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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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성사] 예수님의 세례가 왜 우리의 세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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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4-08 ㅣ No.235

[빛과 소금] 예수님의 세례가 왜 우리의 세례일까?

 

 

성사라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는 먼저 전례적 행위 안에 국한된다는 좁은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사는 바로 ‘거룩한 행위로서’ 예수 그리스도 자체라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의 삶 안에서 예수님을 받아들이는 모든 행위가 성사적인 행위인 것이다. 성사적 행위에서 그 출발이 세례성사이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셨기에 우리도 세례를 받으며, 따라서 세례성사는 그리스도교 생활로 들어가는 문이다. 세례성사는 또한 ‘모든 그리스도인의 친교’의 기초이다. 그리스도교 신자가 되기 위해 우리는 그리스도를 믿고, 그분과 그분의 말씀을 신뢰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세례예식에서 가장 중요하게 행하는 물을 머리에 붓는 것이 일종의 마술적 행동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행위에 대한 모습이 아니라 행위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게 되면 하느님의 거룩한 일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세례성사의 근거는 희랍어로 원래 침수를 의미한다. 이는 아주 오래된 인류의 태고적 역사에까지 소급된다. 물은 창조의 원초적인 요소 중의 하나이다. 물 없이는 생명이 유지될 수 없다. 사막이나 초원에서 살아 본 사람은 샘의 물소리가 얼마나 고마운지, 비가 얼마나 축복된 것인지를 안다. 물은 생명을 유지해 줄 뿐 아니라, 또한 깨끗하게 씻어 준다. 그래서 인간 안에서 내적, 외적인 것을 서로 일치시켜 준다. 그리고 육체적인 정화는 또한 영적 쇄신의 상징이다. 그러나 홍수는 생명체를 슬어가 버리고 파묻어 버리는 죽음을 상징한다.

 

물이 지닌 생명, 정화 그리고 죽음이라는 세 가지 의미가 세례성사 안에서 함께 작용한다. 즉 생명의 물은 새로운 삶으로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나는 부활로서의 세례성사이며, 정화의 물은 재생의 목욕으로서의 세례성사이며, 죽음의 물은 예수님의 죽으심과 묻히심에 대한 참여로서의 세례성사이다. 그런데 그리스도교 세례성사의 예식 그 자체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가? 정확히 말하자면, 예수님의 제자들이 선포된 말씀을 받아들인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고, 오순절에 개종한 삼천 명가량 세례를 줌으로써 시작되었다(사도 2,41). 그래서 세례성사가 그리스도교 신자가 되는 문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의문이 없었다. 여기에 대한 가장 명백한 설명은 그리스도인들은 처음부터 세례를 받았다는 추정이다. 왜냐하면 제자들이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라는 위임을 받았기 때문이다(마태 28,18-20). 그리고 예수께서도 스스로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으셨기 때문이다.

 

세례자 요한은 세례들, 군인들과 창녀들, 바리사이들과 사두가이파 사람들의 군중 가운데서 마치 회개하는 죄인처럼 오신 예수께 세례 베푸는 것을 망설였다. 예수님께서 요한에게 “지금은 이대로 하십시오. 우리는 이렇게 해서 마땅히 모든 의로움을 이루어야 합니다”(마태 3,15)라고 말씀하셨다. 공생활의 시작 이전에 이미 그분의 위치는 정해졌는데, 그것은 죄인들 가운데 있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죄인들을 위해서 회개의 세례를 받으셨다. 그리고 이 세례는 다른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세례의 예표이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게 되었다는 것은 ‘많은 이들의 몸값’(마르 10,45)으로서, ‘죄를 용서해 주려고’(마태 26,28), 그분의 생명을 바치는 희생으로 나아가게 한 것이다. 우리의 세례예식은 요르단 강에서 받으신 예수님의 세례 안에 그 전형(典型)을 가지고 있다. 세례예식의 신비로운 힘과 효력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로부터 주어진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의 생명을 심어 주시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분의 죽음을 통해서 새롭게 태어나는 생명의 세례를 받는다.

 

[2018년 2월 25일 사순 제2주일 인천주보 4면, 김일회 빈첸시오 신부(구월1동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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