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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한국 레지오의 발전을 위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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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4-02 ㅣ No.566

[레지오 영성] 한국 레지오의 발전을 위한 고민

 

 

“너는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양식을 먹을 수 있으리라.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 (창세기 3장19절)

 

창조주이신 하느님께서 최초의 인간인 아담에게 말씀하신 얼굴에 땀을 흘린다는 말은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을 한다는 것은 우리 생명과 생활의 가장 중요하고 가장 근본적인 것이다. 인생은 먹고 마시고 놀고 춤추는 향락의 놀이터가 아니다. 인생은 저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직분과 책임을 수행하는 창조의 일터이다. 우리는 창조의 일터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성실히 수행해야 할 창조적 인간이다.

 

무릇 모든 존재는 다 제 구실이 있으며 제 구실을 다해야 존재 가치가 드러난다. 여기서 우리말의 구실이란 말을 한문으로 옮기면 직분, 책임, 사명, 기능이다. 참된 인생의 의미는 저마다 제 도리를 다하고 제 구실을 다하는 데 있다. 즉 열심히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땀 흘려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라 안에서 정치인은 정치인으로서의 제 구실을, 가정 안에서 부모는 부모로서의 제 구실을, 학교에서 선생은 선생으로서의 제 구실을, 교회 안에서는 사제와 수도자와 평신도가 각자의 위치에서 제 구실을 다할 때 이 사회와 교회는 늘 건강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이가 각자의 위치에서 제 구실을 다할 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더 이상 고통과 분열이 없고 살맛이 나는 세상으로 변해갈 수가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급변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성모님의 군대인 레지오 마리애는 성모님의 뜻 안에서 제 구실을 잘해내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모든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가? 내 뜻이 아니라 성모님의 뜻과 레지오 마리애 교본에 나와 있는 기본정신(근본정신)에 입각해 열심히 활동하며 풍성한 결실을 맺고 있는가?

 

 

성모님의 군대인 레지오는 제 구실을 잘 해내는가

 

한국 레지오 마리애는 1953년 5월30일 목포 산정동성당에 최초로 진출한 이후로 가톨릭교회의 성장에 크게 기여한 한국천주교회 내 최고의 평신도 신심, 사도직 단체이다. 특히 레지오 마리애는 모성이 강한 우리 민족의 정서와 잘 맞는 신심운동이며 또한 조직이 군대식이어서 일사불란한 지휘통제가 가능하기에 집중력을 발휘하여 많은 결실을 맺어왔던 것이다.

 

또한 한국 레지오 마리애는 교도권에 대한 철저한 순명과 결속력으로 꾸준히 발전하여 왔으며 이론보다는 활동을 중요시여기고 동시에 활동이 다양하고 누구나 쉽게 그룹을 형성하여 참여할 수 있었던 점도 큰 장점이었다. 그러기에 한국 레지오 마리애는 아주 빠른 속도로 발전되어 왔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과거와는 다르게 그 추진력과 힘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외적으로 볼 때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의 나이가 노령화 되어가고 있고 단원들의 수도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내적으로 볼 때 과거 레지오 마리애 선배 단원들이 지녔던 깊은 성모신심이 현재 모든 단원들의 가슴속에 살아 움직이고 있는지? 아니면  개인적인 신앙관에 의한 자기만족의 신심행위를 하고 있지는 않는지 우려스럽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레지오 마리애 간부들은 현재 한국 레지오 마리애가 처해있는 현실을 냉정하게 그리고 지혜롭게 깊이 성찰해 봄으로써 한국 레지오 마리애가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 안에서 새롭게 변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사명이 주어져 있다.

 

참된 신앙은 믿음만 있어서도 안 되고 신앙적 지식을 많이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안 된다. 참된 신앙은 우리 생활에서 실천되고 증거 되어야 한다. 사도 바오로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 신앙은 거짓된 신앙이며 죽은 신앙이다. 예수님의 삶에서 보여주신 성부 하느님과의 깊은 영적 일치를 통한 무한한 사랑의 실천의 삶이 바로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의 삶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 이 시대에 누구보다도 예수님의 삶을 살아야 할 사람들이 바로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다. 그 이유는 교본의 가르침대로 레지오 마리애의 모든 조직구성과 행동양식이 바로 열심한 기도와 하느님의 사랑 실천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변화된 사회에 맞는 레지오 기본정신 정립해야

 

지금 한국 사회는 아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급변하는 한국 사회에 우리 레지오 마리애가 어떻게 대처해야할지를 고민해야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2000년이 넘는 교회역사를 돌이켜 볼 때 중요한 전환기에서 변화를 거부하다가 교회는 종종 큰 위기를 겪기도 했다. 지금 현재 우리 한국 레지오 마리애도 새롭게 거듭나야 할 시점에 와있다고 본다. 급변하는 한국 사회에 발맞추어 발전적이고 희망적인 미래의 새로운 비전(vision)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앞으로 한국 레지오 마리애는 성숙한 발전을 이루기보다는 계속 쇠퇴되어 갈 수도 있다.

 

우리 한국 레지오 마리애가 성숙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먼저 레지오의 기본정신(근본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개인이나 단체나 초심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정화가 필요한 것이고 쇄신과 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그동안 레지오 마리에는 급속한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질적 성숙 즉 영적인 성숙이 미흡하여 기형적인 성장을 해왔다는 평가가 있어왔다. 특히 기본정신에 충실하지 못하고 안이한 자세로 운영 되거나 현재 상태에 머물고자 하는 안일한 태도부터 반성해야 한다. 과거의 성과에 연연해서도 안 될 것이며, 타성에 젖은 잘못된 관행이나 습관들을 과감하게 털어내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 레지오 마리에는 단원들의 질적 성장과 교회와의 조직적인 유대를 위해 의식전환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한국 내 3개의 세나뚜스와 각 교구 레지아에서 열심히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교육이 단원들의 영적인 성장과 레지오 마리애가 내적인 성장과 결실을 맺어 나가는데 도움이 되는 지는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한다.

 

기도와 선교와 봉사의 정신은 레지오 마리애의 기본정신이다. 이러한 기본 정신 교육을 교본에 주어져 있는 형식과 내용대로 교육하기 보다는 지금 급변하고 있는 한국 사회 현실에 맞는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심화교육을 세워 끈기 있게 추진해 나아가야 한다. 즉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 안에서 교본의 기본정신을 교육해 나아가야 한다.

 

 

올바른 성모신심은 레지오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중요한 관건

 

두 번째로 급변하는 한국사회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은 바로 성모신심 함양이다. 성모신심은 천주의 모친이신 성모 마리아에 대한 교회의 공경과 그 표현이다. 성모님에 대한 합당하고 올바른 신심은 그리스도인의 삶을 더욱더 풍요롭게 하고 신앙생활을 더욱더 알차게 함으로서 하느님께 더 큰 영광을 바치게끔 도와준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과거 선배단원들의 성모신심보다 약해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엔 성모신심의 외적인 표현으로 묵주기도를 열심히 바치거나 성모성월에 했던 웅장한 성모님행렬과 그리고 거룩하고 의미 있는 성모의 밤 행사 등을 해왔지만 지금 현재 우리는 얼마나 정성스럽게 이러한 뜻깊은 행사를 열심히 준비하여 행사하고 있는가? 요즘은 깊은 성모신심의 표현 보다는 단순히 의무감으로 치루는 연중행사로 전락하고 단순히 묵주기도만 열심히 바치는 것이 성모신심의 전부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즉 개인적인 신심행위로 오로지 묵주기도만 열심히 바치는 것이 레지오의 신심행위와 활동으로 전락해 버리지는 않았는지? 이는 본질보다도 형식에 매달리고 있다는 증거이다.

 

성모신심에 대한 보다 깊고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한 실정이다. 성모님의 영성을 더욱더 깊게 체험할 수 있는 성모신심 피정 프로그램 개발과 세미나를 많이 만들고 개최함으로써 올바른 성모신심을 가지고 성모님처럼 교회와 이 사회에 열심히 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참된 성모공경은 근본적으로 완전한 하느님이시며 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지향하는 것이다. 단원들의 올바른 성모신심 함양은 오늘날 한국 레지오 마리애가 처해있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관건임을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 빠르게 급변하는 한국 사회 안에서 성모님의 뜻대로 한국 레지오 마리애가 새롭게 변화 되고 성숙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레지오 마리애 단원이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을 고민을 제시했다. 한국 레지오 마리애 모든 단원들의 마음속에는 누구나 성모님의 뜨거운 사랑을 안고 살아간다. 이제 우리 모든 단원들은 성모님의 뜨거운 사랑의 마음으로 한국 레지오 마리애 발전을 위해 서로 고민하고 급변하고 있는 한국 사회가 원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안에서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여 훌륭한 결실을 맺는 한국 레지오 마리애가 되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4월호, 이정화 가비노 신부(한국레지오마리애기념관 관장, 광주 S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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