서 ‘고든 폭동(Gordon Riots)’이라고 불렸습니다.

 

1791년 영국 의회는 또다시 ‘로마 가톨릭 해방령 1791(Roman Catholic Relief Act 1791)’을 제정했습니다. 이 법령을 통해 의회는 가톨릭 신자들에게 정치ㆍ교육ㆍ경제 분야의 규제를 풀었으며, 가톨릭 신자들이 미사에 참여하고 종교 활동을 하는 것을 허가했습니다. 가톨릭 학교를 설립해 가톨릭 신앙을 가르치며 부제나 사제가 가톨릭 교구와 수도회에 소속되는 것도 허가했습니다. 그런데 1800년 영국 의회와 아일랜드 의회는 ‘연합 법령 1800(Acts of Union 1800)’을 제정하고 영국과 아일랜드 연합 왕국을 만들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자유를 누리던 아일랜드 왕국 가톨릭 신자들은 영국 의회 법령에 의해서 자유를 제한당하면서 불만이 고조됐고, 폭동이 일어날 조짐도 나타났습니다.

 

아일랜드 변호사이자 정치 지도자였던 오코넬(Daniel O’Connell, 1775~1847)은 가톨릭 신자들도 의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피선거권 보장을 주장하고, 영국과 아일랜드 연합 법령 폐지 캠페인을 주도했습니다. 특히 오코넬이 1828년 보궐 선거를 통해 아일랜드 의회 의원에 당선됐기 때문에, 영국 정부는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크게 고민했습니다. 영국 수상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은 개인적으로 가톨릭 해방령에 반대했으나 아일랜드에서 폭동의 조짐이 보이자 가톨릭을 인정하는 것도 위험하나, 폭동이 일어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가톨릭 신자들의 요청을 수용하는 쪽으로 돌아섰습니다. 따라서 1829년 영국 의회는 또 한 번 ‘로마 가톨릭 해방령 1829(Roman Catholic Relief Act 1829)’를 제정했습니다. 이 법령이 통과하면서 영국 전역 가톨릭 신자들은 국민의 권리까지도 찾을 수 있는 절정의 순간을 맞았습니다.

 

영국 가톨릭 해방 분위기의 여세를 몰아서 교황 비오 9세(Pius PP. IX, 재임 1846~1878)는 1850년에 교황 칙서 「보편 교회(Universalis Ecclesiae)」를 통해 아일랜드를 포함한 영국과 웨일스 전역에 대교구와 12개의 교구를 설립하며 가톨릭 교계를 다시 설정했습니다. 영국 의회는 이러한 교황의 조치를 영국을 향한 교황의 침략이라고 규정하고 1851년 ‘교회 명의 법령 1851(Ecclesiastical Titles Act 1851)’을 제정하고, 가톨릭 교구가 성공회 교구와 같은 이름을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했습니다. 하지만 영국 의회는 ‘교회 명의 법령 1871(Ecclesiastical Titles Act 1871)’을 제정하고 법령 1851을 폐지했습니다.

 

 

성공회와 가톨릭교회의 가교 역할을 한 뉴먼 추기경

 

영국에서 가톨릭교회가 복원되던 시기 대표적인 인물을 꼽으면 서슴없이 존 헨리 뉴먼(John Henry Newman, 1801~1890)을 언급합니다. 그는 성공회 사제였다가 가톨릭교회로 개종하고 훗날 추기경으로 서임된 인물입니다. 1825년 성공회 사제로 서품된 뉴먼은 성 클레멘스 교회 부주임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1826년 옥스퍼드대학교 오리얼(Oriel)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1828년 옥스퍼드대학교 동정 성 마리아 교회(University Church of St Mary the Virgin)에서 주임 사제로 임명됐습니다.

 

뉴먼은 옥스퍼드 운동에 참여하기 직전이었던 1832년 로마에서 성공회와 가톨릭교회가 일치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훗날 1850년에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대교구 교구장으로 임명될 아일랜드 출신 사제 니콜라스 와이즈먼(Nicholas Wiseman, 1802~1865)을 만난 후 가톨릭교회에 호감을 느끼게 됐습니다. 옥스퍼드 운동에 참여하고 난 후, 1842년 뉴먼은 지인들과 함께 리틀모어(Littlemore)에서 가톨릭교회의 전통적인 영성 생활에 따라서 금욕 생활과 기도 생활을 실천했습니다. 결국, 뉴먼은 1843년에 고별사인 「친구들과의 이별(The parting of friends)」을 설교하고 동정 성 마리아 교회의 모든 직책을 사임하면서 공식적으로 성공회를 떠났습니다.

 

마침 영국에서 수도원 설립을 모색하던 예수 고난회(Passionists) 소속 사제 도메니코 바르베리(Domenico Brberi, 1792~1849)는 2년여간의 지도 끝에 1845년 뉴먼을 가톨릭교회로 인도할 수 있었습니다. 1846년 옥스퍼드를 떠난 뉴먼은 과거 로마에서 만났으며, 현재 버밍엄(Birmingham)에서 영국 중부 지역 대목구장으로 있는 와이즈먼을 만나 그의 권유로 가톨릭 사제로 다시 서품을 받기 위해 로마로 떠났습니다. 로마에서 필립보 네리의 오라토리오회에 입회하고 1847년 사제로 서품된 뉴먼은 그해 12월 영국에 오라토리오회를 설립할 목적으로 버밍엄으로 돌아와 1848년 수도원을 설립했습니다.

 

영국에서 1850년 가톨릭교회가 재건된 사건을 계기로 성공회 신자들이 반 가톨릭교회적이고 반 교황적인 반감을 드러낼 때에 뉴먼은 신문 지면을 통해 반박과 변론 글을 기고하면서 가톨릭교회를 옹호했습니다. 1854~1858년 사이 잠시 아일랜드 더블린 가톨릭대학교 총장직을 맡았던 뉴먼은 그 외 기간에도 출판물을 통해 가톨릭 신자들에게 유익한 글과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1879년 교황 레오 13세(Leo PP. XIII, 재임 1878~1903)는 뉴먼이 주교도 아니었고, 로마에 머물고 있는 것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추기경으로 서임했습니다. 로마에서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 뉴먼은 여생을 오라토리오회 수도원에서 보냈습니다.

 

뉴먼은 1870년 저서 「동의의 원리(Grammar of Assent)」에서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께서 계시하신 진리에 대해 어떻게 동의하고, 어떤 믿음을 가져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하면서 신앙인들에게 믿음에 확신하도록 도와줬습니다. 이외에도 뉴먼은 개인적으로 실천한 영성생활을 통해 신자들에게 본보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뉴먼의 탁월한 업적은 그가 존재하는 것 자체로 성공회와 가톨릭교회 사이에 가교 역할을 담당하면서 양 교회가 소모적인 논쟁을 하지 않고, 서로 조화롭게 양측 신자들이 영적 유익을 얻을 수 있게 기여한 점일 것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9월 16일, 전영준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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